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사회의 통제권력으로서 작동이 불가능한 집단이기 때문.
이 글은 하나의 질문으로 시작된다.
"만일 2024년 12월 3일 밤,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계엄군은 망설였을까?"
이에 대한 나의 생각은,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인터넷이 없었다면, 어제 국회의사당에 모인 수천명의 사람들이 모두 손에손에 폰을 들고 실시간으로 영상을 송출하고 있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어젯밤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그대로 1980년 광주 금남로가 되었을 것이다. 군은 명령을 내렸고, 국회의사당의 유리는 깨졌다. 계엄군의 군홧발을 막은 것은 그들의 양심이나 국회 앞을 둘러싼 시민들, 이 나라의 헌법이 아니라 사람들의 손에 손에 달린 스마트폰, 그를 통해 실시간으로 온 세상에 이들의 불법 쿠데타가 생중계되고 있다는 사실 그거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더 광범위한 정보 네트워크. 더 투명해진 정보 관리가 어제의 내란을 막았다.
그렇다. 어느 시점에서 이 세계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작동 원리로 움직이게 되었다. 대통령의 계엄 내란 기도가 스마트폰 때문에 가로막히고, 우크라이나 전역에서는 고작 콜라캔 하나 사이즈의 드론이 수십명의 병사들을 살해하고, 다른나라 바다거북의 코에 낀 플라스틱 빨대 사진 하나로 우리 전국민이 오랫동안 종이빨대라는 괴이한 물건으로 고통받는, 세상의 연결성이 더욱 강해지고, 하나의 작은 일렁임이 그 반대편의 해안에서는 쓰나미로 돌아오는, 그것이 몹시 평범한 일로 우리에게는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세계에서 국가를 경영하는 정치권력 역시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역할을 요구받는다. 단적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붕괴시켰던 IMF는, 김영삼 정부에서 주식 및 금융시장을 '국제화'시킨 것이 큰 원인의 하나로 지적된다. 이전까지는 외국계 자본이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못했으며, 국내 기업이 국내 은행들과 대출을 끼고 사업을 벌여왔지만, 김영삼 정부에서 주식과 금융시장을 해외에 개방하면서 국정 및 경제관리의 난이도가 수십배나 상승했다. 해외 자본과 함께 국제법이 경제에 개입되고, 과거의 관행들로는 예측한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되자, 우리 나라 경제가 단번에 붕괴한 것이다.
이러한 국제 경제의 민감한 상관관계는 대공황과 '오일쇼크'라는 개념으로 우리에게 더욱 잘 알려져있기도 하다. 프랑스의 루이지애나 부동산 투기가 대혁명을 부르고, 튤립에 대한 투기가 북유럽의 경제공황을 부르고, 중동의 유가 상승이 전 세계적인 경제침체를 불렀던 것처럼, 20세기에 발생한 고도로 긴밀하게 얽힌 국제적 문제들은 경제영역을 넘어서 정치와 문화, 사회 전반에 퍼져갔으며 개별 국가의 정치권력은 이들을 제대로 통제하기 어렵다. 과거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막대한 노동력이 투여되고, 기술 개발로도 이를 해결하기 어렵다. 기술 개발로 변수 예측이 쉬워지는 추이보다, 기술 개발이 만들어낸 새로운 변수들, 예를 들어 인터넷의 보편화라거나 스마트폰 혁신과 같은, 문제들이, 더욱 더 변수 예측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하여, 국가수준 정치권력은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고강도의 노동을 해야 한다. 정상적인 권력이라면.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하면서 다른 비서관들과 서로 서로 이빨 빠진 숫자를 두고 대거리를 했다는 이야기는 정상적인 정치권력이 어떻게 이 고차원적 국가경영 과제로 인하여 과로에 시달리는지를 잘 보여준다. 대통령실 등 공공기관은 국가조직이라 법률로 그 인원이 정해져있고, 사회변화의 속도는 제도의 변화를 훨씬 넘어선다. 예전 기준으로 편재된 직원들로는 오늘날의 국가경영사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한 낭만적 촌극들이다. 그런 문제가 문재인 정부 시기에도 크게 다르지 않아, 임종석 등 청와대 비서관들의 치아문제가 다시 반복된 바도 있다.
