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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Jun 09. 2024

딸내미 학교 휴일 1-3일 차_240606-8

미국생활 293-5일 차



목금이 아이 휴일이라 해야 할 일은 미리 다 해뒀다. 그런데 막장 조모임 멤버들 때문에 망했다. 조 과제를 4명이 나눠서 하기로 해서 나는 미리 다 하고 공유했는데, 한 명은 수업을 수강 취소한다는 말도 안 하고 조용히 사라지고, 한 명은 과제 기한을 24시간도 안 남기고 수강 취소를 선언했다. 덕분에 그 사람들 과제를 나와 남은 다른 한 명이 나눠서 하는데, 다른 한 명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교수한테 시간 연장을 요청했다. 나는 어떻게든 할 수는 있었는데 그냥 그런 가보다 했더니, 이번에는 그 사람이 연장된 과제 기한을 3시간인가 남겨두고 수강 취소를 했다.


결국 남들은 넷이서 하는 과제를 혼자서, 그것도 과제 기한을 두 번이나 넘겨가며 억지로 하게 됐다. 교수가 기한도 연장해 줬고 백번 양보해서 이렇게 하면서 공부도 된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예상하지 못하게 치고 들어오는 건 진짜 아니다. 그것도 딸내미 휴일에 정신없는데.


전에도 썼지만, 개인주의라는 게 편한 점도 있지만 안 좋은 점도 있어서 여기는 유독 조모임 프리라이더 비율이 높다. 거기다 여름 학기는 필수 수강도 아닌 상황이라 힘들지만 유명한 수업을 듣던 동기들이 수강 취소 마지막 기한에 이런 막장을 많이 저지르는 것 같다. 결국 목, 금, 토 3일 내내 틈틈이 과제할 시간 찾고 해내느라 신경을 써야 했다.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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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은 그래도 그럭저럭 잘 보내고 있다. 목, 금 모두 딸내미는 플레이 데이트에 나섰다. 심지어 목요일은 플레이 데이트를 두 탕이나 뛰었다. 금요일에도 플레이 데이트를 가는 길에 여기저기 떠도는 학교 친구들과 그 부모들을 만났다. 다들 어떻게든 살아내느라 바쁘다. ㅎㅎ


휴일동안 그래도 딸내미는 여러 가지 새로운 것들을 하게 되었다.


   

자전거를 잘 타게 되었다. : 딸내미 자전거를 결국 샀다. 원래는 한국 돌아가면 사줄 셈이었는데 하도 부러워해서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잘 타게 되었다기보다 처음부터 잘 탔다. 보조 바퀴가 있는 거지만 그래도 거의 생전 처음 타는 자전거를 처음부터 잘 타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5-8세 용 헬멧을 샀는데 작은 건 왜지… ㅋㅋ


놀이터 물놀이를 하게 되었다. : 뉴욕 놀이터에서는 여름이면 물이 나온다. 다른 애들은 환장을 하고 노는데, 원래 얼굴에 물 튀는 걸 질색하는 딸내미는 못 놀고 있었다. 그러다 어제 새로운 놀이터에 플레이 데이트를 가면서 남편이 ‘여름에는 다들 물 나오는 놀이터에서 놀아. 너 거기서 못 놀면 혼자 놀아야 돼.” 했더니,  용감하게 시도했고 결국 즐기게 되었다. ㅎㅎ

맨해튼엔 이렇게 물 나오는 공원/ 놀이터가 동네마다 있다.


가라테 첫 승급을 했다. : 흰 띠에서 파랑 띠로 승급을 했다. 오늘 따로 승급 심사를 하면서, 선생님이 이 것 저 것을 해보라고 시켰다. 4살에 흰 띠인 딸내미는 선생님 동작을 따라 하는 데 그쳤지만, 나름대로 어찌나 열심히 하던지 ㅎㅎ 이 악물고 펀치/ 니킥을 할 때는 웃음 참느라 혼났다. 파란 띠 받고는 또 얼마나 흐뭇해하시던지. 마치고 다른 엄마들이 와서 딸내미 너무 귀엽다고 몇 번을 얘기했다.

펀치 중 ㅋㅋㅋ


날씨 때문에 여행을 못 가서 아쉬웠는데, 또 나름 깨알같이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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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사건(?)이 있었다. 맨해튼 한가운데서 동네 아주머니를 만났다. 중학교 때부터 내내 살던 친정 동네의 이웃 아주머니인데, 아들이 맨해튼에 사는 건 알았지만 플레이 데이트 마치고 잠깐 들른 마트에서 딱 마주쳤다.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데 돌아보니 그분이었다. 나는 얼굴을 알아보고도 현실 인식이 안돼서 어벙벙했다. 영어가 안돼서 혼자 안 다니셔서 맨해튼에 오고도 따로 연락은 못했는데, 희한하게 오늘 커피가 마시고 싶어 잠깐 아들과 헤어져 마트에 왔다가 내 목소리를 들으셨단다. 그때 시간이 3시였는데 밥을 꼭 먹여야 한다고 하셔서 점저를 얻어먹고, 빵을 백 달러 넘게 떠안았고, 아이스크림까지 얻어먹었다. 너무 많이 사주시려고 해서 중간에 좀 빼다가 오히려 더 많이 얻어먹기도 했다. 이렇게 얻어먹어도 되나 싶었지만, 동시에 나도 이렇게 반가운데 얼마나 반가우실까 싶기도 했다. ㅎㅎ


당분간 빵만 먹고 살아도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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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럭저럭 휴일을 잘 보내고 이제 내일 하루 남았다. 딸내미는 이틀을 너무 열심히 놀았는지 어젯밤에는 살짝 열이 나서 오늘은 집에서 쉬었다. 내일은 공원이나 잠시 나갈까 싶다. 휴일에 애를 적정하게 잘 놀리는 게 쉽지 않다. 곧 여름방학이 시작인데, 2달 넘는 방학 중 서머 캠프는 불과 3주 보낸다. 부모님도 오시긴 하지만 그래도 서머 캠프를 조금 더 잡아야 하나 싶다. 아무래도 내가 막달이 되거나 출산하고 나면 계획하는 게 쉽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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