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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화 Jul 17. 2023

귓구멍에 면봉이 박혔다

샤워만 하고 나오면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새끼손가락으로 쑤셔봐도 달라질 게 없었다. 면봉으로 슥슥 돌려봐도 그대로였다. 찝찝했다. 한쪽 귀에만 에어팟을 꽂았다. 아예 안 들리는 건 아닌데 반만 듣는 기분이었다. 잠이 들고 아침이 되면 괜찮아졌다. 개운하지는 않지만 샤워하고 나오면 들리는 이상한 소리는 시라졌다. 이러기를 한 달쯤 반복한 것 같다. 도저히 답답해서 안 되겠다 싶어 이비인후과에 갔다.


아기가 집어넣었나요?


난 애가 없다. 무슨 소린지 몰랐다. 네? 하고 되물었다. 귀에 면봉 솜이 들어가 있단다. 이걸 왜 집어넣었냐고 물어보신다. 황당했다. 의사 선생님이 보시던 화면을 보여주셨다. 면봉이었다. 멘붕이 왔다. 의사 선생님도 웃으시며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빼주셨다. 아마 면봉 솜이 들어간 것 같다고 하신다.


귓구멍에 솜이 박힌 채로 며칠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귓속의 솜은 샤워할 때마다 젖었다가 말랐다가를 반복했다. 젖을 때마다 이상한 소리를 냈다. 꾸득꾸득. 마르면 뭔가 답답하긴 한데 조용했다. 솜을 빼고 병원을 나왔다. 이럴 수가. 소리가 다르다. 내가 한동안 듣던 소리는 솜을 타고 들어온 소리였다. 솜소리? 이제 면봉으로 필터링되지 않고 직빵으로 꽂히는 소리가 들린다. 이게 지극히 당연한 건데 희한하다. 하긴 당연한 걸 누리지 못하고 살기도 한다. 아주 당연한 걸 보장받을 때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귓구멍에 면봉이 박히지 않은 삶이 당연한 건데.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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