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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페이 시장과 금융 탈중앙화, 그리고 블록체인까지

처음 페이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19년 초였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일로 바쁘고, 조사를 하다보니 이렇게 글을 정리해 올리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게 되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글을 기고하는 이 시점에도, 이 글을 쓰기 시작한 2019년 초에 보였던 페이 시장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는 것이다. 카드사에서 페이로 넘어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 Intro

- 카카오는 카카오 페이 머니를 충전하여 보관하고 있을 시 연 1.7프로의 이자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왜 카카오는 이러한 결정을 한 것일까?

- 토스 역시 송금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금융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토스 전용 계좌를 만들고, 결제가 가능한 토스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이렇게 자체적인 페이 서비스에 뛰어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 알리페이와 카카오페이, 제로페이와 같은 QR코드 방식의 간편 결제와, 삼성 페이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왜 그들은 “페이 서비스”에 집중하는가?


시작은 토스와 같은 모바일 송금 서비스였다. 언젠가부터 우린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등, 수많은 번거로운 절차를 거처야만 했던 은행 앱을 사용하지 않아도, 단순히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지문인식을 사용해 손쉽게 송금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카카오페이부터 시작해 제로 페이, 해외에 서비스 중인 라인 페이 등, 많은 사업자들이 모바일 페이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모바일 페이는 온라인을 시작으로 오프라인 가맹점으로 줄기차게 뻗어나가고 있다. 


보통 ‘모바일 페이’라 하면 카드나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결제를 할 수 있는 편리함을 떠올리곤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또 떠올리는 서비스는 아마 ‘삼성 페이’가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삼성 페이는 중국에서 큰 바람을 일으킨 ‘알리페이’나 국내의 ‘카카오페이’, ‘제로 페이’ 등과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바로 ‘은행이나 카드사와 같은 중개기관을 거치느냐, 그렇지 않으냐’이다.”


이미지: 한국은행


삼성 페이와 카카오페이/제로 페이 모두 사용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결제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방식은 많이 다르다. 삼성 페이 결제는 등록된 카드를 직접 가지고 결제하는 것과 동일하다. 삼성 스마트폰 기기 자체가 하드웨어적으로 MST (마그네틱 방식) 결제를 가능하기 때문에, 마그네틱 방식을 지원하는 일반 카드 리더기에 가져다 대면 리더기는  이를 플라스틱 카드와 동일하게 인식한다. 그러면 리더기를 통해 결제 내역이 은행/카드사로 전달되고, 승인 과정을 거쳐 거래가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많은 경우 카드 수수료가 발생한다. 쉽게 말하자면 기존의 은행과 플라스틱 카드를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지만, 플라스틱 카드를 스마트폰에 이식했다고 보면 된다. 


현재 태국에서도 서비스 중인 삼성 페이


반면, 카카오페이는 다르다. 본인이 사용하는 실물 카드를 등록하는 대신 사용자의 계좌를 등록하고, 인터넷이 연결된 상태에서 QR코드를 찍으면 실시간으로 계좌 이체되는 방식이다. 카드사나 은행과 같은 중앙기관을 거치지 않고, 무통장 입금을 하듯 직접 송금되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 카드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제로 페이, 알리페이 등도 모두 같은 원리이다.


수수료와 ‘중간과정’을 생략한다는 의미에서 후자의 모바일 페이들은, 단순 편의를 넘어 ‘금융의 탈중앙화’를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를 가진다.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중국시장을 ‘알리페이’가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를 보면 이러한 움직임은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의 탄생 목적과도 부합하는 부분이 있다. 아직은 피부에 와 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페이 서비스 제공자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단순 편의를 넘어선 탈중앙화라고 본다. 


