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영화 수업의 네번째 영화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를 감상했다. 이 영화가 2018년 봄 무렵에 개봉했을 때 극장에 보러 갔었다. 영화제에서 상을 많이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를 해서 그런지, 당시에는 영화가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2학기에 종교와 영화 수업을 신청하면서 영화 목록에 있는 <셰이프 오브 워터>를 발견했다. 나는 의아했다. 이 영화에 종교적인 요소가 전혀 없었다고 기억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업을 듣기 전에 먼저 영화를 다시 감상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영화가 시작된 후 얼마 지나지도 않아 신화적 요소나 종교와 관련된 메타포들이 눈에 띄었다. 지금까지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생각하며 종교적 관점을 가지고 영화를 보자 그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신화의 요소와 구조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영화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학기에 종교적으로 영화를 해석하는 관점을 배우면 앞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신화적 구도를 바탕으로 <셰이프 오브 워터>를 바라봤을 때, 괴생명체를 신적인 존재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엘라이자에게 괴생명체와의 사랑은 육체적 사랑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종교적 사랑으로 보이기도 한다. 엘라이자는 괴생명체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 따라서 그녀에게 이 괴생명체는 특별한 힘을 가진 미지의 존재다. 사람들은 특별한 힘을 가진 미지의 존재를 신으로 받들곤 한다. 또한, 엘라이자는 ‘말을 못 한다는’ 이유로 고통을 당하는 괴생명체에게 동질감과 유대감을 느끼고 그를 구하려고 한다. 즉 그녀는 괴생명체와의 관계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의미를 찾아내어 이 관계에 헌신하고 그를 사랑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사람들이 종교를 가지고 신을 믿게 되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엘라이자가 괴생명체를 마주 보고 ‘you will never know’를 부르는 장면을 살펴보자. 그녀가 처음으로 소리를 내어 말을 하는 순간 조명이 꺼지고 마치 방 안에 혼자 앉아서 노래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 된다. 찬송가의 가사처럼 들리는 노랫말과 흑백 연출은 성스러운 분위기까지 자아낸다. 신적인 존재로서 괴생명체의 허구성을 드러내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그 바로 다음 장면에서 그들은 영화 속 영화로 들어가는데, <카이로의 붉은 장미>에서 이야기했듯 영화야말로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 있다는 점에서 종교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괴생명체에 대한 엘라이자의 사랑은 일종의 종교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이 영화에서 종교적 태도를 드러내는 또 다른 인물은 스트릭랜드다. 스트릭랜드의 종교와 엘라이자의 종교의 대결 구도는 현실 세계에서 가치가 대립하는 문제들을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이 대립은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전통적 의미에서)‘남성성 vs 여성성’, ‘분노와 파괴 vs 사랑과 공감’, ‘수직적 vs 수평적’, ‘힘의 논리 vs 연대의 언어’, ‘절대주의 vs 상대주의’ 등이다.
이 영화는 스트릭랜드라는 인물을 통해 절대주의의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상대주의적 가치관을 지지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렇다면 변하지 않는 가치는 무엇인가? 절대적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고민해보는 과정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