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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폴스 Jul 16. 2021

교장, 교감은 관리자일까. 교사일까

관리자와 교사 사이에서

 

 학년 담임, 학년 부장, 교과 전담, 연구부장과 교무부장 같은 업무 부장까지 학교에는 다양한 보직이 있습니다. 보직은 학교 내에서 해마다 임명되기 때문에 수평적 구조에서 이루어지는 이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작년은 학년 부장을 했지만 올해는 담임을 하기도 하고, 올해에 교무 부장이 내년에는 교과 전담을 하기도 합니다. 

  직책이 구분되지 않는 보직에 비해 승진은 상하 관계가 뚜렷합니다. 교사와 관리자(교감, 교장)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교사에서 교감, 그리고 교장으로 승진하게 됩니다. 학교 외부에서는 직위의 이름으로 교감 선생님, 교장 선생님으로 이들을 부릅니다. 그러나 학교 내부에서 우리는 이들을 관리자, 관리직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교장(감) 선생님은 선생님일까요. 아니면 교사일까요. 호칭 사용을 규정하기 위해서는 표현 이면에는 의미를 살펴봐야 합니다. 

 1. 교사라는 이름

  만약 여러분이, 어떤 교사가 학생들을 때렸다고 보도한 뉴스를 봤다고 생각해 봅시다.  교사는 의도적으로 학생에게 화풀이 목적으로 때렸습니다. 여러분은 이 뉴스를 보고 이 특정 교사를 어떻게 봤을까요. 아마도 '저게 선생이야?' '저게 교사라고 할 수 있어?'라고 말했을 겁니다. 교사는 임용 시험에 합격하면 자격이 주었지만, 자격증만 있다고 우리는 교사라고 할 수 있을까요. 비단 이 질문은 교사라는 직업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자격증은 있지만 수술을 잘 하지 못하는 의사를 의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약 처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약사를 약사라고 할 수 있을까요.

 교육현상학자인 van Manen(2002/2012)는 공식적인 인정을 받았다고 해서 교사라고 보지 않습니다. 그는 특정한 상황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존재가 결정된다고  말합니다. 무슨 말일까요.

 

 우리의 존재는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가게에서 돈을 훔쳤습니다. 자신의 존재에 따라 이 상황을 다르게 봅니다. 경찰은 이 문제를 형사 혹은 민사적으로 처리합니다. 가게 주인은 보상 및 피해를 청구하는 방식으로 바라봅니다. 지역 뉴스 기자는 보도할 만한 내용으로 여겨 취재를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일상적인 상황은 존재에 따라 여러 상황이 될 수 있는데, 교사는 이 문제를 교육적으로 다루게 됩니다. 따라서 그는 교육학을 '일상적인 상황과 교육적인 상황을 구분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상황을 보고, 교육의 관점으로 보느냐에 안 보느냐에 따라 교사를 구분하는 기준이 됩니다. 따라서 그의 관점에서 교사는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 교육을 생각하는 사람'입니다.(van Manen, 2002, 정광순, 김선영 역, 2012) 

 위에서 제시했던 학생을 때린 교사를 교사라고 보지 않는 이유는 그의 행동과 모습이 교육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2. 교장(감) 선생님은?

 그렇다면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가르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회적 요구 및 변화로 인해 여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교실 속 교사를 살펴보면 보호자 역할도 하며,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 책임관, 상담사, 판사, 변호사, 종교인, 행정가, 건강 관리인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점점 교사라는 직업의 정체성이 흐릿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교사의 본질적인 역할은 학생을 교육하는 존재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교사는 가르치는 역할만 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렇게 할 수도 없지만,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교사로 존재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교사로 존재할 수 있어야 합니다.(정광순, 2016)

 교장, 교감 선생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 또한 시설 관리관, 안전 책임관, 행정 및 기획, 교사 상담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관리자 차이가 천차만별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관리자는 이렇게 하는 반면에, 어떤 관리자는 전혀 반대의 행동과 모습을 보입니다. 

 van Manen(2002)의 책 '가르친다는 것의 의미'에서 이런 상황이 나옵니다. 

 방과 후, 학교 현관문이 열쇠 구멍 속으로 나뭇조각을 끼워 넣고 있는 두 명의 남학생이 있다. 학교 주변을 살펴보던 교장이 이들을 발견했다. 교장을 본 두 남학생은 바로 도망갔다. 다음날 교장은 어제 두 남학생 중 한 명의 얼굴을 기억했고, 교실을 방문해서 그 학생을 찾았다. 교장은 어제 그 일을 누구와 했는지 친구의 이름을 말하라고 하였다. 남학생은 친구의 이름을 대지 않고, 버티자 화가 난 교장은 공공시설이나 물건을 파괴하는 것은 범죄이며, 공공의 재산을 축내거나 납세자에게 추가 부담을 준 아이를 가만둘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아이는 끝내 교장에게 비협조적이었고, 결국 5일간의 정학 처벌을 받았다.

 그리고 van Manen은 이 이야기 속 교장은 교사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교장이 보인 모습은 수사관, 경찰관, 판사에 가깝습니다. 선생님이 근무하고 있는 학교의 교감, 교장 선생님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 것 같나요. 만약 교장(감)이 선생님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가르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이 행동이 위험하고,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는 게 우선되어야 합니다. 

 van Manen의 해석적 관점은 우리가 교장(감) 선생님을 관리자라고 불러야 할지, 교사라고 불러야 할지 도움을 줍니다. 우리 학교의 교장(감)이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어떤 행동을 하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교장(감)은 관리자일까요. 선생님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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