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인터뷰
스무고개 첫번째 인터뷰로 같은반 선배이자 친한 형인 C를 만났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각자 캔맥 하나씩을 사들고 온라인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에 다니다가 지금 졸업을 앞두고 있고요. 졸업 후에는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결국 잘 풀려서 지금은 맘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ㅎㅎ
2. 저랑은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가요?
때는 2014년 겨울이었어요. 그때 수시 합격자들만 모아놓고 하는 행사가 있었거든요. 그때만 해도 시대가 바뀌기 전이라... (적폐 시절이요?) 아 저는 적폐는 아니고 비겁한 방관자였죠. 당시 15학번 신입생들이 장기자랑을 하고 그런 자리에서 처음 만났구요. (제 장기자랑을 설마 기억하시나요?) 아 아쉽게도 그건 기억 못합니다ㅋㅋㅋ 아무튼 그때 처음 만났구요. 그 이후에는 학교 행사에서 몇 번 만나다가.. 2015년 하반기 때 학생회와 GCS를 하면서 많이 만났죠. 그러면서 많이 친해졌죠.
3. 요즘 근황을 좀 알려주세요. 어떻게 지내시나요?
진짜 살면서 이렇게까지 집에만 있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일단 입시가 잘 마무리되어서 한시름 놓았구요. 이번 학기에는 수업을 하나밖에 듣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도 종강을 해서 지금 백수상태와 다름이 없습니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여러가지 책을 읽으면서 지식의 지평을 넓히고, 언어공부를 해볼까 하는 꿈을 가졌었지만. 꿈은 꿈으로 남기는 게 때로는 아름답다는 걸 깨닫고 (ㅋㅋㅋㅋ) 요즘은 지식의 바다 대신 정보의 바다에서 뛰어놀고 있어요. 유튜브와 넷플릭스에서요... 최근 넷플릭스에서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라고 클라이밍 하는 사람들을 찍은 다큐멘터리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4. 대원외고를 나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원래 어려서부터 쭉 공부를 열심히 하신건가요 아니면 어떤 전환점이 있었나요? 3년 간의 고등학교 생활은 어땠나요?
초등학교 때는 별 생각 없이 살았던 것 같아요. 대부분 그렇겠지만. 중학교 입학하고 나서..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1학년 때 첫 중간고사가 진짜 중요하다는 말. 그래서 그때 어린 마음에 열심히 해봐야겠다 하고 열심히 했어요. 공부에 대한 관념 같은 건 없었구요. 그래도 열심히 하니까 좋은 성적이 나왔고 느끼는 바가 있었죠. 그래서 그 이후에는 쭉 노력했던 것 같아요. 중간에 크나큰 전환점이 있지는 않았던 것 같네요. 딱히 재밌는 얘기는 없네요. 중간에 고난과 시련이 있어야 하는데 원래.. (그러니까 한 번 잘하고 나니까 떨어지기 싫은 그런 느낌이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네 좋게 말하면 그런데, 사실 나쁘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공부를 잘하는 아이덴티티가 생기면, 마치 내가 성적이 없으면 내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더라구요. (아 뭔지 알 것 같네요!) 주변 친구들도 비슷한 얘기를 종종 하더라구요.
대원외고 가서는 진짜 똑똑한 애들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특히 저는 해외에서 오래 산 적도 없고, 학원만 조금 다닌 정도인데 학교 가니까 해외에서 엄청 오래 살고 영어가 한국말보다 편한 애들도 있고 하니까 위축되고 그랬죠. 초반에는 그런 것 때문에 어려웠는데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났고 고등학교 3년을 재미있게 보냈거든요. (좋은 기억이 더 많은가봐요?) 네 저는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제 주변에는 빡센 고등학교 나온 친구들은 극심한 경쟁에 피로함을 느꼈다는 말도 있더라구요.) 아 근데 어느정도 인싸여야 그런 것도 있기 때문에.. 저는 조용히 학교 다녀서 그런일이 없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도 둥글둥글했구요.
