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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폴스 Jan 14. 2021

1. 끝나지 않는 갤러그 게임

왜 나는 미니멀 라이프 교사가 되려 하는가



 심리학자 소냐 류보머스키 교수는 행복의 50퍼센트는 유전, 10퍼센트는 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남은 40퍼센트는 매일 하는 행동에 좌우된다고 주장한다.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선천적인,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유전은 행복의 절반을 만든다.

 미니멀 라이프 교사가 되기 전까지, 나는 선천적 행복에 안주하며 살았다. 부모님이 주신 타고난 낙천적이고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생활했다. 유전적 행운에 만족했고, 행복하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여겼다. 내가 직접 실천하면서 바꿀 수 있는 일상적 행동이 행복에 40%나 영향을 주는 대도 말이다. 더 행복한 삶을 위해서 내 주변의 환경과 나의 행동을 개선하기로 마음먹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는가. 먼저 나를 돌아봐야 했다.


 - 끝나지 않는 갤러그 게임 


 나는 갤러그 게임처럼 살았다. 친구가 한 단계를 넘으면 나도 넘었다. 친구가 결혼을 하기 시작하자 나도 결혼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 친구가 육아를 시작하자 나도 그 얼른 애를 낳아야 할 것처럼 조급해졌다. 아직 마음의 준비, 경제적 준비도 안 되었는데 말이다. 친구들이 집을 사야 한다고 다급하게 말하자 나도 은행에서 빚을 내 집을 사야 하는지 한참을 고민했다. 하나의 스테이지를 끝내면 다음 스테이지가 이어지는 것처럼 나의 삶은 갤러그 게임이었다. 

 끊임없는 게임은 결혼, 육아, 주택 마련처럼 큰 단계뿐만이 아니다. 매일의 삶이 갤러그 게임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빈둥빈둥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면 보이지도 않는 누군가에게 뒤쳐지는 기분이었다. 결국 나는 보이지도 않는 상대를 생각하며 숨 가쁘게 하루를 보냈다. 하루가 끝나면 다시 다음 스테이지를 준비했다.  

 

 교사로서는 어떤 생활이었을까. 교사의 삶은 당연히 갤러그 게임이었다. 모든 적을 물리친 가장 강력한 존재, 바로 만능 교사가 되기 위한 과정이었다. 만능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다. 우선, 학생과 신뢰 있는 관계여야 한다. 또한 재미있고 효과적인 수업을 해야 한다. 공문처리나 기안도 깔끔하게 하고, 동료 선생님들과도 두루 잘 지내야 한다. 학부모들과 소통도 자주 해야 한다. 교사의 전문성을 위해 연수도 들어야 한다. 

 자동차 연료가 떨어져 경고등이 깜빡이면 연료를 채워야 한다. 만능 교사가 되기 위해 나의 몸과 정신은 자주 경고음을 냈지만, 나는 누구나 겪는 어려움이라며 당연시했다. 무한 경쟁 시대인 요즘 시대에 그렇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냐고 생각하며 말이다. 그렇게 나는 하루하루 소진되어 갔다.


읽어야 할 책은 끝이 없다.


- 언제까지 채워야 할까?

 

 내 삶과 교사로서의 삶이 게임이라면, 가장 큰 문제는 끝이 없다는 점이다. 인생의 스테이지는 죽을 때까지 이어졌고, 만능 교사가 되기 위해 채우고 해야 할 건 너무나 많았다. 나는 개인으로서, 교사로서 채우는 삶을 살았다.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를 읽기 전까지.

  도미니크 로로는 <심플하게 산다>에서 물질만능주의와 탐욕을 비판한다. 자유롭고 잘 살기 위해서는 물건을 사고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물건들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삶이 변화됐다고 말한다.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이 모두에게 만병통치약이 될 순 없다. 다만 숨 가쁘게 채우며 살아온 나에겐 필요했다. 나는 모든지 잘해야 하고, 모든지 해야 하는 맥시멀 라이프를 살았기 때문이다. 


- 교실을 정리하며


 어제 졸업식을 마치고, 교실에서 간단히 교실 정리를 했다. 파견을 가기 전 간단하게 물건만 정리할 심산이었다. 서랍을 열자 언제 샀는지도 모르는 물건들을 발견했다. 먼지가 잔뜩 껴있는 교구도 있었다. 너무나 많은 물건들이 교실에 있었지만, 어떤 물건이 있는지도 모르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내가 부끄러웠다. 물건으로 가득 찬 교실이 정리하지 않고 무작정 구겨 넣는 나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매일매일 개인으로서, 교사로서 부단히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나’는 어디 구석에서 먼지가 쌓여가고 있었던 것이다. 겨울 방학 동안 ‘나’를 찾아 수북이 쌓인 먼지들을 걷어내고 싶었다. 나는 ‘미니멀 라이프’라는 걸레로 청소를 시작하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한 교사가 될까?     

 

 나는 이제까지 25%의 아버지 유전자에 의지해 살았지만, 이제는 10%의 환경과 40%의 행동에 집중하기로 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나의 생활과 삶을 개선하자 오롯이 ‘나’의 삶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더 행복해졌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개인과 교사로서 행복하게 살기 위한 미니멀 라이프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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