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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ther ruth May 01. 2023

나의 아이와 같은 시기의 앤

빨간 머리의 앤을 읽고

산책클럽에서 읽은 시기: 2023. 3. 6~3. 27



 20대 시기의 어느 일년 간을 국제교류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여러 나라의 젊은이들이 미국 전역의 홈스테이와 일터로 흩어져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참가자들에게는 항공권 까지 전액 무료로 제공되었는데 때때로 무료라는 것은 단지 공짜를 넘어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단체가 얼마나 헌신되고 유능한지를 드러냈다. 돈으로 거래될 수 없는 환대와 섬김이 어느 곳에서나 발견 되었던 것이다.  

 가령, 벗어난 이야기이지만 회장님과 함께 짐바브웨로 출장을 갔을 때 일정 중에 대사관저의  초대를 받았다. 나의 이름이 적힌 테이블 앞, 등받이가 높은 의자에 앉아 사모님의 섬세한 취향이 반영된 식사를 했는데 그 후, 음식 맛 같은 것은 곧 잊어 버렸지만 분위기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어렴풋이 남았다. 외교관 직원들의 예의와 매너, 사교적인 관계의 세련됨과 더불어 불편함들이. 그러면서 ‘아, 이런 경험은 초호와 여행 비용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구나. 특별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없구나.’라고 새삼 느꼈다. 
 미국에서의 1년간 국제교류프로그램도 그렇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었다. 물론 내용면에서는 고급스럽고 화려한 외교관저의 초대와 완전히 다르면서.
 
 일주일 간의 오리엔테이션 후 각자의 홈스테이 가정으로 흩어졌는데 나의 홈스테이 가정은  휴가 기간이어서 며칠 후에 픽업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나는 같은 지역에 배정된 다른 참가자들의 홈스테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먼저 태국에서 온 Ploy는 부동산을 운영하는 가정의 초호와 저택에서 지내게 되었다. 세련되고 젠틀한 부부 사이의 Ploy. Ploy는 너무나 귀여웠고 이미 오래전부터 그 가정의 딸이었던 것 같았다. 웃을 때면 반달이 되는 부드러운 눈빛을 반짝이면서 마마, 파파라고 부를 때면 그들은 Ploy를 사랑스럽게 바라 보았다. 
 Maria는 파라과이에서 왔다. 검은색 웨이브 머릿결이 매우 아름다웠는데 그 컬이 펌을 한 것이 아니라 본래의 것이라고 해서 매우 놀랐다. Maria는 Ploy와 달랐다. 참가자들 중 나이도 많은 편이었고 작은 체구와 눈웃음이 자아내는 애교도 없었다. 그러나 모든 반응과 감탄이 자연스러운 남미 스타일의 몸짓으로 표현되었고, 진지하고 차분한 Maria가 결코 차갑지 않도록 했다. Maria의 호스트 가정 부모는 40대 초반 같았다. Maria와 그리 나이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Maria 역시 그들을 마미, 대디 라고 불렀다. 꼭 엄마, 아빠 라는 뜻이 아니라 그저 이모, 삼촌 혹은 ‘누구 엄마’, ‘누구 아빠’라는 뉘앙스였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표현은 그러했다.    
 처음 이렇게 호칭하는 것을 알았을 때, 나이 차를 계산하고 본국의 친부모를 떠올리면서 사뭇 놀랐다. 그러나 그 호칭이 의미하는 바가 진짜 가족처럼 따뜻하게 소속되는 것임을 깨달으면서 나도 새삼 그 호칭을 기대하게 되었다. 
 마침내 나의 호스트 부모를 만나고 어떻게 부를까요? 했을 때 “Oh, Just call my name.“이라는 답을 듣기 전까지. 나는 곧장 이성을 되찾고는 나의 기대가 부끄럽고 얼토당토 않게 느껴졌다.   
 
 그런데 정말 ‘엄마’, ’아빠‘라고 소리 내어 부르고 싶은 갈증을 느끼는 경우라면 어떻게 할까? 일찍 친부모를 잃어버렸거나 존재를 알지 못해서 단 한번도, 그 누구에게도 이 호칭을 쓰지 못했던 경우라면? 나는 때때로 파스칼이 말한 ’구멍‘을 떠올렸다. 마음 한켠에 구멍이 있는 것 같지 않을까? 그 구멍을 안고 살아간다면 어떤 행복과 기쁨의 순간에도 쉬쉬 바람 빠지는 소리를 귓전으로 들어야 하지 않을까?
 
