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릴리슈슈 Oct 19. 2022

다래끼가 뭔지 알아

그러니까 자꾸 까먹어서 그런 거야



다래끼가 나려는지 눈이 불편해서

약국에 갔더니 알약과 안약을 내놓았다

알약을 먹으면 그동안 공들여 키워온 장내 미생물이 다 죽을까 봐 안약을 가져왔는데 (지난 잇몸치료 때 항생제를 일주일 먹고 많은 친구들을 잃었다)

24시간 용법에 맞춰 사용하며 지켜보니 이건 뭐 넣으나 안 넣으나 매한가지다. 약사님이, “넣어보시고 일주일 동안 안 나으면 병원 가세요” 라던, 갸우뚱했던 그 말이 이제 이해가 좀 가면서 역시 뭔가 이상하면 다른 데를 가봐야 한다..


그래도 장내 미생물을 택하여 모험을 시도한 건 나니까 암오케.. 오늘은 더 이상 눈 속 이물감으로 내 시간을 망칠 수는 없다 싶어서 퇴근길에 약국에 들르려고 했는데 그 동네 특성상 6시에 모두 문을 닫고.. 겨우 찾은 약국에서 익숙한 이름의 복용약을 사 왔다. 지난 이사 때 버렸었지.. 다래끼 약인 줄은 몰랐으니까 아까비..


그렇게 약을 사 와서 물끄러미 쳐다보며 망설이다가 한 알만 입안에 톡 넣었다. 미생물들아 안녕. 나도 너희를 정말 공들여 잘 키워보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됐다.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일, 조금은 미뤄도 될 일들, 그렇게까지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너무 많이 부지런히 꼬박꼬박 해왔다는 걸 안다. 그리고 도파민 때문인지 아드레날린 때문인지 그것들을 멈추지 못한 것도 안다. 그리고 다래끼는 나의 그 달리는 마음이 끝내 내 몸을 뚫고 나오려는 모양이라는 것도 안다.


하고 싶은 것을 모두모두 다 해낼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 것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의 용량을 아주 조금씩이라도 늘리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 아니 그보다도 이 용기가 새지 않도록 잘 단도리 해야하는 것을 안다.


그리고 내가 바랐던 , 그냥  많이 웃고 살고 싶은 거였잖아? 그걸 기억하기를 나에게 바란다.

잊어버리지 .







#단정한100일의반복

#다래끼

#약

#용량

#진짜는




작가의 이전글 정면승부하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