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뉴욕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솜대리 Dec 12. 2024

휴식_241211

미국생활 468일 차




피곤하다. 어젯밤에는 둘째도 남편이 데리고 자 줬는데, 아침부터 피곤했다.


갈 때가 되니 신경 쓸 것도 많고, 할 것도 많고, 가기 전에 하고 싶은 것도 많아 좀처럼 머리도 몸도 쉴 일이 없었던 것 같다. 하루 종일 비가 오니 더 처지고. 그래서 오늘은 마음먹고 쉬었다.


다행히 첫째도 애프터스쿨 때문에 오후 5시에 마치는 날이었다. 남편과 번갈아 가며 둘째를 보다가, 집안일하다가, 아이가 자면 우리도 쉬었다.


오후 낮잠 때는 집 앞 카페도 한번 다녀오고. 샤프란 밀크 케이크를 먹었는다. 샤프란은 고급 식재료인데, 샤프란 세제 때문에 샤프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세제를 먹는 느낌이다 ㅎㅎ


한 번은 둘째 젖을 먹이다가 잠이 들었다. 30분이 지나도 방에서 나오지 않는 나를 남편이 찾아왔다가 둘째와 함께 잠든 나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둘째는 여전히 나를 보면 까르르 웃는다. 엊그제부턴가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는데, 꼭 나를 보고 웃는다. 아직 웃음소리를 몸이 감당 못하는지 웃음소리를 몇 번 내고 나면 이내 딸꾹질을 시작한다. 그 하찮음이 너무 귀엽다. ‘하찮은 귀여움’은 남편 표현인데 좀 긍정적인 뉘앙스로 바꿔보려고 해도 이 만큼 찰떡같은 단어가 없다.


우산이 구부러져서 눈물 투성이인 첫째를 하원시켜 오고, 남편이 그 우산을 고쳐서 모두가 신기해했다.


숙제를 해야 하는데 첫째가 자꾸 딴짓을 해서 ‘그럼 오늘 숙제 못하고 X 표시해야겠다’라고 으름장을 놨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숙제를 포기하고 X 표시를 했다. 당황한 기색을 감추고 ‘오늘만 하게 해주는 거야’라고 얘기하며 숙제를 다시 잡았다.


첫째를 재우고 나니 울음을 터트린 둘째를 아기띠 해서 둥가둥가 춤을 추며 재웠다. 울음소리가 끅끅하다가 서서히 잦아들고 둘째는 내 안에 폭 안겼다.


소중한 하루였다. 천천히 소소하게 함께하는 이 시간이 참 좋다. 한국에 돌아가고 다시 일을 시작해도 이렇게 아이들을 찬찬히 지켜보고 함께할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자면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뿐 아니라, 내 마음에 여유를 채울 내 시간도 필요해서 참 어렵긴 한데. 잘 만들어나가 봐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