 빨간머리의 앤은 단 한번도, 그 누구에게도 ’엄마‘, ’아빠‘라는 호칭을 쓰지 못했다.  커스버트 남매 가정에 입양되었지만 그 과정이 곤혹스러웠기 때문에 호칭 정리를 할 겨를도 없었다. ”숙모라고 할까요?”라고 앤이 물었지만 마릴라는 그것 마저도 거절했다. 책이 끝나는 순간까지 앤은 매슈 아저씨, 마릴라 아주머니 라고 호칭했고 영문판에서는 Matthew, Marilla라고 이름으로 그들을 불렀다. 
 그러나 [빨간머리의 앤]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비록 현실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엄마‘, ’아빠‘라고 발화하지 못했지만, ’그녀에게 부모가 없었을까‘라고 묻는다면 강력하게 부정할 것이라는 확신이 차올랐다. ’그녀는 딸이 아니었을까‘라고도 질문한다면 동일하게 고개를 저을 것이라는 상상과 함께. 
 
 앤은 수많은 문장을 통해 자신의 배경으로 매튜 아저씨를 생각하고 있음을 자연스레 고백했다. 발표회를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에도 에이번리 장학금을 받게 되었을 때에도. 즉 모든 행복하고 성공한 순간에 매튜 아저씨가 얼마나 기뻐하실까를 상상했다. 
 매슈 역시 퀸스 학교로 떠나는 앤에게 ’앤은 총명하고 예쁘고 무엇보다도 사랑스러워. 앤은 우리들에게 축복이었어. 스펜서 부인의 실수만큼 운이 좋았던 일은 없을 거야. 운이라고 한다면 말야. 운이 좋았던 게 아닐거야. 그건 하나님의 뜻이었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셨던 거야.”(p. 370)라고 이야기 했다. 얼마나 솔직하고 아름다운 신앙고백인지! 특별히 숫기가 없고 쉽게 더듬거리기는 매슈의 성격을 꼭 고려해야 할 것이다!
 



 태어난지 석달 만에 엄마, 아빠를 차례로 잃고 이웃 아주머니 가정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자랐던 앤, 그리고 마지막은 고아원에서 보냈던 앤에게 초록 지붕 집은 기쁨 이상의 곳이었다. 앤은 초록 지붕 집에 살게 되었을 때 착한 아이가 되도록 애쓰겠다고 했는데 그건 옷 정리도 반듯이 하고 기도문도 외우는 것을 뜻했을 것이다. 아니, 마릴라와 매슈가 원하는 대로 자라겠다는 다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앤은 ‘빨간머리’라는 컴플렉스를 갖고 있었고 그것 때문에 자주 분노하고 좌절했다. 잦은 상상과 덤벙거림 때문에 말썽을 일으키기고 혼이 나는 것도 계속 반복되었다. 이러한 모든 약점들에 패배하고 말 때면 처음 초록 지붕 집에 왔을 때의 다짐 같은 것은 쉽게 잊어버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고아원에서 구원 받았다고 해서 바르게 자라는 데 걸림돌이 되는 모든 장애물들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실패하고 좌절하고 유혹받는 모든 과정을 앤도 겪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앤은 아름답고 용기있게 자랐다. 미래가 곧게 뻗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불쑥 나타난 모퉁이 길에 대해, 그 모퉁이를 인생의 방해물이 아니라 새로운 매력과 아름다움과 좋은 일의 가능성으로 기대하면서! 
 
 글을 시작했지만 이어 쓰지 못하는 시간 동안, 설거지를 하면서도 물건을 사러 가면서도 자주 앤을 생각했다. 앤이 지나온 삶을 톺아 보는데 거의 그의 삶을 묵상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앤은 성숙하게 자랄 수 있었을까? 무엇이 앤을 이끌었을까?
 경이로운 숲과 바다, 매슈의 사랑과 마릴라의 엄격함, 다이애나, 앨러부인 과의 우정. 시와 소설의 속삭임 등이 앤의 삶을 형성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앤의 명랑하고 저돌적인 성격이 추진력이 되었으리라. ‘“전 순간순간이 모두 즐거웠어요.” 앤은 갑자기 배리 할머니 목에 두 팔을 감고 주름진 뺨에다 키스를 했다. 다이애나는 감히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앤의 자유분방함에 소스라치게 놀랄 뿐이었다.’(p.317) 배리 할머니와 친척 관계인 다이애나 마저 조심스러워 했지만 앤은 배리 할머니께도 솔직하고 수줍어 하지 않은 소녀였던 것이다. 
 
