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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라미수 May 07. 2024

엄마는 친구 없어요?

"엄마는 친구 없어요?"

아이의 물음에 "아니, 나 친구 많은데."라고 당당하게 대답할 수 없었다.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 사람들이 두 손도 아닌 한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퇴근 후나 주말에도 누군가가 불러내지 않으면 웬만해선 집 밖을 나가지 않는 나를 아이는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어렸을 땐 엄마가 '역마살'이 있냐고 할 정도로 집에 붙어있질 않았었는데.


 누군가와 만남을 가질 때 낯을 가리기도 하지만 만남을 지속해 오던 지인들과 있을 때 내가 자리를 불편하게 한다는 느낌을 종종 받게 됐다. 내가 분위기를 불편하게 만들면 어떡하지, 말실수를 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부터 앞서다 보니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가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고, 굳이 내가 먼저 모임을 주선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친정 엄마의 기억 속엔 내가 밝고 외향적인 아이다. 사실 내 기억하는 난 초등학생 이후로 외향적이었던 때가 없었다. 친구를 사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바쁜 엄마에게 말하지 못했을 뿐.

다수보다는 소수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 편했고,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누군가가 먼저 말 걸어주길 바라는 그런 아이였다. 예나 지금이나.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나에겐 오히려 편하게 다가왔다. 내 성격 탓이 아닌 환경 탓을 할 수 있어서였다. 이제는 언제 우리가 거리 두기를 했냐는 듯 '코로나'라는 단어가 잊혀 가고, 코로나 이전처럼 사람들과의 만남이 자연스러워졌다. 이젠 환경 탓을 할 수도 없게 되었다.


스스로는 내향적이라 혼자 있는 게 편하다는 걸 인정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는 시선이 신경이 쓰일 때가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 아니니 개의치 않아도 되는데도.


"젊을 때는 다양한 사람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나이가 들면 안정감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나와 생각이 잘 맞는 한두 명만 곁에 두어도 인간관계는 충분해진다."

 

이 나이가 되어도 다른 이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가 때론 불편하지만, 정약용 선생님의 말씀을 실천 중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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