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창업경진대회와 사업화 지원
본 시리즈는 가공을 거쳐 파인드의 뉴스레터에도 함께 연재될 예정입니다
본 글은 글쓴이의 경험과 느낀 점을 바탕으로 하며, 주관적인 부분이 다소 있을 수 있습니다. 비록 미약한 경험이지만, 미래의 학생창업을 꿈꾸는 대학생 후배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ep.1 : 대학생이 스타트업을 꿈꾸게 되는 과정
1월에 인턴쉽을 마친 후 퇴사를 하고, 약 2개월간 나름대로 이런저런 조사를 하며 아이템에 대한 구체화를 진행해본 저는 이를 들고, 함께 인턴쉽 기간 동안 일을 했던 두 사람에게 가서 열심히, 나름의 피칭 (?)을 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다음과 같이 팀을 꾸려, 함께 창업경진대회에 참가하게 됩니다.
전반적인 기획과 팀장을 맡게 된 저 H
O2O 및 크라우드 소싱 기반 플랫폼 산업에서 오퍼레이션 업무 경험을 가지고 있는 K
디자인 전공으로 마케팅 분야 업무 경험을 가지고 있는 I
(익명성을 위해 앞으로 모든 관련자들은 이니셜로 표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눈치가 빠른 분들이라면 의문을 가지셨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저희 팀에는 개발자가 없었습니다. 그것도 ‘플랫폼 서비스’를 만든다는 팀이 말이죠. 물론 저는 기술 경영을 전공하면서 프로그래밍과 데이터 분석, 딥러닝 분야를 공부하고 있었고, 아주 간단한 웹 개발을 할 줄 알았으며 전반적인 개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구조는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있었지만, 절대 개발자는 아니었거든요.
아마 뒤에 자주 언급되겠지만, 사실 이 부분이 훗날 정말 많이, 그리고 자주 저희의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다행히도, IT회사에서 인턴쉽을 하던 시절 친해지게 된 풀 스택 개발자이자, 스타트업 CTO 경험이 있으신 지인분이 있어 꾸준히 자문을 구하긴 했지만 역부족이었죠. 개발이 가능한 팀원을 구하는 것, 외주를 맡기는 것, 자체적으로 역량 범위에서 개발을 진행하는 것, 수많은 옵션을 시도했지만 결국 개발 역량이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물론, 저희가 창업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만났던 학생 창업팀 중에서도, 개발자 없이 시작하여 성공적으로 서비스를 론칭하거나, 큰 규모의 지원금 (혹은 투자)를 유치한 팀을 만나본 적이 있습니다. 외주를 통해 진행한 스타트업의 사례도 많이 들었고요. 그렇지만, 저희가 근 1년간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개발자 없으면 힘들 거다’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과거로 돌아간다면, (일단은 그 아이템을 절대 다시 하지 않겠지만…) 일단 어떻게 해서든 가장 먼저 개발자를 찾아서 우리의 아이템으로 설득하고, 팀원으로 포섭할 것 같네요.
저보다 1년 앞서 창업에 도전하고, 앱 서비스를 기획해 K-스타트업의 예비창업패키지 지원사업을 따내기까지 했던 친한 선배가 있는데, 이 선배 역시 개발자가 없었던 것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고 하네요. (지금은 창업경험을 발판으로 마케팅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많은 대학생 후배들이 개발자 없이, 아이디어만 가지고 창업을 시작하고, 투자나 지원금을 받은 뒤 외주를 통해 제작하거나 사람을 고용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저희 팀도 처음에 마찬가지였고요.
대학생 창업팀들이 시작하는 시점에서, (특히 앱이라면) 아이템을 개발할 수 있는 개발 역량을 보유하거나, 최소한 개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확보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의 조언과 지적을 떠올려보면 적어도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탄탄히 모델을 만들어서, 자금을 확보한 뒤에 개발하면 되지!’라는 생각은 너무 안일한 것 같아요. 경험 있는 창업 선배님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제로 많은 신생 학생 창업팀들이 시작점에서는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뒤에서도 이야기하겠지만, 이러한 한계 때문에 저희는 ‘내부 개발자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개발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타당성 있는 로드맵이 있다’라고 설득하는데 정말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작은 규모의 대회나 지원사업에서는 통했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쉽게 통하지 않았던 것 같네요.
저도, 앞으로 ‘개발자’가 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창업 실패 경험 이후에 개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특히 IT 서비스, 플랫폼이라면 기획을 하더라도 개발에 대한 이해와 어느 정도 구현 능력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죠.