 ‘산책클럽’의 7번째 책은 [빨간 머리 앤]이었다. 책을 함께 읽는 것 만큼이나 ‘나래이션’을 비중있게 생각하면서 자신의 목소리와 언어로 책의 내용을 다시 말했다. 밑줄 그으며 되풀이 하지 않지만 요점 정리 하듯 공부하지 않지만, 나래이션으로서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이 즈음에 만난 앤은 나래이션의 모범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처음 마릴라는 앤의 수다스러움에 진저리를 치기도 했는데 어느새 익숙해져 갔고 마침내는 기다리게 되었다. 독자들이 앤의 장황설에 웃고 울고 놀라고 마침내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듯이 직접 육성으로 들었던 매슈와 마릴라도 그러했던 것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앤 자신이 이야기를 마칠 때면 뭔가 새롭거나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산책클럽의 나래이션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이 아닌 책의 내용 말하는 것이므로 차이가 있지만,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앤의 것과 동일했다. 앤은 때론 부드럽게 때론 서정적으로 때론 분노하고 때론 흥분하면서 나래이션을 했다. 대체로 명랑하고 거칠 것 없어 보이지만 조용한 시골 마을, 에이번리의 초록 지붕 집 2층에서 고독하고 개인적인 시간도 많이 가졌다. 그때는 독백으로 사적인 방식으로 나래이션을 했겠지. 앤을 중심으로 마인드맵을 그린다면 앤을 키운 수많은 손길들을 꼽는다면 그 중 나래이션 역시 큰 몫을 차지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나래이션이 구멍을 메꾸어 가고 있었으리.   


 11살에 초록 지붕 집에 와서 16살의 퀸스 졸업생이자 예비 선생님이 된 앤. 그 중간 즈음 나이의 승호가 산책클럽의 멤버로서 나래이션 하는 모습을 새삼스럽게 바라보았다. 앤에게 빗대자면 너무나 낯을 가리고 숫기가 없는 아이. 그러나 본인과는 너무나 다른 앤의 실수와 주장과 상상에 활짝 웃으며 그녀의 삶을 다시 말했다. 즉 승호의 나래이션 가운데 앤이 자라고 있었고, 또 승호가 앤의 나이를 향해 성큼 성큼 걸어갔다.
 샬롯메이슨이 누구인지도 몰랐겠지만 샬롯메이슨의 교수법을 따르는 마냥 나래이션을 하며 자랐던 앤. 무뚝뚝하고 내성적인 남자 아이들에게 [빨간 머리 앤]이 어떻게 다가갈까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앤이 멤버 같이 느껴진다. 샬롯메이슨의 교수법을 길잡이 삼는 우리와 함께 나래이션하는 친구로서.
   




“하지만 저는 기를 쓰고 제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엷은 남빛 실크 드레스를 입고 있다고 상상했어요. 대게 상상할 때는 훌륭한 걸 상상하는 게 좋거든요.” p.27
 
 5킬로미터쯤 갔을 때까지도 아이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분명히 이 아이는 말하는 것만큼이나 침묵을 지키는 것도 왕성하게 해낼 수 있는 아이였다. p.33
 
“아주 이상하게, 그러면서도 기분 좋은 통증을 느껴요. 커스버트 아저씨, 아저씨도 이렇게 기분 좋은 통증을 느껴 본 적이 있었나요?” p.33
 
하지만 그런 옷을 입든, 목 주위에 레이스가 달리고 옷자락이 바닥에 끌리는 아름다운 잠옷을 입든 누구나 똑같이 꿈은 꿀 수 있죠. 그게 바로 제 위안이에요. p.45
 
다시는 그 기도문만큼 좋은 기도문을 생각해 낼 수 없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무슨 일이나 두 번째로 생각해 낸 건 결코 첫 번째만큼 좋지 않거든요. 아주머니도 그걸 아세요? p.81
 
“저 아인 외롭고 슬퍼 보여요, 안 그래요? 아마 엄마나 아빠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저 아이도 축복받고 싶어해요. 그래서 예수님만 빼고 아무도 자기를 보지 않길 바라며 사람들 밖에서 살며시 다가가고 있어요. 저 아이의 마음을 알 것 같아요. 제가 아주머니한테 여기서 살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처럼 가슴이 뛰고 손이 차가울 거예요. 아이는 예수님이 자기를 보지 못할까 봐 두려워 하고 있어요. 하지만 예수님이 쳐다보시는 것 같아요, 그렇죠? 아이가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 마침내 예수님이 보시고 저 아이의 머리 위에 손을 얹으시면, 아, 저 아인 얼마나 기쁠까요!“ p.82
       

사과꽃에서 커다란 벌 한 마리가 나왔네요. 사과꽃 속이라니, 살기에 너무나 멋진 곳일 거예요! p.86          


“음, 별로 버릇없이 자란 것 같지는 않아. 가끔씩 내가 참견을 한 게 해가 된 것 같지는 않아. 앤은 총명하고 예쁘고 무엇보다도 사랑스러워. 앤은 우리들에게 축복이었어. 스펜서 부인의 실수만큼 운이 좋았던 일은 없을거야. 운이라고 한다면 말이야. 운이 좋았던 게 아닐거야. 그건 하나님의 뜻이었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앤이 필요하다는 걸 아셨던 거야.” p.370
 
하지만 샬럿타운의 가엾은 퀸스 학생들은 시험 생각만 하고 시험 얘기만 했다. 앤이 말했다. 