5. 문과, 그중에서도 경영학과 진학을 택한 이유가 있었나요?
일단 저는 고등학교 진학한 순간부터 이과 선택지는 없었죠. 옛날에는 외고에서도 이과 진학이 종종 있었는데, 제가 입학하기 몇 년 전부터는 그런 케이스가 사라졌거든요. 저는 원래부터 이과 쪽 진로에 대한 흥미보다는 사람들 만나고 다니는 걸 더 좋아했던거 같아요. 그때 제가 생각하기로는 이과가 연구 분야에 치중되어 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물론 제가 이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스테리오타입일 수도 있지만요. (혹시 경제학과는 생각 없으셨나요?) 뭔가 경영학과가 진로가 가장 다양해 보였던 것 같아요. 자세히는 저도 기억이 안나네요.
6. 최근에 로스쿨에 합격하셨는데, 로스쿨 진학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리고 로스쿨 졸업 후에는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저도 입학 직후에는 로스쿨 생각이 거의 없었는데요. 중간에 CPA도 하다가 그만두고.. 그런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건 뭔가 실체가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실체가 있는 일을 하되, 단순히 조직의 일원이 되기보다는 혼자 뭔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결국에는 그게 전문성인 것 같더라구요. 그러다 보니까 CPA도 도전했던거 같고. 그렇지만 CPA는 어쨌든 잘 안됐고, 여러가지 일을 겪다가 로스쿨을 가게 된거죠.
막상 합격 후에는 저도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지 고민스럽더라구요. 다양하게 생각을 열어두고 있긴 한데, 그래도 임팩트 있는 일을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공직이든 프라이빗 섹터든 간에. 그래도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일단 부딪혀 봐야죠.
7. 직업이나 직장 선택, 미래 설계를 함에 있어서 본인이 중시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는 일단 좀 사회적 시선을 많이 신경쓰는 것 같아요. 사회적 인정에 예민한 편인 것 같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욕먹을 만한 일을 내가 할 수 있을 것인가. 가끔 보면 사람들은 욕을 하지만 옳은 일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제가 어떤 선택을 내릴 지 모르겠어요. 시류에 편승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도 이걸 좀 고쳐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최근에 계기는 군생활? 군생활을 하면서 제 색깔을 좀 찾아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의외네요. 보통은 군생활 하면서 오히려 묻어가는 법을 배우는 경우가 많지 않나요?) 아 물론 초반에는 그랬죠. 그렇지만 짬도 차고 그러면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들이 올 때, 제 색깔을 찾아가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가치는 '하한선이 있는 삶을 모두가 살아야 한다'인 것 같아요. (기본권 같은 그런 건가요?) 네 느낌은 비슷한데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구요. 최소한 이정도는 보장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생각해보니까, '다양성'인 것 같아요. 저는 다른 사람들을 볼 때 제일 많이 생각하는게 '그럴 수 있지'거든요. 최대한 다름을 존중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의견 차이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너의 생각을 존중한다 이런 식으로. 물론 이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하한선이 있을 수 있겠죠. 기본적인 윤리에 반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된다면 그 부분은 인정할 수 없다 이렇게요.
8. 본인은 일과 가정 중 어느쪽을 중시하는 사람일 것 같나요?
가정일 것 같아요. 가정이라는 게 결국 주변 사람들이잖아요. 저는 사람들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일도 결국에는 저와 제 사람들이 잘 살기 위해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일도 중요하지만 저는 가정에 좀 더 충실할 것 같네요.
9. 취미로는 어떤 걸 좋아하시나요?
요즘은 모바일 카트라이더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근데 챌린저 올라오니까 힘들더라구요. 현질 안하고 잘 버티고 있습니다.. 솔리드도 사고 아이템 카트도 샀어요. 그리고 원래는 제가 스쿼시를 좀 더 하고 싶었거든요. 근데 코로나 때문에 체육관이 닫아서 쉽지 않네요. (스쿼시의 매력은 뭔가요?) 일단 실내 스포츠라 계절 상관없이 할 수 있구요. 운동량이 엄청납니다. (얼른 체육관이 재개하면 좋겠네요...)