편의성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삼성 페이와 같이 실물 카드를 기기 자체에 ’ 내장하는’ 방식이 훨씬 우세하다. 기존의 플라스틱 카드리더기가 있는 사업장이면 어디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QR코드 계좌이체 방식의 페이에 비해 오프라인 시장에서의 범용성이 우수하다. 그러나 이는 여전기 기존의 카드사업자나, 은행과 같은 ‘중개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계를 지닌다. 카카오가 알리페이 방식의 페이 서비스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송금, 결제 등의 모든 금융 프로세스에서 은행과 카드사라는 중개인이 없어진, 탈 중앙화 된 형태의 금융 인프라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2019년 카카오는, ‘카카오 머니’를 충전 후 은행 계좌로 송금하려 하면, 송금하지 않고 카카오 머니를 보유하고 있으면 1.7%의 이자를 주겠다는 충격적인 메시지를 띄우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카드의 사용률이 월등히 높은 시장 속에서, 카카오가 탈중앙화 된 금융 인프라로 나아가기 위한 과감한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카카오뿐 아닌 수많은 전자금융업자들은 단순 거래 중개업뿐 아니라, 독자적인 페이 결제 시스템과 ‘~머니’를 예치금 형식으로 충전해 사용하는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했다. 



#Why 탈중앙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알리페이, 카드사를 무너뜨리다


내가 이러한 페이 시스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때, 알리페이오 같은 중국의 ‘페이’ 시스템이 미국 신용카드회사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때는 2018년 중순으로, 이 페이 서비스의 열기는 1년 하고도 조금이 더 지난 지금도 식지 않은 듯하다. 


이미지: 알리페이


현재 중국은 알리페이, 위챗 페이와 같은 페이 시스템이 매우 대중화되어있는 상태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따로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필요 없이 알리나 위챗과 같은 서비스를 통해 계좌를 연결하고 결제에 이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행이나 카드사라는 중간기관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낮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과 비교하면, 2019년 기준 우대 가맹점은 0.5~1.3%, 일반 가맹점은 1.45%인데 비해 중국은 소규모 사업자 (한국의 우대 가맹점)의 경우 수수료가 없고, 대규모 사업자 (한국의 일반 가맹점)의 경우에는 0.6%의 수수료뿐으로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그 이상 차이가 난다. 더군다나 결제 패러다임이 페이 서비스로 넘어갈 수록 거래 수수료로 수익을 발생시키던 카드사와 중간 거래 관계자들은 상당한 지분을 이들에게 내어주어야 한다. 실제로 이러한 페이 서비스가 미국 시장에서도 큰 지분을 차지하기 시작한다면, 2020년까지 은행 사업자들로부터 서드파티 페이 사업자들이 빼앗아오게 될 중간 거래비용은 43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https://www.bloomberg.com/graphics/2018-payment-systems-china-usa/?utm_content=business&cmpid=socialflow-facebook-business&utm_campaign=socialflow-organic&utm_source=facebook&utm_medium=social 위 기사에 상세한 자료를 참고하면 좋다)




금융서비스 ‘탈중앙화’의 진정한 의미


나는 이러한 페이 서비스가 가상화폐 서비스와 블록체인이 지향하는 바와 어느 정도 같은 맥락에서 일어난 움직임이라고 본다. 결국 서비스 사용자 입장에서의 가장 큰 차이는 거래 수수료를 발생시키는 중앙 중개기관이 존재하는지의 유무이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움직임이 일어나게 된 배경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암호화와 개인정보 보호를 중심으로 다국적 기업과 정부 권력으로부터 자유를 지켜내자는 ‘사이퍼펑크’ (Cyperpunk) 움직임의 영향이 컸고, 이들은 정부기관과 금융기관과 같은 중앙 집권화된 금융 시스템에 대한 반발로서 블록체인을 지지했다.'알리페이든 은행이든 그게 무슨 차이냐? 결국 페이 서비스도 페이 서비스 제공자가 중개기관 아닌가?’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이다. 



