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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폴스 Mar 18. 2020

'메멘토모리'에서 '카르페디엠'으로

죽음보다 삶이 찬란한 이유

1. 메멘토 모리

 오늘은 <신경 끄기의 기술>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챕터에 자신이 경험한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죽음이 있기 때문에 인생이 빛이 되며, 죽음이 없다면 우리는 모든 걸 하찮게 느낄 것이며, 모든 경험을 제멋대로 판단할 것이라고 하죠. 죽음을 생각하면 삶에 중요한 가치를 살펴볼 수 있다고도 합니다. 

  죽음을 통한 삶의 의미와 아름다움에 대한 설명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 작가의 말도 사실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의 동의어입니다. 라틴어인 이 말은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너는 언젠가 죽는다는 걸 기억해라"라는 의미입니다. 라틴어, 즉 로마시대부터 사용되었다는 말입니다. 다만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사람마다 달라집니다. 위키피디아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우쭐대지 마라. 너도 죽을 수 있다. 그러니 겸손해라'라고 해석합니다. 어떤 사람은 메멘토 모리를 통해 돈보다는 가족과 소중한 사람에 신경 쓰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정재찬 교수가 쓴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에서도 죽음을 앞에 둔 사람들을 말합니다. 천 명의 죽음을 지켜본 한 호스피스가 쓴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라는 책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죽을 때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 중 첫 번째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였답니다. 그다음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친절을 베풀었다면'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면' '꿈을 이루려 노력했다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더라면'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기억에 남는 연애를 했더라면'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고향을 찾아가 보았더라면'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맛보았더라면' '결혼했더라면' '자식이 있었더라면' 우리는 특별한 어떤 것이 아니라 삶의 가장 평범한 일들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는 것입니다. 

 2. 나의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 디엠'


 인간은 죽음을 경험합니다. 직접적 죽음은 제가 죽는다는 것이고, 간접적 죽음은 제 주변 사람의 죽음을 말합니다. 혈기왕성했던 스무 살 무렵 죽음을 자주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혈기왕성하지만, 지금은 혈기왕 정도..) 그 계기는 한 연예인의 돌연사였습니다. 평범하게 잠을 청하다가 돌연 죽음에 이르렀다는 기사였는데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돌연사보다는 교통사고나 지병으로 죽는 경우가 훨씬 많지만, 지병으로 죽거나 길을 건너다 교통사고보다 더 무서웠습니다. 예측할 수 없기에 더욱 두려움은 커집니다. 그때는 '카르페 디엠'을 잘못 해석하여 쾌락주의적 삶을 살기도 했습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다 해봐야지 - 그래야 후회 없지 하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때 생긴 생활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자기 전 침대에 누웠을 때 '내가 내일 눈을 뜨지 못하더라도 오늘 만족할 삶을 살았는가? ' 하고 스스로 물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매일 100을 넘어선 120을 하려고 했습니다. 모든 에너지를 다 썼고, 모든 것에 집중했습니다. 그게 치열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중요한 삶의 가치와 목표로 여겨 살았습니다. 

 지금, 그리고 여기서 저는 매일 최선을 다해 살고 있습니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 말은 제가 죽지 않는다라는 말이 아닙니다.  '죽음'이라는 두려움으로 스스로 협박하지 것을 말합니다. 죽음으로 지금의 삶에 충실하라고 하는 방식은 등 뒤에 칼을 들이밀면서 쉬지 말고 뛰라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이런 방식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지만 그 과정은 언제나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네. 저는 이제 '메멘토 모리'보다는 '카르페 디엠'을 추구합니다. 죽음의 두려움 속에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의 기쁨을 바라보며 살아야겠습니다. 삶이 죽음보다 더 찬란한 이유가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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