“학기가 거의 끝나 간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아. 글쎄, 지난 가을에는 장래를 생각하느라고 아주 길게 느껴졌는데, 겨울에는 내내 공부하고 수업 듣다 다 지나가 버리고. 그런데 벌써 시험이 다음 주로 다가왔다니! 얘들아, 난 가끔 시험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저 부풀어 오르는 호두나무의 커다란 꽃봉우리와 거리
끝의 안개낀 푸른 하늘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시험이 별로 중요하게 느껴지지가 않아.” p.381     


“내일이면 풀이 죽을지도 모르지만, 조시, 하지만 초록 지붕 집 아래 계곡에서 보랓빛 제비꽃이 피어나고 어린 고사리들이 연인의 오솔길에서 머리를 내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한, 지금 난 솔직히 내가 에이버리 장학금을 받건 못 받건 별로 상관이 없어. 난 최선을 다했고 경쟁의 기쁨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 노력해서 이기는 것 못지않게 노력해서 실패하는 것도 좋은 거야. 얘들아, 시험 얘기는 하지 말자! 저 지붕들 너머로 옅은 초록색 하늘을 보며 마음 속으로 에이번리의 짙은 흑자줏빛 너도밤나무 위의 하늘을 그려 봐.” p.382
 
그 소식은 에이번리 마을에 빠르게 퍼져 하루 종일 친구들과 이웃 사람들이 초록 지붕 집에 몰려들었고 죽은 사람과 산 사람들을 위한 친절한 심부름꾼들이 오갔다. 수줍고 말이 없던 매슈 커스버트는 이때 처음으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었고, 죽음의 흰 후광이 내려와 그를 감싸더니 왕관을 씌워 데리고 갔다. p.393          


“매슈 아저씨가 돌아가셨는데도 그런 일들일 즐겁다는 게 죄송하기만 해요. 전 아저씨가 너무나 보고 싶어요. 그 동안 내내 그랬어요. 하지만 그래도 세상과 인생은 제게 너무 아름답고 즐거워 보여요. 오늘도 다이애나가 무슨 우스운 이야기를 하자 문득 웃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전 다시는 웃지 못할 줄 알았어요. 웃으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p.396
 

집에 돌아온 다음 날 밤 이후로 모든 것이 너무나 슬프게 변해 버렸다! 앤은 희망과 기쁨에 꽉 차 있었고 미래는 장밋빛 약속으로 가득해 보였다. 그 후로 몇 년이 지난 것 같았다. 그러나 잠자리에 들었을 때는 앤의 입가엔 웃음이 번지로 마음은 평온을 되찾았다. 앤은 자신의 의무를 용감하게 직시했고 그 의무감이 힘이 되었다. 우리가 솔직하게 의무와 맞대면할 때에 그렇듯이. p.401
 
“전 지금 어느 때보다도 포부에 차 있어요. 제 포부를 바꾼 것뿐이에요.~ 전 여기서 최서능ㄹ 다해 살 거고, 그 대가로 가장 훌륭한 것을 받을 거예요. 퀸스를 졸업할 때에 저의 미래는 제 앞에 곧게 뻗어 있었어요. 그 길을 따라가면 많은 이정표를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죠. 이제는 그 길에 모퉁이가 생겼어요. 그 모퉁이 길에 무엇이 있는지는 저도 몰라요. 하지만 가장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믿을 거예요. 모퉁이 길은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어요, 마릴라 아주머니. 그 모퉁이를 돌아서면 어떨지 궁금해요. 어떤 초록빛 영예와 각양 각색의 빛과 그늘이 있을지, 어떤 새로운 풍경이 있을지, 어떤 새로운 아름다움이 있을지, 어떤 모퉁이와 언덕과 계곡이 펼쳐져 있을지 말예요.” p. 405
 
퀸스에서 돌아온 다음 날 밤 그 창가에 앉아 있던 이후로 앤의 시야는 좁아졌다. 하지만 앤은 자기 발 앞에 놓인 길이 좁다고 해도 그 길을 따라 잔잔한 행복의 꽃이 필 것이란 걸 알았다. 성실한 노력과 값진 포부와 마음이 맞는 친구가 있다는 기쁨은 앤의 것이 될 테고, 그 어떤 것도 앤의 천부적인 상상력과 꿈 속의 이상 세계를 앗아갈 수 없었다. 그리고 길에는 언제나 모퉁이가 있다!
“‘하느님은 천국에 계시고, 세상은 공평하도다.’” 앤은 나지막이 속삭였다.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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