거래와 송금과 같은 금융 서비스가 ‘중앙집권화’되어있다는 것은 단순히 중개기관을 가진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좁은 의미로는 말 그대로 거래를 중개해주는 주체가 있는지의 유무를 이야기할 수 있다. 은행, 카드사뿐 아니라 알리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등 모두 이러한 의미에서는 금융서비스의 중개기관이 맞다. 그러나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조금 더 넓은 의미의 중앙집권화를 논하기 위해서는, 금융 서비스 사용자의 서비스 사용 여부를 제한하고 결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정부와 금융기관은 제도적으로 개개인의 금융 서비스 사용 가능 여부를 제한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에 해당되는 사례는 아나겠지만, 실제로 종교, 성별과 같은 이유로 개개인의 금융 거래를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국가들은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시로 이슬람 국가에서의 많은 여성은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며 법적으로 은행 계좌를 만들 수 없다. ‘하지 않고’ 있을 뿐이지, 중앙 집권화된 금융시스템은 제도적으로 개개인의 금융거래를 제한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벤처기업 ‘필름 아넥스’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통해 은행 계좌를 만들 수 없는 아프가니스탄 소녀들이 노동의 대가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한 사례가 있다. 


페이 서비스도 역시 이와 유사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 보자. 알리페이와 위챗 페이와 같은 시스템이, 왜 하필이면 중국에서 이렇게 크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크게 두 가지로, 높은 IT기술 / 스마트폰 보급률과, 낮은 신용카드 보급률을 들 수 있다. 중국은 도시지역 외 인구의 경우 신용등급이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2014년 말 기준 중국의 신용카드 보급률은 14%에 불과했으며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보급률은 90%에 육박한다. 제도적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중국 시민들은, 스마트폰과 SNS 계정만 있으면 은행 계좌와 연결해 거래와 송금을 손쉽게 진행할 수 있다. 심지어 수많은 서비스들이 은행 계좌를 연결하는 것을 넘어, 예치금을 충전하는 형식을 지원하면서 은행 계좌 예치금까지도 페이 서비스로 끌어들이고 있다. 



#국내에서의 장벽


대한민국에서는?


이제 국내의 이야기를 조금 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물론 중국과 대한민국의 상황이 아주 같지는 않다. 또, 대한민국은 현재 종교나 성별과 같은 원인으로 인해 금융거래가 제한되는 나라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대한민국에서 페이 서비스 제공자들의 상황과, ‘금융 탈중앙화’의 당위성을 소비자와 서비스 제공자 입장을 중심으로 살펴보다. 


먼저, 첫 번째로 인프라를 살펴보자. 결제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공통된 ‘페이’ 프로토콜의 상용화라는 측면에서 국내의 페이 서비스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대체할 준비가 되었을까?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는 POS기기를 통해 결제를 진행하며, 2019년인 지금 POS기기를 구비하지 않은 사업장은 거의 찾기 힘들다. 삼성 페이의 경우 이러한 플라스틱 카드 POS 기를 통한 결제 모델을 그대로 차용하기 때문에 보급률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카카오페이, 제로 페이와 같은 QR방식의 서비스는 아직 시작 초기이기 때문에 QR코드를 보급해야 한다. 문제는, 신용카드의 경우 모든 카드사가 IC칩이나, MST (마그네틱)과 같은 공통의 프로토콜을 차용하고 있지만, 페이 서비스는 아직 하나로 통합된 프로토콜이 없다. 토스의 경우 IC칩과 마그네틱을 사용하는 토스 카드를 만들어 보급함으로써 기존의 시스템 하에서도 페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했지만, QR방식의 페이 서비스는 아직 하나로 통합된 프로토콜이 없다. 