문제는, 보수 정치 집단이다.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그리고 윤석열까지. 이들은 국가권력으로서 현재의 고도화된 국가경영문제를 감당할 의지가 부족하거나 결여된 권력자들이었다. 대통령 이하, 온 직원이 매달려서 처리해야 할 다양한 국정과제들의 노동 강도를 소화하기에 오늘날의 보수 기득권 세력은, 그러한 과제를 받아들일 태도가 전혀 갖추어져있지 못하다. 그나마 좀 부지런했던 이명박은 노무현 정부가 물려준 건전한 재정을 망가트리며 사익을 추구했고, 박근혜 윤석열은 문고리 권력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먹고 놀기 바빴다.
보수 집단의 무능은 박원순 시장의 디지털 시장실을 무작정 철거하면서 재난 대응에 매년 실패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의 사례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것이 보수의 현주소다. 권력을 추구하며, 그 권력에서 발생하는 고도의 변수 판단과 그에 따르는 국가경영의 노력에는 전혀 소홀한 집단. 이것이 번번히 밝혀지는 무능한 보수의 실체다.
우리 사회에서 보수가 정치적 입지를 잃고 있는 추이는 사회 변화의 속도를 더디지만, 착실히 따라가고 있다. 매번 선거를 거듭할 때마다 보수정당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다. 검찰권력이라는, 거의 마지막 카드까지 꺼내서 한번의 선거에서는 이겼지만 그 결과가 무엇인가. 국가경영 능력이 없는 사람이 수반이 되면서 국정파탄이 재발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계엄 내란 기도로 무마하려는 최악의 결과가 나타났다.
사람들의 의식은, 사회 변화와 제도 변화보다 더욱 느려, 가장 늦게 반응하고 있지만 보수 정치 집단의 결과는 사회 변화를 비추어, 너무나 선명하다. 앞으로도 늘 보수는 실패할 것이다. 늘 보수는 무능함을 증명할 것이다. IMF 이래로, 그들은 과거의 단순한 국정경영을 넘어선 고도의 국가 행정 사무를 제대로 관장하고 있지 못하다. 검증되지도 않은 문고리 권력들에게 국정책임을 분담하며 놀고 자빠진 권력자들로 인하여 명태균과 최순실, 김건희라는 비선 권력이 마음껏 활개친다. 이것이 앞으로도, 보수 정치권력들에게서 반복될 문제다.
보수가 성공적인 정치권력이 되기 위해서는 (1)국제 문제와 국가 문제를 교차검토하며 국정 과제를 추진하는 어려운 과제를 능숙히 해낼 수 있는 고도의 지적 능력. 이건 엘리트 집단으로서 보수 집단에서 창출될 수 있는 능력이다. (2)짧게는 4년, 길게는 5년, 연입할 땐 8년 이상의 장기간 동안 늘 국정컨트롤이라는 중노동을 감당할 양심적 태도. 그런데 이것이 기득권인 보수에서는 창출될 수 없는 능력이다. 이것이 보수가 지금까지 실패했고, 앞으로도 실패가 반복되게 되는 원인이다. 공부 잘했으니 판검사, 의사에게 국정을 맡긴다 한들, 장기간 이를 감당할 양심과 태도를, 전혀 그들은 보여주지 못한다.
정치적 집단으로서의 보수가 앞으로도 국가권력을 도모한다면 이데올로기와 국정을 분리시켜,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면서 경제 경영 측면에서는 민주당 등, 양심적 권력에게 국정을 분담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그러나, 그들이 거기에서 떨어질 콩고물을, 포기할까? 그런 일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영영 없을 것이다.
보수에게 남은 선택지는 두개다. 뼈를 깎는 노력을 하며 (2)의 덕목을 갖추던지, 아니면 경제적 이익에 만족하며, 감히 국가경영이라는 거대 사무에 손댈 생각을 말던지. 너희들이 그런 욕심을 부리는 것이야 인지상정이다만, 이번 윤석열 정권도 탄핵을 맞이하고 나면, 글쎄, 다시 권력의 단꿈을 꿀 수나 있을까? 그냥 곱게 손 떼고 하던대로 땅투기나 하며 살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