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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일구씨 Jan 13. 2019

2화  아무래도 나는 망할 것 같다

일구씨는 어쩔 작정인걸까

<내가 망할 것 같은 이유>     


출처 : 한국경제 (2018.07.20)


1. 자영업자 폐업율 90%


 10곳이 문을 열면 9곳이 폐업한다. 스튜디오 일구씨 뿐 아니라 다른 창업자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공통 리스크다. 이처럼 자영업 자체가 부담이 크다. 많은 청춘이 노량진에 몰려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자, 어쩌면 현명한 선택이다. 이렇듯 일구씨 또한 태생부터 위험 부담을 안고 간다. 일구씨의 아이템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2. 비싸다. 한국에서는 제일 싸다 

일구씨 옆 건물에 있는 흑백사진관
흑백사진 한 장에 5000원.


흑백사진 한 장에 5000원. 일구씨 옆 사진관의 가격이다. 10분에서 15분이면 촬영에 인화까지 가능하다. 카메라도 좋고 사진가도 잘 찍으니 주말이면 문전성시를 이룬다.



가격은 사진 2장에 2만 5000원. 가격 책정부터 힘들었다. 시장에 나와 있는 상품이 아니다보니 어찌해야 하나 고민했다. 3시간에서 조금 더 걸리는 작업이라 최저임금 기준을 택했다. 그러다보니 옆집 사진관 가격의 두 배를 넘겼다.





와인숙성 삼겹살과 무한리필 연어. 요식업계 스타로 각광받았던 이 아이템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누군가 그랬다. 자영업은 인기를 얻고 슬슬 좋은 전망이 보이다가 최고 정점을 찍었을 때 발을 빼는 게 최고라고. 와인삼겹살과 무한 연어의 운명도 비슷한 굴레다. ‘19세기 사진술’. 일구씨 아이템의 운명은 어떨까?   


3. 아이템 선정 실패


 우선 19세기 사진술은 150년이 넘은 아이템이다. 지금은 교육 상품으로 드문드문 만날 수 있다. 신박하고 새롭지도 않다. 이미 존재하는 기술이 대중성이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비효율적인 제작과정 때문이다. 준비기간도 길고 상품이 나오는 시간도 길다. 1분이면 3000원짜리 커피가 나오고 5천원만 내도 사진 한 장이 바로바로 나오는 시대에 비효율적인 19세기 사진이라니. 일구씨는 어쩔 작정인 걸까?



구라친 일구씨?


 일구씨의 작업은 엄밀히 말해 완벽한 19세기 사진술이 아니다. 그러한 사진술이 가능하려면 대형필름이 필요하다. 일구씨는 그 과정을 디지털 프린터로 대체한다. 디지털사진을 포토샵과 투명용지를 이용해 필름을 만든다. 그래서 얼터너티브(Alternative 대안) 사진이라 불린다. 좋게 말하면 디지털기술과 19세기 방식을 조화시킨 것. 나쁘게 말하면 구라다.

대형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고 디지털 사진으로 필름을 만든다.


종이 위에 감광액을 도포하는 중

 

 필름이 완성되면 인화지를 만들어야 한다. 인화지를 만들기 위해선 화학 약품을 이용해 감광액을 만들어야 한다. 감광액을 종이 위에 바르고 헤어드라이기 등으로 바싹 말리면 인화지가 완성된다. 요리로 따지면 음식준비단계이다.


종위 위에 필름을 덮는다

 인화지 위에 필름을 덮고 빛에 노출 시키는 것은 조리 단계다. 해변에서 선탠을 하면 빛에 노출된 부위는 까맣게 타고 수영복을 입은 자리는 타지 않는 원리와 같다. 피부가 인화지고 수영복이 필름이다. 다만 날씨와 시간, 계절에 따라 자연광이 변하기 때문에 일정한 빛을 쬐어주는 자외선 노광기(露光機)를 구입했다.




자외선노광기로 빛에 노출 시킨다



 그을려진 사진을 수세 과정(물에 헹굼)과 건조 과정을 거쳐 열 프레스기로 빳빳하게 핀다. 그렇게 일구씨의 아이템은 완성된다. 5분이면 뚝딱 나오는 유사 상품을 고려해 봤을 때, 확실히 상품성은 없어 보인다.






<가능성>


1. 유니크함

 확실히 완성된 사진은 독특했다. 요즘 레트로나 아날로그가 유행이라던데 19세기 ‘갬성’이라면 충분히 레트로 스럽지 않을까. 물론 20세기 레트로의 대표주자 대량 생산 아이템은 아니지만... ‘올드’ 할 순 있어도 아날로그한 멋은 충분히 난다.


2. 틈새시장

 사진 기술이 대중화되며 스냅 업체들의 경쟁은 포화 상태에 이를 만큼 치열해졌다. 인스타그램에 ‘데이트 스냅’이나 ‘셀프웨딩’ 등의 해시태그를 검색해 보면, 그 수는 어마어마하다. 스냅업체 상품에 일구씨 인화 아이템을 끼워 팔면 어떨까. 밥벌이는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품어 봤다. 그러나 이 또한 두고 볼 일이다.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에 ‘제물포’가 나와 기뻤다. 구동매가 고애신을 기찻길에서기다리는 바로 그 장면이다. 아마도 옛 하인천역인 것 같다. 제물포는 일구씨가 있는 인천의 옛 별칭이다. 일제강점기 개항장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같은 지역이라 일구씨를 합성해 보았다.


3. 지역성

 정확히 말하면 일구씨는 인천항과 10분 여 거리에 있다. 1883년 제국주의 열강 틈바구니에서 개항된 이곳은 외국인이 치외법권을 누리며 거주하는 조계지가 형성됐다. 인천항 부근에 19세기 문화유산이 잔뜩 남아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근대문화 역사지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런 동네에 19세기 사진이라니! 하는 ‘자뻑’에 휩싸인다. 몇 해동안 이곳에서 거주하며 찍은 사진들을 엽서로 내놨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고전인화를 한 번만 하면, 엽서는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 요즈음 개항장 엽서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는 이유다. 이 엽서는 특별히 시간이 많이 드는 컬러 검프린트로 제작한다. 주문 없는 지금 공백기에 이 엽서들이 언젠가는 원룸 월세를 채워주지 않을까 하는 성대한 꿈을 꾸며 싱글벙글 작업을 하고 있다.

<신포로> 개항장 엽서 시리즈 중 하나


<결론>    


 위험성과 가능성을 모두 살펴보았다. 해 볼만 한 것일까. 확실한 건 좋은 출발은 꿈도 꾸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것일까’ 의문도 든다. 이론과 체계만 습득하고 있어 훈련 시간도 필요하다. 그러나 일구씨는 대출을 받고 작업실을 차렸다. 일단 판을 벌렸다. 단순한 도전의식에 불과하다고? 요즘 청년에게 바랄 것을 바라셔야지. (다음 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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