10.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인가요?
완벽하게 꽂힌 하나가 있지는 않은데요. 최근에 본 영화 중에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입니다. 군대에 있을 때 외출 나가서 봤는데요.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은 영화라서 신기하고 대단했어요. 제가 좀 어두운 영화들을 좋아해요. 박찬욱 감독 영화도 좋아하고. (어떤거 보셨나요?) 박쥐도 보고 올드보이.. 복수는 나의 것도 봤어요. (잔인하지 않아요?) 아 확실히 잔인하긴 하더라구요.
11. 밴드 동아리도 하셨었는데, 제일 좋아하는 음악은 무엇인가요?
한때 일본 노래에 빠진 적이 있어요. 일본 80년대 가요가 있거든요. 시티팝이라고. 그런 걸 많이 들었어요. 마리야 다케우치의 'plastic love'라는 노래가 있어요. 저는 이 노래를 정말 좋아했었습니다. (이유가 있나요?) 마냥 밝지만도 않고 마냥 어둡지만도 않아요. 조용히 침잠하면서 동시에 요동치는 느낌. 저는 노래를 들을 때 그 노래와 관련되는 추억들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이 노래를 들을 때 이 노래를 한창 많이 들었을 때가 떠오르는 건가요?) 네. 이걸 군대에서 혼자 방에 있을 때 많이 들었거든요. 근무취침 때 애들 다 일나가면 혼자 방에서 틀어놓고 듣다가 자고 그랬거든요. 추억 미화가 되서 그런지..
또 하나는 MC 스나이퍼의 '할 수 있어'에요. 이루마랑 같이 나온 노래인데요. (로스쿨 입시하면서 많이 들은건가요?) 입시할 때는 일부러 안들었어요. 이게 고3때 많이 들었던 노래라서.. 이거 들으면 괜히 싱숭생숭해질까봐 안들었어요. 그만큼 애착이 있는 노래입니다.
12.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저는 일단 코로나 생각을 많이 합니다. 연말에 약속이 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게 사소한 걱정이고 좀 더 큰 걱정은 내년에 로스쿨 생활에 대한 걱정이죠. 이미 다니고 있는 사람들은 아는 사람들이 좀 있는데.. 이번에 같이 입학하는 사람들 중에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거든요. 사람들이랑 좀 친해지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으로 계속 진행되면 그러지 못할까봐요.
13. 넓고 얕은 인간관계를 추구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추구하는 편인가요?
저도 생각해본 적 있는 질문인데요. 복합적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넓고 얕게 가다가.. 그 이후에 깊고 좁게 들어갑니다. (되게 기술적이네요ㅋㅋㅋ) 테크니컬하죠. 근데 결론적으로는 그게 좁고 깊은 쪽에 가까운 것 같아요. 카톡에만 저장되어 있는 사람이 100명 있는 것보다 언제든 갠톡하거나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이 5명 있는게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5명 안에 들어가나요?) 생각해 보겠습니다ㅎㅎ
14. 친구들에게 본인의 이미지는 어떤 것 같나요?
저는 그냥 착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마냥 착하다기보단 편안한 사람? 그러면서 좀 재밌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러면 완벽한데.. 어쨌든 모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15. 저는 C를 오래 봐왔지만 화를 내는 걸 거의 본 적이 없어서 신기했는데요, 살면서 가장 화가 났거나 화를 냈던 적이 언제인가요?
