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우 감독의 <은교 (Eungyo, 2012)>
만약 당신이 짧은 시간동안 낮잠을 자고났는데 매일 거울을 통해 마주하던 자신의 얼굴에 주름이 생겼다면 그 기분은 어떠할까? 대부분 사람들은 허탈함과 우울함에 빠질 것이며 지난 얼굴에 생기가 돋고 푸르렀던 젊은 날을 그리워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놓여 있는 나이 많은 시인 ‘이적요’. 이적요를 존경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젊은 제자 ‘서지우’ 그리고 방황하는 순수한 소녀 ‘은교’가 만들어낸 한편의 영화 <은교>.
몇 년 전 대종영화시상식 때 민머리의 박해일 배우가 ‘은교’라는 영화를 촬영하고 있다며 기대해달라고 수상소감을 대중들에게 전한 적이 있다. 대중들은 은교라는 영화가 빨리 개봉하길 기대하게 되었고 이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큰 화제를 몰고 왔다. 큰 화제인 만큼 기대를 앉고 은교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화제작 만큼이나 영화의 첫 장면은 노화된 나체를 거울을 통해 비춰 보는 늙은 시인 이적요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하얀 면 티셔츠에 면바지를 입고 햇살 가득한 안락의자에서 곤히 잠든 은교의 모습, 열등감에 가득 차 있으면서 글에 대한 열정이 가득해 보이는 서지우의 모
습이 이어졌다. 이렇게 각 세 명의 첫 장면을 통해 각 인물의 첫인상을 알게 되었고 영화가 끝을 달릴수록 각 인물들은 본능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보았던 영화를 통틀어서 이와 비슷한 인간의 본능을 다룬 영화 대런 아러노프스키 감독의 <블랙스완>에 이어 <은교>는 인간의 순수한 본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명작이 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당신의 젊음에 대하여 소중함을 알고 싶다면, 인간의 본능을 알고 싶다면 꼭 봐야하는 영화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