두 번째로, 국내 페이 서비스 제공자들은 결국엔 은행, 카드사와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일단 중국이나, 이슬람 국가들에 비해 은행 계좌 보급율도, 신용카드 보급율도 매우 높다. 중국이나 이슬람 국가에서 페이 서비스는, 기존에 사용할 수 없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 주는 ‘해결사’에 가깝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신용카드나 은행의 경쟁자이자 대안이다. 카드 결제 수수료는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자영업자나 사업자들에게 부과되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는 사용할 동기가 충분할지 몰라도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기존에 사용하던 카드 서비스와 혜택을 포기할 동기가 충분치 않다. (실제로 서울의 제로 페이, 그리고 카카오 페이는 자영업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중심으로 홍보했었다.) 그렇기에 국내 페이 서비스 제공자들은 소비자들의 구미가 당길만한 ‘당근’을 제공함으로써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던 2019년 초에, 카카오페이는 ‘카카오 머니'로 돈을 충전해 보관하면 연 1.7프로 이자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또한 토스의 경우, 토스 카드를 발급해 ‘토스 머니’로 결제하면 1/3의 확률로 결제금액의 10프로를 돌려주는 프로모션과 함께, 일정 금액 미만으로 잔액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토스 머니’를 충전해주는 서비스도 진행했다. 물론 지금은 프로모션의 내용이 조금 변경되었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분명 소비자들이 카카오 머니나, 토스 머니와 같은 가상 페이 머니를 은행계좌처럼 사용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필자도 토스에서 진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할 동안, 기존 사용하던 카드보다 혜택이 크다는 점을 인지하고 토스 머니를 은행 계좌로 사용했었다. 통계적 확률상으로 10 * 1/3 = 약 3%의 페이백을 전월 실적 없이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당근밭을 독차지하라’


그러나 대부분의 서비스가 한시적 (기간 한정) 프로모션으로 진행 중이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경우 수수료 무료를 연장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한시적’이라는 조건과 함께 언제든지 발 뺄 수 있는 출구를 마련했다. 토스 역시 통계적으로 3%의 페이백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이 부담되었는지, 2019년 8월에 해당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편의점 캐시백’이라는 다른 조건을 내걸었다.  


이 ‘당근’들의 출처는 물론 투자자금일 것이고, 일부는 예치금 유치를 통한 수익의 재투자일 것이다. 또, 수많은 서비스가 각자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용자를 끌어모으려는 지금, 파이가 나눠질수록 수익이 줄어들고 더 이상 ‘당근’을 제공할 수 없는 치킨게임이 된다. 결국 언젠가는 꾸준한 수익을 남기고, 투자를 하고, 사용자들이 기존 금융서비스 대신 이들을 택할 ‘당근’을 꾸준히 제공하기 위해서 소수의 플레이어가 당근밭은 독차지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직접적으로 캐시백을 돌려주는 형식의 당근이 아니라면, 서비스 자체의 상대적 우위를 통해 기존 금융서비스로부터 이용자들을 빼앗아오는 방법도 있다. 어쩌면 IT 모바일 생태계에 최적화된 편의성과 연동성이 이 메리트가 될 수 있다. 토스나 카카오와 같은 서비스가 은행과 공인인증서를 통해 송금하는 것에 비해 얼마나 편리한지, 또 카드 결제에 비해 이들을 통해 얼마나 많은 중간 수수료를 아낄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그러나 여기서 발목을 잡는 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아직은 여전히 전통적인 은행과, 카드사 서비스가 더 보편적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렇게 다시 돌고 도는 이야기가 된다.



그럼 여기서 기존의 은행, 카드사들이 할 수 있는 움직임에는 에는 무엇이 있을까? 


내 생각엔 두 가지가 있다.

  

- 페이 서비스들 역시 위의 사이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기존 금융서비스를 이기기 어렵다 판단 >> 더 완강하게 버틴다. (결국 레버리지 할 만큼 소비자들이 충분히 넘어오는 것보다, 캐시백 등의 프로모션 - 위에서 말한 당근 - 이 바닥나는 것이 빠를 것이라 판단하고 완강히 버틴다).  


 - 당근을 통해 증가한 소비자들로 충분히 자금을 레버리지 한 페이 서비스들이 위협적일 것이라 판단해 발 빠르게 이들과 협력한다. 이 경우, 은행은 페이 서비스들과 연동해야 하는 금융 서비스 (ex. 페이 결제나 송금 서비스에 연동된 은행계좌 등)을 독점적으로 제공하고자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결제나 송금 등의 영역을 페이 서비스에 일부 내주지만, 반대로 예금이나 기타 연계 서비스에 있어 다른 은행에 비해 독점적 지위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앞으로의 시장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게 될까?



