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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폴스 Feb 01. 2021

교사의 직업병

수업에 쓸만한 것들을 수집하는 일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양평은 갈 때마다 여유가 느껴지는 매력적인 곳입니다. 양평으로 인사이동을 하고, 정착하고자 생각했던 때가 있습니다. 양평에는 제가 좋아하는 작은 학교가 많고, 좋은 선배 교사들이 많다고 소문이 자자했으니까요.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부족한 제가 훌륭한 선배들과 함께 생활하면 조금이나마 성장하지 않겠습니까? 현실적인 여러 이유로 양평에서 근무하진 못했지만, 양평은 마음속에 항상 품고 있는 지역입니다. 


 지난주 고향 친구와 약속이 있어 양평에 다녀왔습니다. 친구와 밥을 먹고 유명한 양평 스타벅스 DTR 점에 갔습니다. 3층짜리 DTR 점은 엄청난 규모였는데, 남한강 바로 옆에 있어 멋진 뷰를 볼 수 있었습니다. 3층에 앉아 밖을 봤는데, 강이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큰 폭의 강이 언 모습은 처음이라 가만히 보고 있는데, 바람에 따라 작은 눈 알갱이가 움직였습니다. 바람에 따라 눈 알갱이가 역동적이게 움직였습니다.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부는지, 얼마나 강하게 부는지 눈으로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마법처럼 보이는 바람에 따라 눈 알갱이가 쌓여 작은 언덕을 이뤘고, 언덕이 사라지거나 새로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는데, 커피를 마시던 많은 분들도 신기한지 사진이나 영상을 찍었습니다. 그 광경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뜬금없이 사막의 형성 과정이 떠올랐습니다.


 바람에 따라 눈이 쌓여 언덕을 이루는 과정은 사막에 언덕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같습니다. 풀이 있는 초원이나 나무가 있는 땅에 비해 사막에 있는 모래는 바람에 잘 날립니다. 이런 환경에서 모래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강한 바람이 꾸준하게 분다면 모래 언덕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6학년 2학기 세계지리 수업에 사막 기후를 배웁니다. 사막기후의 특징과 사막 기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살펴보는 내용이 있는데, 주로 설명으로 배웠습니다. 이 수업을 할 때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 저는 평소 사진을 잘 찍지 않는데,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찍었습니다. 


 "선생님이 지난겨울에 양평을 갔는데, 바람이 부니까 눈들이 막 날리는 게 보였어. 만약 눈이 아닌 작은 모래가 강한 바람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모래가 계속 날리겠지? 그렇다면 사막 지형에 집은 어떤 모습일까?" 

 "사막에는 강한 모래바람이 불어. 그런 모래바람이 계속 불면 모래 언덕이 만들어지겠지? 사막 사진을 보면 이렇게 언덕이 보이지? 사막은 아니지만, 눈이 쌓여 언덕을 만드는 영상을 보여줄게. 선생님이 직접 찍었어."


 어떤 직업이나 직업병이 있습니다. 교사의 직업병은 배움과 연결된 것들을 수집한다는 것입니다. 수업에 활용할 만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기록하고, 사진으로 남깁니다. 예시로 보여주면 도움이 될만한 사진이나 영상, 글이 있으면 기록하거나 다운을 받습니다. 기존에 사용했던 것들보다 더 적절하거나 효과적인 생각이 든다면 또 수집합니다. 이런 교사의 수집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한 계속됩니다.



 친구와 커피를 마시다가도 수업을 생각하는 걸 보니, 이제 저는 빼박 선생님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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