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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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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Jun 23. 2024

집 앞 대성당 구경_240621

미국생활 308일 차



내가 사는 동네의 장점 중 하나는 멋진 성당을 접하고 있다는 점이다. 집에서 길만 하나 건너면 고딕 스타일의 엄청 큰 성당이 하나 있다. 관광지로도 유명해서, 거의 지날 때마다 단체 관광객들이 주변에 서있다.



원래 서울 사람들이 남산 타워 안 가보듯, 우리도 딱히 성당을 가본 적은 없지만, 매일 멋진 건물을 보며 지나다니는 것만 해도 기분이 좋다. 이사 초기에 집에 벌레가 많아서 입맛 없을 때는 이 성당 계단에 앉아서 요거트를 아침 대신 먹기도 했고.


크리스마스 미사 때도 한 번 들어가 보긴 해서 딱히 더 가볼 생각은 안 해봤는데, 딸내미 친구 엄마가 성당의 투어 프로그램을 알려줬다. 가이드를 따라 성당 천장까지 올라가는 프로그램인데, 자기가 뉴욕에서 경험한 것 중 가장 멋졌다고 했다.


2명 입장료가 55불에, 오늘 낮 기온이 34도, 투어 시간도 딸내미 하원 시간에 걸쳐 있어 딸내미도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했지만, 가보기로 했다. 이사 가기 전에, 더 배 불러오기 전에.


아이는 맨날 공동 육아 하는 친구네 내니에게 1시간만 부탁했다… ㅎㅎ 남편이 맨날 놀이터에서 살면서 공동 육아를 한 덕에 다른 집 내니 덕을 다 봤다.


이 지역에 산다는 70대쯤 되는 할아버지가 가이드를 맡았고, 미국 각지에서 모인 7명의 관광객들이 한 팀을 이뤘다. 성당 내부를 간단히 보고 잠긴 쪽문으로 들어가 나선형 계단으로 뱅글뱅글 돌아 올라갔다. 층마다 멈춰 서서 성당이나 바깥 풍경을 보고 설명을 들었다.


비밀의 계단 같은 느낌 ㅎㅎ


1890년대에 로마네스크 스타일로 짓다가 비용 이슈로 공사를 중단한 후, 고딕스타일로 이어지었다고 했다. 그래서 보통의 고딕 건물들에서 볼 수 없는 구조들이 있다고.


그림 아래 동그란 천장은 원래의 로마네스크 스타일, 윗쪽의 아치형은 추가된 고딕 스타일


간혹 아티스트들을 여기서 살게 하며 작품 활동에 매진하게 하는데, 내가 좋아한 다큐멘터리 ‘Man on wire’의 주인공 (무너진 world trade center에 몰래 올라가 두 건물 사이에 와이어를 걸고 그 사이를 걸었던 아티스트)도 여기 거주 중이라고 했다. 이제 나이가 굉장히 많은데, 작년인가 성당 내부에서도 줄을 걸고 걸었단다. 그걸 놓쳤다니!


성당 내부가 울림이 워낙 좋아서, 음악 연주가 까다롭기도 하지만 그 나름의 멋도 있다고 했다. 맨날 프로그램들 써 붙여둔 걸 보고 지나가기만 했는데, 남은 기간만이라도 더 잘 살펴보고 참여도 해봐야겠다 싶었다.


그 외에도 투어를 하면서 성당 구조물을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었고, 꼭대기에 올라가선 익숙한 우리 동네도 새로운 각도로 봐서 좋았다.


다른 각도서 보니 또 새로운 느낌 ㅎㅎ


1시간 10분여 동안 이어지는 투어가 자신이 별로 없었는데, 막상 가보니 가이드 분도 그렇고 관광객들도 대부분이 나이 많은 분 들 이어서 속도가 나와 잘 맞았다. ㅎㅎ


뭘 보든, 뭘 경험하든, 내가 조금이라도 익숙한 것에 대해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아무래도 집 근처에서 맨날 보던 성당이고, 외양도 프로그램들도 조금 익숙해서 더 귀 쫑긋하고 들을 수 있었다. 잘 왔다! (그렇다고 뉴욕에 관광온 사람들이 굳이 들를만한 곳이냐 하면 그렇진 않다. 더 멋지고 역사적인 성당들은 유럽에 있고, 다운타운에도 큰 성당이 있다.)



+) 날씨가 날씨다 보니 성당 안도 많이 더웠다. 그래서인지 투어가 멈춰 설 때마다 남편이 부채를 꺼내 부채질을 해줬다. 남편이 나를 위해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게 굉장히 낯설었는데, 돌아보면 연애할 때 남편은 항상 그랬다. ㅎㅎ 그게 다정하다고 생각했던 거고. 정말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여유와 부부 둘 만의 시간이 진짜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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