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폴스 Mar 18. 2020

코로나 사태를 대하는 교사의 자세

학생들을 기다리고 수업을 준비하는 나


코로나 사태로 사회가 얼어붙고 있습니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따뜻했는데, 마음만큼은 오히려 더 차갑게 느껴집니다. 봄이 오고 있지만 봄을 만끽할 분위기가 아닙니다.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외출과 만남이 사라져 갑니다. 확진자들에 대한 비난도 커지고 있습니다. 어디가 안전한지 모르는 사회 안전망에 대한 의문도 뭉게뭉게 피어납니다.

 코로나 확산 저지를 막기 위해 의료종사자들이 최선을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들도 조금씩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늘어납니다. 마음 아픈 일입니다.

 반면 저는 최대한 외출을 하지 않고  외출할 때면 마스크를 쓰고 다닙니다. 제 한 몸만 생각하고 있는 거죠. 우리나라가 이렇게 혼란한데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입니다. 

  어제 우연히 아내와 뉴스를 봤습니다. 대구와 경북에서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바람에 의료진들이 너무 힘들어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알고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대구로 가고 있다는 보도였습니다. 이 두려운 상황에서 최전선으로 뛰어든다는 건 참 대단한 일입니다. 하루 종일 집에만 있던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의 소설에서 의사 리외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모든 일은 영웅주의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것은 단지 성실성의 문제입니다. 아마 비웃음을 자아낼 만한 생각일지도 모르나,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입니다. 내 경우로 말하자면 성실성은 자기가 맡은 직분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알베르 카뮈 <페스트>



 의사의 본질은 아픈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이기에 그들은 자신의 병원을 닫고 대구로 향했습니다. 대구로 자발적으로 간 사람들은 영웅이라고 합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따라 실천한다고 하면서 말이죠. 


 그렇다고 해서 대구로 가지 않는 의사들은 영웅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는 많은 환자들이 있습니다. 대구에 가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일을 하고 있다면 이미 충분합니다. 그 의사들도 자신의 위치에서 성실하게 일하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사태에서 제가 의료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미안해하며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제 성실성을 돌아봅니다.



 교사인 저는 성실하게 살아왔는지 반성해봅니다. 교사들이 무능하다고, 무책임하다고, 전문성이 없다고, 믿지 않는다는 사회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더라도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하게 학생들과 생활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제 삶을 보여주고 학생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제 직분입니다. 교사로서 성실하게 살자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부의 정도와 가르침의 정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