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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폴스 Feb 04. 2021

수업은 템빨이 아닌 캐릭터빨

좋은 수업은 교구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교사에 의해 만들어진다.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 찾기>는 친구 ‘폴’과 ‘토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마트폰을 들고 사는 쇼핑광 ‘폴’과 자기 관리를 잘하는 ‘토니’가 모든 물건을 버리고 하루에 한 가지 물건만 사용하며 100일을 보내는 내기를 시작한다. 이 영화는 ‘많은 물건을 소유하는 현대의 우리는 정말 행복할까?’라는 의문을 던지며 진정한 물건의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이 질문을 교실 속 상황으로 바꾸면 아마도 이 질문이 아닐까.


  많은 교구(교육용 도구)를 활용하면 아이들은 정말 잘 배울까?

     

 교구(교육용 도구)는 수업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도와주며, 수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사용한다. 학습 보드, 교실 매트, 감정 카드를 포함한 각종 카드, 큰 주사위, 자석들, 각종 도장, 각종 공책, 태블릿 등으로 많은 교구들이 쏟아져 나온다.

 다양한 교구를 활용하면 수업이 화려하고 풍부해 보인다. 오늘 배운 내용을 공책에 정리하는 수업 마무리 활동 대신 개인 화이트보드를 이용하면 도전 골든벨로 수업을 정리할 수 있다. 아이들은 재미있게 참여하고, 골든벨에 몰입해 수업도 잘 마무리된 것처럼 보인다. 아이들이 쓴 글을 확인한 뒤 여러 종류의 도장 중에서 적합한 도장을 찍어준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웃는 모습이 찍힌 글을 보고 피드백을 받는다. 최근에는 수업에서 태블릿이 자주 활용되는데, 아이들이 직접 검색해서 관련 사진이나 영상을 찾아보기도 한다. 

 여기서 교사는 화려하고 근사해 보이는 수업이 배움(학습)에는 정말 더 유의미한지 따져봐야 한다.



 교육전문가 알렉스 비어드는 <앞서가는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에서 전 세계 학습 혁명을 실현하고 있는 현장을 관찰했다. 이 책을 보면 도구에만 치중하고 있는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술 혁신에만 치중해 학습의 결정적인 요인은 어떤 도구를 쓰느냐가 아니라 교사들일지 모른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연결성과 컴퓨터 성능의 개선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거꾸로 교실에서 적응성 환경, 블랜디드 러닝, 개별화 학습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학습이 대두했지만, 그 효력이 입증되지는 못했다. 40여 개 국가의 학생 수만 명을 조사한 경제협력개발기구의 한 보고서(Students, computers and learning, OECD)에 따르면, 아이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보내는 시간이 길수록 몇 가지 시험 점수가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 정부는 정작 중요한 교사들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새로운 기기만 있으면 생산성이 저절로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오류를 범했다.
                                            <앞서가는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59쪽(알렉스 비어드, 아날로그)>


 저자는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기기의 사례를 통해, 새로운 기기의 등장이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쩌면 저자의 통찰은 전자기기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수업 속 교구에도 해당하지 않을까.우리는 수업에 활용할 만한 기술(태블릿 등)이나 수업 도구에 너무 치중했던 건 아니었을까. 

 

 급변하는 시대에 교육은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오히려 교육의 본질을 잊어버린 채 기술과 수업 도구를 받아들이기에만 급급했다. 

 

  알렉스 비어드의 말처럼 아이들의 배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교사다. 새로운 교구와 기기의 사용 방법을 설명하는 시간에 아이들의 말을 경청하고, 눈을 바라봐야 한다. 아이들의 글을 읽고, 도장을 찍는 게 아니라 교사의 정성 어린 손글씨가 더 소중하다. 화려하고 다양한 교구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교사는 따뜻하고 효과적으로 수업을 할 수 있다. 교사의 발문과 수업 활동만으로도 충분하다. 


 내 수업에서 가득했던 아이템들을 걷어내니, 나라는 캐릭터만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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