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반도체 제조
여러분은 ‘웨하스’ 좋아하시나요? 얇은 과자가 겹겹히 쌓여 있고 그 사이 사이에 크림이 발라져 달달하고 바삭 바삭한 그 과자요. ‘웨하스’라는 말은 영어로 ‘얇은 조각’을 뜻하는 ‘웨이퍼스’(wafers)가 변한 말입니다. 영어를 못하는 일본에서 이를 ‘우에하스’(ウエハ─ス)라 일렀는데, 이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웨-화-쓰’로 불리게 됩니다.
웨하스를 먹으며 설계가 끝난 회로가 어떻게 반도체로 탄생하는지 달달하게 알아보겠습니다.
반도체 제조_전(前)공정
대부분의 사람들이 웨하스를 먹어 본 것처럼 IT에 관심없는 일반인도 웨이퍼를 봤을 겁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삼성전자등 우리 나라 반도체 회사들에게 미국 투자를 압박할 때 손에 들고 흔들던 원형 모양의 거울이 300mm 웨이퍼 였습니다. 얼마전 한미 정상회담시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해서 바이든이 서명한 곳도300mm 웨이퍼였습니다.
[ 출처 _ AP연합뉴스 ]
[ 출처 _ 대통령실 ]
웨이퍼는 반도체의 기본 소재로 우리가 먹는 피자로 치면 도우에 해당합니다. 얇게 편 도우위에 피망이나 소시지등으로 토핑하여 피자를 만드는 것처럼 웨이퍼라는 얇은 기판위에 다수의 동일 회로를 만들어 반도체가 탄생합니다.
그럼 반도체 재료인 ‘웨이퍼(wafer)’는 어떻게 만들까요?
웨이퍼의 주성분은 실리콘인데 우리말로는 규소로 우리가 흔히 보는 모래에서 추출합니다. 모래에서 추출한 실리콘을 뜨거운 열로 녹여서 고순도의 실리콘 용액을 만든 뒤 굳히면 기다란 원통 모양에 끝이 뾰족한 ‘잉곳’이 됩니다, 이 잉곳을 다이아몬드 커팅기로 소시지 썰 듯 얇게 잘라내 원판의 웨이퍼를 만듭니다. 다이아몬드 커팅기로 잘랐기 때문에 표면이 울퉁불퉁해서 실제 반도체 공정에 사용할 수 없어 연마액과 연마장비로 아주 아주 매끈하게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이 웨이퍼를 얼마나 불순물 없이 매끄럽게 만들 수 있느냐가 웨이퍼 제조사의 핵심 기술력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으로 세계 웨이퍼 시장 점유율은 일본의 신에츠(31.2%)와 섬코(23.8%)가 55%, 대만 기업인 글로벌웨이퍼스가 16.7%, 독일의 실트로닉가 12.3%, 우리나라의 SK실트론이 10.6%로 세계 5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5개 기업이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과점시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Wafer제조공정 _ 출처:삼성반도체이야기 ]
설계를 마친 PG Data는 듀폰이나 PKL 등 Mask회사로 보내져 Mask가 제작됩니다.
제가 기흥에서 근무할 때는 삼성 내에서도 Mask를 제작하였는데 Mask를 제작하기 위해서 'Mask제작 의뢰서'도 먼지가 묻지 않는 특수 종이로 출력하여 전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반도체 하면 생각나는 것이 우주복 같은 옷을 입고 큰 방에서 일하는 여직원을 연상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하얀 옷을 방진복이라고 하고 반도체가 생산되는 큰 방을 클린룸(Clean room)이라고 부릅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는 아주 작은 먼지, 입자 하나라도 들어가면 반도체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청정함을 생명으로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20대 초반의 꽃다운 나이의 여직원들이 화장품 하나 바르지 않은 맨 얼굴로 방진복을 입고 에어샤워를 하고 클린룸에 들어가 작업을 합니다.
생산라인 고참 여직원을 LG라고 부르는데 Leader Girl의 약자인 것은 제가 반도체 생산 라인 실무 수습을 마친 후에 LG와 술 한잔하며 알게 된 사실입니다.
