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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kami Oct 08. 2022

컴팩트 라이프

일정하게 살기

무엇이든 효율적으로 하고 싶은 나는 컴팩트 라이프를 추구한다. 보편적으로 쓰이는 말은 아니고 내가 지은 말이다.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나타내기에 가장 적합한 단어가 '컴팩트'라고 생각했다. 컴팩트라는 어감은 '미니멀' 보다는 무언가 더 갖추고 있으면서 '맥시멀'보다는 많이 덜 가진듯한 느낌의 단어여서 좋다. 필요한 것을 알맞게 가지고 고 유지해나가면서 사는 것. 나는 이걸 컴팩트 라이프라고 부르기로 했다.


영영사전에서는 compact 라는 단어를 이렇게 설명한다. (출처 : 네이버 영영사전 검색)

1. smaller than other things of the same kind

2. using little space and having parts that are close together

3. closely or firmly packed or joined together


나는 7.5평 짜리 작은 오피스텔에 산다. 독립하여 자취를 시작한 후 두 번째 집이다. 첫번째 집은 6평이 조금 넘었고 나에게는 좁게 느껴졌다. 1.5평을 늘려 물건을 수납하고 가구를 들일 공간을 조금 더 확보했고, 여러번의 가구배치 수정을 통해서 지금은 꽤나 마음에 드는 상태의 집을 유지하고 있다. 몇 가지 더 빼도 좋을 것 같지만, 아직은 가지고 있어야 할 물건들이 있어서 참는 중이다.


나는 가지고 있는 물건들의 70% 정도는 왜 가지고 있는지 그 이유를 말할 수 있다. 예를들면 내가 가진 숟가락의 갯수는 왜 3개이고 각각의 사이즈가 다른지 등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숟가락의 생김새에 따라서 그 사용 목적이 다르다. 손님이 우리집에 온다면 3명정도까지 올 수 있어서 3개를 구비해놓은 것도 그 이유가 된다. 손님이 그 이상 오면 플라스틱 숟가락을 사용하면 되는데, 그럴 일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먹는 음식에 따라서 쓰고 싶은 숟가락이 달라지기도 한다. 숟가락 하나를 쓰는데에도 작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궁극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숟가락이 1개만 있어도 된다고 한다. 나도 한 때에는 그런 극한의 미니멀리즘을 꿈꾸어봤지만, 언제나 이상으로만 남아있을 뿐 나의 현실에서는 3개 정도만 가지고 사는 것이 딱 맞는다.


나머지 물건 30%에 대해서는 집에 있었는지 잊고 살기도 하고, 버릴지 말지 몇 달을 고민하기도 하고, 그냥 별 다른 이유 없이 추억의 물건이라서 들고 있기도 한다. 그렇게 지내다보면 어느 순간 결심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안고 같이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버릴 것 인지. 그렇게 물건들과 씨름하면서 살고 있다. 2017년부터 그랬으니 5년째이다. 그렇게 물건들은 나에게서 늘어났다가 줄어들었다가 하면서 내 주변 세계를 순환한다. 제 몫을 다하고 빛바랜 물건에게 짧은 감사 인사를 건네고 비운다. 그렇게 빈자리를 만들어주면 새로운 물건이 들어온다. 나의 생활은 이런 방식으로 작동한다. 가지고 있는 물건의 양은 내가 감당할 수 있고 나의 삶에 불편을 주지 않는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된다.


나는 이런 생활이 재밌다. 어쩌면 취미생활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심심하면 버릴게 없는지, 채울 건 없는지 찾는다. 필요한 것에만 소비를 하기 때문에 충동적이고 불필요한 소비는 잘 하지 않게 된다. 나는 종종 컴팩트 라이프를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다닌다. 나는 이런 생활이 편한데 다들 어떻게 살고 있냐고. 다들 자기만의 작은 세계의 질서가 있고 규칙이 있다. 나와 어떻게 다르게 살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내 얘기를 적어서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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