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써지지 않는다.
고3 엄마라서, 남편이 내 글을 읽고 있다는 걸 알아서, 출판사 투고 후 연락이 없어서?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얼마 전 참여한 정문정 작가님의 북토크에 참여한 적이 있다. 말과 글에 대한 차이를 설명하시는데 내가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지금 내 심정에 솔직할 자신이 없어서다. 나의 무기력함과 편치 않은 내 주변 상황을 솔직하게 글로 표현할 용기가 없어서다. 굳이 내 이야기를 쓰지 않아도 되는데 이 또한 핑계일 뿐이라는 것도 안다. 소재는 주변에 많으니까.
억지로라도 써 볼까 하고 노트북 앞에 앉아보지만 넋두리 하 듯 몇 줄 쓰다 손가락이 멈춘다.
3줄 일기다.
새로운 글을 시작하는 것도 써 놓았던 글을 마무리하기도 어렵다.
길을 잃었다, 글 쓰는 길을.
글 쓰는 습관을 들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안 쓴 지 며칠 안 되어 습관이 깨져버렸다.
그래서 예전에 했던 방식대로 지금 글이 안 써진다고 자책만 하지 않기로 했다. 글을 쓰기 위해 글을 쓸 수 있는 재료들 주변을 맴돌아 보려고 한다.
북토크에도 참여하고 서점과 도서관에 방문하고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며 글쓰기 준비를 하는 거다.
준비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이렇게라도 글을 쓸 수 있는 재료들 사이에서 두리번거리다 보면 써지는 날이 예전처럼 오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