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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폴스 Jan 18. 2021

2. 미니멀 라이프 교사라니?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


-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


 미니멀 라이프로 살겠다고 마음먹고, 가장 먼저 행복의 40%를 차지하는 ‘매일 하는 행동’을 돌아봤다. 매일 하는 행동은 꾸준한 습관과 일회성 행동이 있다. '만약, 내가 가진 습관이 나를 기쁘게 한다면 매일이 행복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이동진 독서법>에서 이동진은 삶을 이루는 것 중 상당수는 사실 습관이고, 습관이 행복한 사람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에 달려있다. 우리의 삶이 한 편의 단막극이 아니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연속극이어서가 아닐까.      


 쨌든, 나는 내 습관을 돌아보기로 했다. 막상 내 습관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더니 막막했다. 한참을 생각해 고작 떠오른 습관은 긴장하면 손톱을 물어뜯거나 집중할 때면 인상을 쓰는 것 뿐이 없다. 세 끼 식사를 꼭 챙겨먹는 것 이외에는 마땅히 매일 하는 행동이 없었다. 주중에는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이 일정하지만, 주말은 기약 없이 잠을 청했다. 운동도 몸이 근질근질하거나 소위 feel이 올 때 밖으로 나갔기에 습관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랬다. 내 하루에는 매일 하는 행동이 없었다.


 습관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66일이 걸린다고 한다. 66일은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의 심리학자 필라파 랠리와 그의 팀의 연구에서 밝힌 결과다. 66일은 2달을 조금 넘는 기간으로 짧아 보지만, 사실 꽤 긴 시간이다. 작심삼일을 22번이나 반복해야 도달할 수 있는 기간이다. 이 긴 기간 동안 습관을 만들기 위해선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단군신화에서 호랑이와 곰이 100일 동안 쑥과 마늘로 버틴 이유는 인간이 되고 싶은 간절한 소망처럼 말이다.     

 내 동기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함이었다. 이제 다시는 갤러그 게임 속 비행기가 되어 스테이지를 깨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싶지 않았다. ‘행복한 삶’만큼 강력한 소망이 어디 있을까.



-  맥시멈리즘 시대에 미니멀리즘이라니


 나는 일상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미니멀리즘’을 기준 삼기로 했다. 미니멀리즘은 지금의 삶을 충실하게 느끼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이 행복을 지속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미니멀리즘은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흐름을 말한다. 이런 가치관 아래 단순하고 간결하게 살아가는 것이 미니멀 라이프다. 미니멀 라이프라고 하면 최소한의 물건으로 생활하는 것을 떠올리기 쉽지만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은 물건에 국한하지 않는다. 미니멀 라이프는 행동, 생각, 관계, 수업에도 적용된다.     


 최소한의 행동, 최소한의 생각, 최소한의 관계, 최소한의 수업을 추구한다고 하면 누군가는 시대를 역행한다고 말할지 모른다. 지금은 많은 물건, 많은 생각, 많은 관계를 부추기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흐름에 교육도 피해 갈 수 없다. 급변하는 미래사회가 폭발적으로 지식이 증가하면서 학교에서 배워야 할 내용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개정되는 교육과정은 매번 양을 줄이고 적정화한다고 말하지만, 교실에서는 여전히 배울 내용이 많다. 그것뿐이랴. 각종 교육들이 중요하다며 학교 교육으로 계속 들어오고 있다. 세월호 사건으로 수상 안전의 중요성이 커지며 전국의 초등학생들은 생존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 AI 교육과 SW 교육도 들어왔다. 물건을 줄지 않고 점점 늘어나는 것처럼 학교 교육에서 덜어내는 것은 없는데 계속 새로운 교육이 추가된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진정으로 가르쳐야할 것들의 가치와 중요성은 점점 입지가 좁아진다. 


-  미니멀 라이프 교사로 산다는 건


 미니멀리즘은 우리가 가진 수많은 것들의 본질을 찾는 과정이 아닐까. 내가 가진 물건의 진정한 가치를 찾고, 내 주변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 내가 잘 살아가고 있는지 물음을 던지는 것처럼 말이다.     

 물건이 많아질수록 개당 물건의 가치는 떨어진다. 신발 두 켤레가 있는 신발장과 신발 이백 켤레가 있는 신발장을 비교했을 때, 신발 한 켤레는 누구에게 더 가치가 있을까. 삼십 명이 함께 하는 술자리와 세 명이 함께 하는 자리 중에서 누구의 말에 더 잘 귀 기울일 수 있을까.     


 불필요한 수식어를 걷어내면 글의 알맹이가 드러나듯이. 우리의 삶. 교사의 삶에서 미니멀리즘이 필요하다. 미니멀리즘은 내 삶의 불필요한 부분을 걷어내 일상을 집중하기 위한 과정이자 노력이다. 미니멀 라이프 교사는 교사의 본질과 역할에 집중하는 교사다. 각종 업무와 페이퍼 워크, 각종 의무 교육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 아이들을 바라보는 교사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미니멀 라이프 교사가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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