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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 Oct 25. 2021

혼자가 편해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1.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이제 사람들은 각자 자기만의 세계에 살게 되는 건 아닐까. 지하철에 같이 탄 수많은 사람들은 각자 에어팟을 끼고 저마다 무언가를 보고 무언가를 들으면서 핸드폰 속 누군가와 소통한다. 그 상황에서 누군가가 갑자기 이어폰을 빼고 옆 사람에게 말을 건다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다. 분명 같은 공간 안에 있지만 실질적으로 같이 있는건 아니다. 각자의 세계에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어딘가 책에서 읽었다. 현대인들은 그 어느때보다도 서로 가깝게 연결되어 있지만 동시에 고립되어 있다고.


2.

요즘은 1인 가구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이제 혼자 사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비혼을 결심하고, 반려동물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나혼자산다 같은 관찰예능이 흥행한다.


예전에는 혼자 살기가 힘들었다. 사람은 여러 욕구를 지니고 있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그 욕구를 충족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연인과의 관계에서 정신적 지지와 애정을 획득한다. 혼자서는 심심하니 친구들과 놀면서 시간을 보내고 웃음을 얻는다.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외롭고 심심해서 죽어버릴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이 욕구들을 혼자서도 충족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필연적으로 책임을 수반한다. 얻는 게 있다면 분명 대가도 따를 것이다. 나도 그 관계에 책임을 져야 하고 때로는 상처받을 각오도 해야 한다. 사람들은 책임은 지지 않고 즐거움만 얻고 싶어한다. 그래서 실제 사람과 보내는 시간보다 유튜브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혼밥을 할 때도, 그립톡과 에어팟 그리고 유튜브 프리미엄이 있다면 적적하지가 않다. 물론 그런 것들이 인간의 완벽한 대체재는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예전에 비해서 사람에게 '사람'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의 인기도 비슷한 맥락이다. 강아지한테 상처받을 일은 없기 때문이다. 반려동물마저 부담이 된다면 반려식물을 키우자.


3.

공승연은 출근할 때 티비를 틀어놓고 간다. 그래서 집에 돌아왔을 때, 안에서 대화소리가 들리니까 관객들은 '집에 누가 있는건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티비에서 나오는 소리다. 생각해보니 나도 자취방에서 습관적으로 유튜브로 무엇이든 실시간 방송을 틀어놓는다. 샤워하러 화장실에 들어갈때도 틀어놓는다. 씻고 나왔을 때 적막한 느낌이 드는게 싫어서다. 사람의 공백을 소음으로 채운다. 


결국 사람이 완전히 혼자 지낼 수는 없다. 어느 강연에서 요즘 20대의 보편적인 정서 중 하나가 '혼자 있고 싶지만 혼자이긴 싫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소 모순적으로 느껴지지만 공감이 된다. 유튜브, 인스타, 에어팟과 함께하는 일상에 익숙해지면서 '나 이제 혼자서도 잘 노네?'라고 생각했다면 한 번쯤은 의심해봐야 한다. 혼자서 잘 노는게 아니라, 비어있는 마음을 컨텐츠와 소음으로 채운 것은 아닌지.


<혼자 사는 사람들> 홍성은,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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