#탈중앙화, 그리고 블록체인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인가?


앞서 말했든 탈중앙화라는 측면에서 페이 시스템은 블록체인이라는 프로토콜을 가진, 가상화폐와 유사성을 지닌다. 다만 상대적으로 가상화폐에 비해 우리에게 익숙한 현금, 은행계좌, 그리고 비트코인에 비해 현금화가 쉽고, 화폐가치의 변동성이 없으며 우리에게 친숙한 ‘사이버머니’ (ex: 토스 머니, 카카오 머니 등)을 매개로 한다는 점 때문에, 탈중앙화 된 가상화폐 시스템으로 나아가기 전의 ‘발걸음’ 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기존엔 은행과 카드사를 거치지 않으면 내 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관리하기도, 결제를 하기도, 송금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 (아직도 금융 민주화의 수준이 높지 않은 국가에서 일부 사회계층은 아직도 본인 마음대로 돈을 소유하거나, 사용하거나, 송금할 수 없다. )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 시스템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은행이나 카드사 같은 중개기관이 권력을 잃어야 한다


그렇지만 ‘페이’ 시스템과 가상화폐 시스템에는 궁극적인 차이가 있다. 블록체인 시스템은 주인이 없다. 특정 중개자나 주인이 결제를 승인해주는 방식도 아니고, 거래의 데이터베이스가 중앙 집중형으로 보관되지도 않는다. 모든 데이터는 사용자가 공유하는 네트워크 안에 분산되어 뿌려지고, 네트워크 안의 모든 노드 (node)의 검증을 거쳐야만 거래가 이루어진다. 이후 거래 내역은 특정한 해시 값을 가진 ‘블록’으로 묶이고, 블록들은 시간 순서에 따라 해시 값으로 줄줄이 연결되어 ‘체인’을 형성한다. 따라서 과거 일어난 거래 내용을 바꾸거나 조작하기 위해서는 연결된 모든 블록의 결제내용을 바꿔야 한다. 말하자면 이중거래나, 거래내역의 조작이 불가능하다. 


주인이 없기 때문에 수수료를 부과할 대상도 없다. 애초에 ‘수수료’라는 게 필요 없는 모델인 것이다. ‘블록체인’이라는 시스템에 참여하는 노드들이, 네트워크에 대한 검증과 거래의 발생, 처리 전반에 참여하도록 설계되었기때문에 누군가 제 3자를 고용해 관리를 맡기고, 그 댓가로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또,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검증하는 ‘작업증명’을 가장 빠르게 수행하는 이들에게는 가상화폐가 생성되고, 보상으로 지급되기때문에 참여의 동기부여도 충분하다. 물론 보상인 가상화폐가 ‘생성’된다는 점 역시, 누군가가 수수료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음을 의미한다. 


반면 모든 페이 시스템에는 주체와 주인이 있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라는 기업의 사업모델이고, 제로페이는 서울시에서 실시한 사업이다. 이들은 사실 중개인이지만, 은행과 카드사에서 발생하던 수수료를 받지 않을 뿐이다. 제로페이는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계좌이체 거래’ 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수수료 없이 중계해준다. 카카오는 ‘카카오머니 충전’의 형태로 소비자들의 돈을 받아, 수수료 없이 대신 돈을 지불해준다.



수익이 문제가 될까?


