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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kami Dec 01. 2022

첫 번째 퇴사

직장생활 1막 종료

2022년 11월 30일 첫 번째 회사를 퇴사했다.


퇴사 일기를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미루기를 일주일. 결국 진짜 퇴사일인 11 30일이 지나서야  글을 쓰게 되었다. 지난 2019년 2월부터 이어진 3 9개월  동안의 첫 번째 직장생활이 끝났다. 퇴사 절차는 11 23, 일주일 전에 모두 끝마쳤다. 남은 연차를 5 써서 일주일  휴가를 보내고 11 30일에 퇴사를 하기로 했다. 그게 오늘이었다. 일주일의 휴가 동안 잘 쉬었다.  하루는 그냥 집에서 쉬었다. 2, 3 째에는 군대 동기인 친한 동생과 함께 양평에서 하루 에어비앤비 숙소를 잡고 쉬고 왔다. 4 째에는 대학교 후배 결혼식을 갔다 오고, 바로 부산으로 내려갔다. 부산 집에서 3일을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마지막 오늘 하루. 여유롭게 하루를 보내면서 새로운 직장으로의 출근 준비를 했다.


새로운 직장은 어떤 곳일까. 내일부터 면접 때에만 잠깐 가본 곳으로 출근하게 된다. 전 회사보다 출퇴근 시간은 20분 정도 줄어들었다. 아침이 더 여유 있어질 것 같다. 새롭게 만날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어떤 사람들과 어떤 환경에서 일하게 될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지난 일주일을 보냈다. 종종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는 악몽을 꾸기도 했다. 어떤 환경이든 지금껏 그래 왔듯이 적응하겠지만, 처음은 언제나 떨리고 걱정되기 마련인가 보다. 내일이 되어봐야 모든 걸 알 수 있겠지. 새로운 옷도 사고 구두도 사고 필요 서류도 다 준비해놓고 출근 준비를 다 마쳤다.


이직이 확정되고 주변에 퇴사 소식을 알릴 , 주변에서는 왜 퇴사하는지를 물어봤다. 누군가는 내가 말하기도 전에 연봉 때문이냐며, 누군가는 일이 안 맞았냐며 특정한 이유를 들이밀며 선수를 쳤다. 어떤 이를 만나도 빠지지 않는 공식 질문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왜 퇴사하게 되었을까? 수많은 이유를 댈 수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를 꼽자면 두 가지 정도를 말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대기업을 다니고 싶었다. 돈은 더 많이 주겠지만 더 팍팍할 수도, 스트레스가 클 수도 있는 게 대기업이다. 그래도 젊었을 때 에너지가 넘칠 때 꼭 한 번은 다니고 싶었다. 그 좋다는 복지도 누려보고 싶었고 부모님 기도 한번 살려드리고 싶었다. 엄청나게 네임밸류가 있는 회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부분이 채워지니 좋았다. 두 번째 이유는 첫 번째 회사에서 찾아온 매너리즘, 지루하고 늘어진 느낌이 좀처럼 극복하기 어려웠다. 새로운 일을 하고 이전에 만나지 않던 사람들을 만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냥 그 회사의 문화, 매일 같은 환경, 기대되지 않는 하루하루가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이유는 사실 이직을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직하는 회사에서도 몇 년이 지나면 비슷한 감정에 매몰될 확률이 높다. 그때에는 또 그때만의 극복할 방법이 있을 것이다.


새로 하게 되는 일은 이전에 하던 일과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르다. 나는 가구와 공간을 설계하는 일을 했고, 지금까지 해온 일은 오피스 공간과 관련된 일이었다. 옮기는 회사에서는 주거 공간과 관련된 일을 한다. 인테리어를 전공하고 이 분야에서 일하게 되면서 나는 어떤 공간을 좋아하고 깊게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학교 다닐 때에는 전시 공간을 해볼까, 상업 공간을 해볼까, 아니면 그냥 건축이나 건설 분야로 옮길까 고민을 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정말 하나도 관심 없었던 가구 설계를 하게 되었고, 이어서 사무 공간을 설계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껏 고민도 경험도 해보지 않았던 주거 공간의 주방가구 설계 일을 하게 된다. (인생이 정말 어떻게 흘러갈지 모를 일이다.) 주거 공간은 나와 잘 맞는 분야일까? 항상 궁금하고 경험해보고 싶었다. 기회가 왔으니 마음껏 배우고 즐기면서 일해보고 싶다.


첫 번째 회사에서 일했던 시간들 동안 나에게 남은 건 무엇일까? 이력도 남았고 경험도 남았고, 일하는 스킬과 지식도 남았다. 사회초년생 티는 겨우 벗어났고 대리라는 타이틀이 남았다. 아직도 낯선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긴장되는 일이고,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어려운 용어나 무리한 요구에는 심장이 떨리기도 한다. 3년만 일하면 무적의 직장인이 될 줄 알았는데 아직도 부족한 것 투성이다. 아무래도 일 적으로는 무언가 남기기보다는 계속 쌓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직장생활이 이어지는 동안은 정말 조금씩 하루하루의 경험이 쌓여 더 나은 내가 될 것이다.


진짜 내 옆에 남은 것은 인연들이다. 동기로 만난 친구들, 같은 팀으로 만난 선후배들, 진심으로 조언과 충고를 해준 팀장님들과 임원분들, 함께 협업하면 타 팀 동료들 모두 다 소중한 인연으로 남았다. 어떤 이들은 멀어지고 어떤 이들은 계속 볼 수도 있겠지만, 매일 아무 생각 없이 마주하던 이들이 하루아침에 쉽게 볼 수 없는 이들이 되었다는 사실이 아쉽고 또 아쉽다. 퇴사를 준비하던 11월 동안, 그동안 크게 느끼지 못했던 동료들과의 사소한 대화 시간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그런 작은 시간들이 모여 직장생활을 이어나가는 힘이 되고 즐거움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한 명 한 명에게 감사했다. 마지막까지 롤링페이퍼도 챙겨주고 응원의 말들도 남겨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내가 더 좋은 사람이었을까 반성도 하며 내 지난 언행과 처사를 돌아보기도 했다. 새로운 직장에서도 이런 인연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항상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내일부터는 또 다른 기약 없는 새로운 일상이 반복된다. 부디 잘 적응하고 멋지게 해내기를 바란다. 직장생활 1막 종료, 2막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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