무작정 팀을 꾸려 창업경진대회를 나가게 되었을 때, 서류 마감까지 딱 1달이 조금 덜 되는 시간이 남아있었습니다. 대회나, 지원사업, 프로그램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사업계획서를 요구하게 됩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정부지원사업의 경우 주요 사업들의 사업계획서 양식이 표준화되었으며, 많은 프로그램들이 이와 비슷한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K-스타트업의 표준 양식은 5페이지 이내이지만 저희가 처음 지원한 대회는 10 페이지의 분량을 채워야 했습니다. 아이템 소개, 아이템의 차별점, 창업팀 역량, 아이템의 사업성, 기대효과와 향후 계획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첫 사업계획서를 쓰려니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맨 처음 저희는,
‘사업 소개서’가 아니라 ‘사업 계획서’인데, 그리고 분명 선정팀에게 ‘아이템의 사업화를 지원해주겠다’는 취지의 대회인데 어떻게 차별점과 사업성이 이미 있을 수 있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곧, ‘우리조차 아직 우리의 아이템을 100% 이해하고 있지 못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 1년간 이 생각을 몇 번이고 더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바로 사업계획서를 쓰기보다, 회의실을 빌려 ‘우리의 아이템을 확실히 정의하고 이해하자’를 목표로 며칠을 논의하고, 조사했습니다. 쉬워 보일지 몰라도, ‘너희 아이템이 뭔데?’라고 물었을 때, 한마디고 정리해 대답하는 것이 막상 해보면 너무 어렵더군요. ‘이런 장점이 있고, 이런 것도 가능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설명이 길어집니다. ‘그래서 그게 도대체 뭔데?’라고 물어보면 다시 설명이 돌고 돌았습니다. 겨우 설명을 마친 후, ‘그래서, 너희 아이템이 다른 서비스에 비해 가지는 장점이 뭐야?’라고 물어보면 또다시, ‘이것도 다르고, 저것도 조금 좋고…’ 하면서 장황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아마 이때 이후로 약 1년간 사업계획서를 몇십 번은 새로 작성한 것 같습니다. 맨 처음 작성한 사업계획서와, 아이템을 포기하기 직전, 수많은 멘토분들, 현직 창업 선배님들의 조언을 받아 수십 번 고쳐 작성한 사업계획서만 비교해보아도 가장 크게 눈에 띄는 차이는 ‘장황하지 않다’ 인 것 같네요. 처음 작성한 사업계획서에는, 지금 봐도 의미를 정확하게 모르겠는, 복잡하고 추상적인 단어를 섞어 쓴 복잡한 문장들로 가득했습니다.
예컨대, 저희가 맨 처음 작성한 사업계획서에는 이렇게 적혀있군요:
‘OOO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주목받고 있는 온디맨드와 긱 이코노미 형식을 차용한 개인 간의 소규모 물품 배송 서비스이다…’
지금 봐도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당시에는 이해하고 쓴 걸까요?
수많은 선배님들의 조언을 거치고 약 1년 뒤, 마지막 사업계획서에는 이렇게 적혀있네요:
‘OOO는 안전한 비대면 거래가 가능한 물품 배송 플랫폼이다’
여전히 많이 부족했지만, 적어도 제 스스로가 무엇을 이야기하고싶은지는 이해하고 작성한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급하게 뛰어든 창업이기에, 제가 구상한 아이디어의 장점과 한계점, 그리고 본질을 이해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던 것 같네요.
나중에는 학교 및 정부 연계 프로그램 들을 통해 실제 심사역, VC 또는 AC분들이 지도해주신 창업 교육과 멘토링에 여러 차례 참여하며 사업계획서와 아이템 구체화에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요즘에는 특히, 대학생 창업팀들에게 이러한 기회들이 정말 많으니 처음 시작하는 대학생 창업 팀분들은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네요.
저희가 처음으로 작성했던 사업계획서가 많이 부족하긴 했지만, 어쨌든 첫 창업경진대회의 서류를 통과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프로덕트 디자인 및 개발에 대한 실행계획과, 타임라인이었죠. 역시나 발표심사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물어보셨는데 저희도 기약 없이 ‘외주제작을 하겠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해서 나름의 로드맵을 구상하긴 했습니다.
일단 과거 IT회사 근무, 프로젝트 경험 등을 통해 알게 된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팀 내부 개발자는 없었지만, 외부에서 자문을 주실 개발자 출신 스타트업 CTO분이 한 분 계셨고, 과거 제가 운영했던 비영리 컨설팅 단체를 통해 프로젝트를 함께했던 외주업체 대표님이 계셨습니다. 꾸준히 미팅을 가지며 개발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추후 외주작업이 필요할 경우 의뢰하기로 약속한 뒤 이러한 내용을 저희의 개발 로드맵에 포함시켜 ‘개발이 가능하다’라고 최대한 설득하려 했던 것 같네요. 물론, 과거로 돌아간다면 저는 개발자 팀원부터 구할 겁니다.
어쨌건, 결국 이렇게 첫 창업경진대회에서 선정되어, 사업화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공식적으로 (작은 규모이지만) 창업지원을 받는 창업팀이 된 것이죠. 너무나 기뻐하며, 서류에 서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 꼭 사업을 키워서 엑싯 (Exit) 하자!’라고 팀원들과 잠시 달콤한 꿈을 꾸었던 게 아직도 생생하네요.
고생은 이제 시작인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