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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폴스 Jan 29. 2021

교사의 글쓰기

교사의 글쓰기와 가르치는 일은 닮았다.

 우리나라에서 좋은 교사가 되는 건 참 어렵습니다. 교사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역할이 늘어난다는 말은 그만큼 교사가 갖춰야 할 지식과 기능이 많다는 말입니다. 아이들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고, 전염병 예방도 해야 하고, 아동가 아동학대나 가정폭력이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물론 좋은 수업은 기본이지요. 이런 요구는 안전연수, 아동학대, 청렴 등 해마다 들어야 하는 연수로 이어지는데, 해마다 필수 이수 내용은 늘어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작년에는 유튜브 동영상 촬영과 편집까지 배워야 했습니다. 급변하는 시대이기에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이런 급변하는 시대일수록 교사는 더욱 중심을 잡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사가 중심을 잡기 위해선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교사라  배려와 소통,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춰 교육과정 전문성, 수업 기법을 향상시켜야겠지만, 자신만의 교직 방향을 갖게 하는 글쓰기야말로 교사가 꾸준히 힘써야 할 부분입니다. 


 어떤 종류의 글이든 쓰시기 바랍니다. 글의 갈래를 불문하고 직간접적으로 개인의 삶과 교사의 삶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일기나 수업 성찰과 같은 성찰적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삶을 성찰해야 합니다. 성찰은 자신이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고,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지요. 성찰을 통해 개인은 행동이나 생각이 성장하게 되고, 달라진 모습으로 아이들을 대하게 됩니다. 결국 교사의 성찰하는 삶이 아이들의 삶까지 이어집니다. 

 문학적 글쓰기도 좋습니다. 시나 이야기 모두 사람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동시를 쓰는 교사는 동시를 노래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지 않을까요.

 논리적 글쓰기도 좋습니다. 논리적인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문제를 깊게 바라봐야 합니다. 교사는 자신만의 관점을 갖게 되고, 좋은 수업으로 연결됩니다. 


 어떤 글을 쓰더라도 교사의 삶과 연결됩니다. '어떤 교사가 돼야겠다' 혹은 '우리 반 아이들을 어떤 아이들로 성장하게 해야겠다'라는 철학으로 말이죠.  교사의 글쓰기는 종류가 다를지라도 '사유'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교사는 지식과 생활 태도, 즉 삶을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무엇이라는 지식, 어떤이라는 생활은 끊임없이 사유해야 합니다. 


 

 글쓰기는 사실 잘 태가 나지 않습니다. 이 부족한 글을 쓰기 위해 몇 번이고 고쳤다 지웠는지 모릅니다. 효율적이지도 못하고, 생산적이지도 못합니다. 들어가는 노력과 노력에 비해 반응은 초라합니다. 게다가 비문이며, 논리적 모순이 많아 공격받기 일쑤입니다. 반면의 인스타그램에 예쁜 사진 한 장을 올리면, 많은 이의 관심을 끌고 반응도 즉각적입니다. 그럴 때면 '왜 나는 글을 쓸까' 하고 생각합니다. 피곤하게 머리를 싸매지 말고, 사진이나 올리면 될텐데 말이죠.


 생각해 보니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글쓰기와 비슷합니다. 가르치는 일은 아이들을 180도로 극적으로 바꾸는 게 아니라 서서히 이루어집니다. 학원을 다녀 성적이 오르는 것에 비해, 학교에서 선생님의 가르침은 잘 태가 나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매일 열심히 자료와 교구를 준비해 수업을 하지만, 교사의 노력을 알아주는 이는 드뭅니다. 오히려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학부모는 민원을 넣거나 관리자는 책임을 묻습니다. 그럼에도 교사는 아이들을 건성으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글을 쓰며 오늘도 또 하나를 배웁니다.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는 것처럼 아이들을 대해야겠습니다.

 오늘도 글을 끄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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