오사카 엑스포 시그니처 파빌리온 ‘생명의 증거’의 184일간의 문답
전 세계 사람들이 당신의 말을 간직한다면, 무엇을 전하고 싶나요?
世界中の人が、あなたの言葉を待っているとしたら、何を伝えますか?
이 질문은 언제 대답하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졌을 것 같다. 20대의 나, 30대의 나, 40대의 나- 2000년대의 나, 2010년대의 나, 2020년대의 나, 모두가 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을까.
일단 당장은 전쟁이 없었으면 좋겠고, 사람들이 환경에 대해 관심과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다름을 인정했으면 좋겠고, 타인을 미워하지 않고, 나 외의 다른 사람과 다른 존재들을 아끼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 지구라는 별에 인간만 사는 거 아니지 않은가. 모든 것들을 애정을 가지고 아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조금은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결국 무슨 종교인처럼 ‘모든 것들을 사랑하라’가 되는 것 같다.
몇 해 전, 과로로 인해 몸과 마음이 많이 아팠고, 그 지경에 몰아넣은 사람들을 원망한 적이 있었다. 의사의 지시로 일을 쉬어야 했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던 날들도 있었다. 다행히 그 시간은 길지 않았고, 혼자 지내는 일본에서 자력으로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왔고, 다른 직장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도쿄 공연을 보러 도쿄에 갔다. 예전에 독일에 살 적에 콜드플레이 공연을 갔을 때 공식 홈페이지에 등록해 놓은 것 덕분에 자리도 무대에서 6~7번째 줄 정도 매우 가까운 곳이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쁨이었다. 당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해 한창 전쟁이 진행되고 있었을 때였고, 그 공연에서 보컬인 크리스 마틴은 “지금 이렇게 전쟁이 있는 세상이지만, 서로를 용서하고, 미워하지 말고, 사랑하자.”며 자신의 사랑하는 동생이자 친구들인 방탄소년단의 멤버들이 무사히 군복무를 마쳤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처음 듣는 말이 아닌데도, 그때 나는 미워하지 말고 사랑하자라는 그 말이 너무나도 와닿았다.
얼마 전에 예전 회사의 상사를 우연히 만난 적이 있었다. 회사를 떠난 지 3년이 조금 안 된 올해의 7월의 기온마츠리에서. 사정을 모르는 회사의 임원이 인사를 시켰고, 처음에는 나도 상사도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고 얼굴에 드러냈다. 어쩌다 붙잡혀 임원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주 우연히 상사와도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이 생겼다. 나는 지난 3년 동안 만약에 이 사람과 다시 우연히라도 만난다면 어떻게 대해야 할까-라고 종종 고민하곤 했고, 그냥 손님 대하듯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불편해하고, 늘 내게 험악한 얼굴로 대해 왔던 상사는 나를 애틋하고 안도한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우리의 대화는 그동안 생각지도 못한 밝은 대화가 되었다. 이날 나는 상사가 늘 불편한 얼굴을 지었던 것은 내가 이 사람에게 늘 험악한 얼굴로 대했기 때문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 표정이 부드러워지자 그제야 그도 안도한 듯한 표정으로 바뀐 것이었다.
그날, 신기하게도 지난 3년 넘는 동안 줄곧 원망해 왔던 마음이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나를 괴롭혔던 것은 타인이 아니라 미워하는 마음을 가진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힘들었던 시간은 분명히 내 개인의 문제도 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고, 오히려 누군가를 원망하고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편했기 때문에, 미워하고 원망했던 부분도 분명히 있었을 테다. 뇌는 긍정적인 생각보다 부정적인 생각을 좋아한다고 한다. 악마의 속삭임이 달콤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그런 부정적인 감정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제멋대로 순식간에 눈덩이 점점 커지고, 나를 잡아먹는다. 하지만 원망이라는 부정적인 마음이 사라지자, 내 안에서 찌꺼기와 같았던 감정도 함께 사라지면서 비로소 낡은 아픔으로부터 해방된 것을 느꼈다. 그 해방감으로 나를 구원하는 것도 바로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워하는 일은 결국 내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고, 나를 치유한 것은 나의 부족함도, 상대방의 부족함도 모두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마음이더라.
사람은 무척이나 입체적인 존재다. 어느 한 면만 보고 판단하기에는 개인 모두가 수많은 모습들을 가지고 있다. 그 수많은 모습 중 일부분을 보고 그것이 그 사람의 전부라고 판단해 사랑에 빠지지만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다른 모습을 보고 감정이 식기도 한다. 서로의 몰랐던 다른 모습도, 서로의 단점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그 과정에서 크고 작게 부딪혀가며 공존할 방법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것이 좁게는 결혼 생활이기도 하고, 넓게는 세상 살아가는 방법이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타인을 아끼는 마음을 가지고 행동한다면, 나 개인의 삶이, 주변의 삶이 조금씩은 따뜻해져, 그렇게 세상도 조금씩 따뜻해져가지 않을까- 더 나아가 내가 사는 사회, 환경 그리고 넓게 확장하면 지구별까지. 지구는 화가 난 듯 온도가 계속 올라가고 있지만, 인간 세계는 아플 정도로 매정하고 차가운 세상이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타인과 세상을 아끼는 작은 마음들이 모여 조금은 나은 미래 사회로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것은 힘들더라도 작은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가.
내 마음속에서 인류애가 사라지는 일들과 인류애가 생기는 일들은 결국,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기적인 행동을 하느냐, 이타적인 행동을 하느냐가 크더라. 인간은 남을 위하는 선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행동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따뜻해진 만큼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움직이게 되어, 또 다른 선한 행동으로 퍼져가게 된다. 모두의 마음이 따뜻해지고 타인을 위해 움직이고 싶어지는 순간은 이타심에서 나오고, 그 마음은 늘 연쇄된다. 반대로 상대방이 차갑고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면 주변 사람들도 굳어버리기 마련이다. 인간은 서로에게 크고 작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존재이니까.
이렇게 사람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주변에 있는 서로를 물들게 한다. 그렇다면 현실적이지 않고 이상적인 꿈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을 이타심, 좋은 기운으로 물들게 한다면 나비효과로 그래도 희망이 조금은 있는, 보다 나은 미래로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나의 말을 마음에 두고 간직할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지구와 다른 존재들, 주변 사람들을 조금 덜 미워하고, 애정을 가지고 소중히 아끼는 마음으로 대하자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