많은 사람들이 수수료가 없는 페이 서비스에 있어서 ‘수익이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단순히 제살 깎아먹기식 서비스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봤다. 그렇지만 수익모델은 잠시 미뤄두도록 하자. 돈이 모이고 사람이 모인다면 수익을 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사람들은 은행 계좌에 돈은 예치하고, 연결된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를 사용해 결제한다. 물론 아주 적은 양이더라도 이들에게 은행은 예금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그럼 은행은 수많은 이들이 은행에 예치한 돈을 사용해 적당한 투자, 대출을 할 것이고 이 예/대차 마진을 통해 수익을 낸다. 반면, 지금까지 우리는 카카오머니를 충전한다고 해서 이자를 받거나 하지 않았다. ‘사이버머니를 충전하는데 왜 이자를 받아야 하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카카오는 지금까지 이용자에게 공짜로 돈을 빌려왔던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대부분의 사용자가 아직까지는 큰 돈을 카카오머니의 형태로 예치해놓고 사용하기보단, 그때그때 결제액을 충전하는 방식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을지 모르지만, 더 많은 이들이 카카오머니를 은행계좌처럼 사용할수록, 카카오에게는 충분한 지급준비금이 생기는 것이고, 사용자에게 이자를 지급할 필요 없이 대출과 투자를 통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어떻게보면 올 12월까지 연1.7프로의 이자를 제공하기로 한 것은, 더 많은 이들이 그때그때 충전해서 결제하는것이 아닌, 카카오머니의 형태로 예치해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로써 카카오가 더 많은 지급준비금을 가지고 대출과 투자를 통해 결국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제 2의 은행이, 제 2의 카드사가 되는것이 문제


오히려 카카오와 같은 기업이 제 2의 은행, 제 2의 카드사가 되는것이 문제이다. 어쨌든 페이 서비스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공통된 프로토콜이 마련되던지 (ex. 모든 페이서비스와 호환이 되는 결제단말기나 결제 방식), 아니면 알리페이처럼 소수의 서비스처럼 좋게말해서 Dominant Standard로, 나쁘게말해 정부 규제하의 독점으로 흘러가야 할 것이다. 만일 후자가 현실화되었고, 모든 이들이 카드 대신 카카오페이를, 은행 계좌 대신 카카오머니를사용하게 된다면, 어느 날 갑자기 카카오가 5%의 송금수수료를 매기겠다고 선언한다 해도 소비자가 할 수 있는것이 많이 없다. 블록체인과 달리 중앙 기관은 존재하기에 제로페이가 됬건 카카오가 됬건 얼마든지 이들이 제 2의 은행, 제 2의 카드사가 됨으로써 다시 ‘중앙화’될 여지는 있다. 


나는 이러한 측면에서 살펴보면 페이 시장이 독점시장으로 흘러가기보다는, 다수의 경쟁자가 존해하지만 이들과 모두 호환되는 프로토콜을 마련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마치 수많은 카드사들이 IC 칩과 마그네틱 MST 방식의 카드를 공통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어쩌면 그 프로토콜의 마련 시점이, 블록체인의 도입과 가상화폐의 도입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이 될지도 모른다. 현금과 사이버머니를 통해 은행 시스템으로부터의 탈중앙화를 이루어놓는다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로의 전환이 훨씬 수월해질테니까 말이다.





참고자료 / 함께 보면 좋은 자료: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 (폴 비냐, 마이클 케이시 지음)


https://www.forbes.com/sites/michaeldelcastillo/2018/08/09/ibm-maersk-blockchain-platform-adds-92-clients-as-part-of-global-launch-1/#863cce768a4a


https://www.bloomberg.com/graphics/2018-payment-systems-china-usa/?utm_content=business&cmpid=socialflow-facebook-business&utm_campaign=socialflow-organic&utm_source=facebook&utm_medium=social


“Blockchains don’t scale. Not today, at least. But there’s hope.” by Preethi Kasireddy https://link.medium.com/4rDIn0LwXR


https://www.technologyreview.com/s/612443/blockchain-smart-contracts-can-finally-have-a-real-world-impact/?utm_source=facebook&utm_medium=tr_social&utm_campaign=site_visitor.unpaid.engagement

https://news.joins.com/article/21759285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91486

https://www.bloomberg.com/graphics/2018-payment-systems-china-usa/?utm_content=business&cmpid=socialflow-facebook-business&utm_campaign=socialflow-organic&utm_source=facebook&utm_medium=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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