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홍대 경의선 숲길 산책코스
공간 탐험을 좋아하는 나는 주말마다 어디를 갈지, 무엇을 할지 즐거운 고민을 하는 편이다.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그곳뿐만 아니라 주변에 함께 가볼 만한 곳까지 코스로 찾는 게 취미처럼 되어, 가끔 지인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동네를 투어 시켜주기도 하고, 어디를 간다고 했을 때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장소를 고민해서 추천해 주기도 한다.
주로 영감을 주는 곳을 찾아다니는데, 특히 그때에만 볼 수 있는 전시나 플리마켓을 좋아한다. 그 계절에 그 날에만 갈 수 있는 장소를 놓치는 아쉬움은 유독 내게 큰 편이다.
지금 홍대에서 인상 깊은 전시 두 개가 진행 중인데,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건이 주인공이다. 하나는 스테이플러, 하나는 스툴. 익숙한 이 물건을 예상치 못한 색감과 다양한 형태로 체험해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전시는 모두 홍대 경의선 책거리 길 근처라서 기찻길을 산책하는 것도 좋다.
내일(8/16)이면 스툴 전시가 끝나는데, 혹시 내일 주말에 홍대를 가는 사람이 있다면, 또는 어디 갈지 고민이라면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전시와 더불어 가기 좋은 일명 '쩡 코스'를 소개해본다.
* 이 글은 얼마 전 지인들에게 보낸 이메일 레터의 내용을 편집했다. 내 이름을 붙여서 '쩡 레터, 쩡 코스'라고 호칭을 붙였고, 부제는 '영감의 공간들'이었다.
* 스툴 365 전시는 원래 8/9(일)까지였으나, 8/16(일)으로 연장되었다.
첫 번째
[수카라]에서 브런치를
채소 식당으로 유명한 수카라는 오브젝트 홍대점과 가까이 있어서 밥 먹고 전시 보기 딱 좋다. 맛은 담백하니 건강한 맛이다. 수카라에 간다면 메뉴판을 유심히 봐보길. 각 메뉴마다 어느 농부의 무슨 재료로 만든 OO으로 소개되어있어 하나하나 흥미롭게 읽게 된다.
두 번째
[오브젝트 홍대점]에서 스테플러 학과 전시 보기 (~8/23)
피스 코리아가 창립 6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오브젝트 홍대점에서 열렸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늘 가까이에 볼 수 있었던 스테이플러가 이렇게 시대에 맞춰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를 주는 모습이 멋졌다. 색색의 스테이플러가 멋져서 두 개나 샀다. 하나는 내 거. 하나는 선물용으로. (사실 더 사고 싶었는데..)
Tip 1. 입구에 들어서면 예쁜 색지로 스템플러를 찍어서 나만의 수첩을 만들 수 있다.
Tip2. 전시 끝나면 여기서 판매한 스테이플러는 안 판다고. 끌리는 색상이 있다면 놓치지 말길.
Tip 3. 오브젝트 건물 4층에 서점이 생겼는데, 큰 창 너머 보이는 경의선 숲길이 아름답다.
세 번째
[모리츠 플라츠]에서 커피 한 잔
빈티지 가구와 소품, 책을 함께 파는 카페인 모리츠 플라츠. 커피도 맛있고, 공간 자체로도 멋진 곳이다. 일단 도착하면 마음에 드는 자리부터 찾아보자. 어디에 앉느냐에 따라서도 경험 자체가 달라지니까. 1층 책장에 꽂힌 책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데, 주로 해외의 디자인, 건축, 인테리어 책인데, 구하기 어려운 책들도 있어서 열심히 봤다.
네 번째
[삼맛 호오떡]에서 간식 먹기
오브젝트와 모리츠 플라츠 카페 사이에 있는 삼맛 호오떡집. 가격도 저렴한데, 맛도 좋으니 조금 허기가 진다면 호떡은 아주 좋은 선택지다. 간단하게 간식 먹기 딱 좋았던 곳.
다섯 번째
[무신사 테라스]에서 스툴 365 전시 보기 (~8/16)
꾸준히 무언가를 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인데, 매일 한 개의 스툴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 제로 랩에서 2020년 1월 1일부터 지금까지 만든 약 이백여 개의 스툴을 'stool 365'라는 이름으로 전시 중이다. (사람들 반응이 좋아서 8/16까지로 연장되었다고!) 전시가 열리는 무신사 테라스는 건물 17층에 있는데, 예상치 못한 멋진 뷰를 만나볼 수 있다. 높은 곳에서 홍대의 전경을 바라보는 게 괜스레 신기했다.
Tip1. 노을이 질 때쯤 가면 멋진 일몰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Tip2. 무신사에서 제공하는 스티커 기계로 흑백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심지어 무료..!)
오늘의 서울은 비가 참 많이 왔는데, 내일은 해가 쨍쨍하다고 하니 홍대 산책하기 딱 좋겠다.
그럼 다들 안전하고 행복한 연휴를 보내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