방진복을 입으면 눈만 보입니다. LG는 실습을 마친 후 클린룸에서 나오는 저의 초롱 초롱한(?) 눈빛을 보고 저를 단박에 알아보았습니다. 그때 자신은 연구소 직원이 부럽다고 하소연합니다.
통상 4조 3 대교의 낮과 밤이 바뀌는 힘든 작업 환경이라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여직원들 중 일부는 평일 낮 근무만 하는 연구소 직원들을 부러워합니다.
특히 GY조에 걸리면 죽음이라고 합니다. GY는 Grave Yard의 약어로 야간근무조를 뜻하는데 원뜻은 교회 근처의 묘지를 뜻합니다. 그만큼 힘들다는 이야기겠지요.
[ GY조는 야간근무조 ]
Fab이란 Fabrication의 약어로 반도체를 제조하는 제조공장을 의미합니다.
반도체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원재료인 Wafer가 있어야 되고 Wafer는 주로 실리콘(Si) 단결정으로 만듭니다. 여기에 Mask라는 설계 패턴이 그려진 유리기판을 제작하여 Wafer위에 사진의 필름처럼 찍습니다.
Mask는 패턴별로 수십 장이 필요하며 이런 유리기판 각각을 Layer라고 부릅니다.
FAB 기간, 즉 TAT를 예상할 때 통상 Mask Layer당 1.5일 ~ 2.5일을 기준으로 하며 Mask Layer가 20장이라면 FAB에서 시제품 제작에만 두 달 넘게 소요됩니다.
이를 CTPL (Cycle Time Per Layer )라고 하여 반도체 개발 일정 수립에 참조하곤 합니다.
Mask : 설계 패턴이 그려진 유리기판으로 Wafer위에 설계 패턴을 전사하는 역할을 한다.
[ 출처: 반도체란 무엇인가_유영준 ]
반도체 제조는 사진을 인화하는 것과 흡사하다고 저번 장에서 이야기했습니다.
즉 필름 역할을 하는 Mask의 패턴을 인화지 역할을 하는 Wafer위에 찍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칩을 만드는 과정은 마치 레고 블록 쌓듯이 이루어집니다.
웨이퍼 표면에 여러 종류의 막을 쌓고 필요에 따라 어느 부분은 깎아 내고, 어느 부분은 덮어 씌우는 과정을 백여 단계 이상 거쳐야 비로소 반도체 칩이 만들어집니다.
[ 반도체 8대 공정 _ 삼성반도체이야기 재구성 ]
통상 반도체 공정을 반도체 8대 공정이라고 하는데 위 그림처럼
1. 웨이퍼 공정
2. 산화 공정
3. 포토공정
4. 식각 공정
5. 증착 &이온주입 공정
6. 금속배선 공정
7. EDS 공정
8. Packaging공정
이 있습니다.
이 중 금속배선 공정까지를 전공정, EDS, PKG와 검사를 후공정이라고 합니다.
FAB공정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Fabrication (FAB) : 반도체를 제조하는 제조 공장 또는 제조공정
•산화공정 : Wafer 표면에 산화막(SiO2)을 형성해 트랜지스터의 기초를 만드는 과정
•포토공정 : Wafer 위에 노광기(Steppter)를 이용해 MASK의 회로 패턴을 그려 넣은 과정
•식각 공정 : 필요한 회로 패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제거하여 반도체 구조를 형성하는 패턴을 만드는 과정
•박막 증착 공정 : 회로 간의 구분과 연결, 보호 역할을 하는 박막(thin film)을 만드는 과정
•이온주입 공정 : Wafer 내부에 불순물을 침투시켜 반도체가 전기적인 특성을 갖도록 만드는 과정
•금속배선 공정 : 반도체 회로에 전기적 신호가 잘 전달되도록 금속선을 연결하는 과정
전공정을 또 FEOL (Front End Of Line), 주로 소자 제작에 필요한 공정과 BEOL( Back End of Line), 주로 배선 공정으로도 나눌 수 있습니다.
[ 실제 반도체 단면 그림 _ 출처: 위키피디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