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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숨 쉬는 공간과 지나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투르쿠를 그리는 만화가 Mika Lietzén

by Victoria

핀란드 남서부의 주도인 투르쿠에 사는 만화가 Mika Lietzén(1974~)은 알코올 중독자 커플의 최후를 그린《Alkoholi》(2023), 청소년 데스메탈 밴드의 이야기 《Death Metal》(2024), 1980년대를 배경으로 대안적 역사를 그린 디스토피아물 《Pnuk》(2024) 등 투르쿠 3부작을 발표한 바 있다.

2025년에는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투르쿠 여러 지역을 뛰는《Hitaan juoksijan kirja》와 스코틀랜드 여행기 《Skotlannin matkakirja》를 발표했고, 앞으로도 자전거 여행기와 핀란드 내륙 여행기 등 특색 있는 여행기를 만화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Mika Lietzén의 신작들

그의 작품에는 안경을 쓰고 턱수염을 기른, 작가와 닮은 외형의 남자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머리를 묶은 젊은 여인도 자주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보다는 자신이 목격한 광경, 공간이나 장소가 주는 감정을 주로 표현하는 듯하다.


Mika Lietzén의 예전 작품 《Tarinoita lännestä》("서쪽의 이야기들", 2007)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투르쿠 곳곳과 그 지역성이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등장한다.

아우라 강변에는 헤어진 남자를 잊지 못하고 행인들을 사연 있는 눈으로 응시하는 젊은 여성이 있고, 당시만 해도 신축 아파트들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쿠피타 지역의 어느 작은 집에서는 난민 출신의 직업이 없는 남자가 지금은 헤어진 핀란드인 아내와의 사이에 낳은 아들과 만나 시간을 보낸다.

Mika Lietzén, 쿠피타 이야기

이름부터가 맥주의 원료인 홉이 자라는 밭을 뜻하는 후말리스토 길에서는 과음으로 길에 드러누운 남자를 지나치지 못하고 곁을 지키며 말을 거는 누군가가 있다. 국립공원이 있는 루이살로 섬 해변에서는 영어로 사랑싸움을 하는 연인들이 오지랖 넓은 핀란드인 인간 번역기들의 방해를 겪으며 옛날에는 그곳에 누드 해변이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우기도 한다.

Mika Lietzén, <Fia>

《Kaksi pientä novellia》("두 개의 단편소설", 2012)에서는 불청객 손님을 맞이하는 마트 계산원 피아(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자신 혹은 가까운 이가 그런 손님이 될지도 모른다고 느낀다), 집을 떠나 여행 중인 커플의 이야기(이 이야기는 《Alkoholi》에서도 유사하게 반복된다)가 큰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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