저는 살면서 싸울 거를 어렸을 때 동생이랑 다 싸운거 같아요. 친구들이랑 의견 때문에 다투었던 적은 거의 없어요. 제가 애초에 저랑 자주 다툴 것 같은 사람이랑은 친해지고 싶지 않았던 거 같기도 하고.. 제가 싸우는 거 자체를 싫어해서 제가 그냥 그 자리를 피하거나 그랬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이럴 때 싸운거 말고는. (그럼 화가 났는데 참는건가요 아니면 화 자체가 별로 없으신 건가요?) 별로 감정적인 동요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은 저도 '내가 너무 그런 감정이 없는건가?' 싶기도 했어요. 제가 워낙 그냥 좋은게 좋은거지 하는 스타일이라서.
16. 이제 곧 졸업을 앞두고 계신데, 대학생활에서 후회되거나 아쉬운 점은 없나요? 반대로 이건 정말 하길 잘했다 싶은 일이 있나요?
CC를 해봤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누구랑요?) 아 그런건 아니구요ㅋㅋㅋ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 사귀는 게 나름 로망이잖아요. 그리고 또 하나는.. 술을 좀 덜마실걸 하는거죠. 술자리는 나가되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실 필요는 없었는데 싶어요. 생명이 좀 깎인 거 같아서요. 앞으로 3년은 그러지 말아야죠.
하길 잘했다 싶은 건 당연히 GCS죠ㅎㅎ (그럼 다시 돌아가도 했던 활동들 다 똑같이 할건가요?) 저는 동아리나 학교 활동들 많이 참여한 건 정말 후회가 없어요.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본 것 같아서요. 군대를 늦게 안가고 일찍 갔으면 그런 활동들을 못했을 거기 때문에 군대 관련해서도 후회가 없습니다.
CPA 한다고 휴학했던 것도 후회가 되네요. 어차피 그 길로 안갈거였는데 학기를 날렸으니까요. 근데 또 이건 결과론적인 거니까.. 어쩔 수 없었죠.
17. 연애 생각은 없으신가요?
사회적 거리두기 해야죠ㅎㅎ
18. 개인적으로 콤플렉스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만약 있따면, 어떤 식으로 극복하려고 하시나요?
외모적으로는 머리가 큰 게 콤플렉스에요. 군대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사이즈의 베레모를 썼거든요. 62호를 넉넉하게 썼습니다. 그거 때문에 키가 안커보여요. 제가 키가 180이 넘는데. (그런 얘기 듣지 않아요? 앉아있다가 갑자기 일어섰을 때 어 너 생각보다 키 크다! 이런거) 네 정확합니다. 하... 그래도 키가 크니까 다행이죠. 능력적인 면에서는 운동신경이 부족한 게 콤플렉스에요. 근데 뭐 각자 자기가 맞는 운동을 찾는 게 중요하니까요.
성격적인 면에서는.. 주변에 보면 처음 보는 사람들하고도 주도적으로 잘 얘기하는 인싸들이 있어요. 저는 그런 부류가 아니거든요. 맨 처음 보는 사람들하고는 어색한 게 티나 나거든요. (진짜요?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안했는데..) 제가 어떤 사람이랑 처음 보는 자리를 보면 아실거에요. (경영대가 좀 인싸들이 많다보니까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19.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인가요?
저는 정신적으로는 최근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물론 입시 관련 스트레스는 고3때도 컸고, CPA 준비할때도 있었는데. 고3때는 친구들이랑 다 같이 고생해요. CPA 준비할 때도 주변에 군대에 있거나 같이 준비하거나 그랬어요. 근데 최근에는 주변에 이미 잘 되고 있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남들과 비교하는 게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구요. 남자애들이야 군대 시간을 고려하면 별 다를 게 없지만. 여자애들은 이미 졸업하고 고시 붙거나, 로스쿨 가고, 어디를 붙고 이런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래서 심리적 압박감이 컸어요. 잘 되어야 할텐데 하는 조바심이 있었죠.
20.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는 언제인가요?
대학교 입학하고 1~2학년때가 제일 행복했죠. 실컷 놀고 걱정도 없고. (아무래도 진로 걱정도 없고 그러니까요) 맞아요. 벌써 5년이나 지났네요. 그때가 행복했죠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