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 브런치에 글을 쓸 땐, 많은 자료와 근거를 바탕으로 글을 쓰려고 하는 편이다. 그런데 가끔은, 명확한 데이터나 자료가 없어도 직관적으로 드는 생각들이나 아이디어가 꽤 의미 있을 때도 있다는 점을 느꼈다.
그래서 이 시리즈에서는 그런 이야기들을 비교적 가볍게 적어보고자 한다 (그런데 쓰다 보니 길어졌다) 대충 자료조사 안 하겠다는 이야기
Question: 폴더블 스마트폰의 흥행은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으로부터 시작되었을까?
나는 IT기기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주변 사람들보다 기술 수용도가 높은 편이기도 한 것 같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꼭 써보고 싶어 하고, 그렇지 않으면 상세한 리뷰와 스펙을 뜯어보곤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약 2010년대 초반부터 IT기기들의 트렌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스마트폰, 태블릿을 아우르는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2017~2018년경부터 조금씩 흥미를 잃고 있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점점 몇 가지 하드웨어의 업데이트 외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이유를 드는 것 같다.
이 시점에서 나는 분명 기술은 점점 좋아지는데, 우리는 왜 새롭다고 느끼지 못할까? 를 고민해보게 되었다. 예를 들어 보자. 최근 갤럭시 s9시리즈를 사용하시던 아버지가, 갤럭시 s21을 구입하시게 되었다. s9모델 사용되는 CPU는 퀄컴사의 스냅드래곤 845 칩셋과 동일한 수준이고, 갤럭시 s21모델에 사용한 칩셋은 스냅드래곤 888 칩셋과 동일한 수준으로, 벤치마크 기준으로 약 두배 가량의 CPU 성능 차이를 보여준다. 그 외에도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을 살펴보면 상당히 큰 발전을 이루었다. 그럼에도 아버지가 새 제품을 받고 내뱉으신 첫마디는 '별로 휴대폰을 바꾼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모바일 디바이스를 '새롭다' 고 느끼게 하는 요소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외관적으로, 혹은 사용 방식에 있어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되거나, 적어도 큰 변화가 있을 때.
두 번째는 새 제품으로 인해 기존에 하지 못했던 것들이 가능할 때
그리고 개인적으로, 첫 번째를 만족하더라도 두 번째를 만족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큰 의미 있는 혁신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우니, 두 번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개인적으로, 이전에는 매 해 신제품 / OS 발표회 때마다 '과연 업그레이드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어떻게 조합해서, 전에는 하지 못했던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까?'라는 기대를 가지곤 했었다. 좋은 예시중 하나가 삼성 페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사람들의 카드, 결제 정보를 스마트폰에 저장하고, 결제를 할 때마다 저장된 정보를 보내서 결제를 중개해주는 앱을 만든다면 실물 카드를 안 들고 다녀도 되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치자. 이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은 로직을 가진 소프트웨어 제품이 된다.
자신의 카드 정보 (카드번호 등)을 앱에 등록
카드사의 협업, api 활용을 통해 앱에 등록한 정보로 결제 요청을 보낼 수 있도록 시스템 개발
스마트폰을 활용해서도 실물 카드를 사용하는 것과 동일하게 거래할 수 있는 앱 완성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를 할 때, 어떻게 스마트폰에 저장된 카드로, 해당 매장에서 거래했다는 정보를 전송할지 이다. 실물 카드를 사용할 땐 카드 리더기를 사용하지만, 스마트폰은 카드 리더기가 인식할 수 없다. 그렇다고 가맹점주들에게 일일이 스마트폰 결제에 필요한 별도 장비를 배포하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삼성은 실제 물리적인 마그네틱 카드와 같이 작동하는 MST 결제 기능을 하드웨어에 탑재하여, 점주들 입장에서는 실물 카드와 동일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삼성 페이와 다른 페이 서비스의 차이는 여기에 자세히 설명해놓았다)
바꿔 말하면
전에는 불가능하던 일을 실현시키기 위해 소프트웨어적인 해결책을 생각해낸다.
그렇지만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하드웨어적 장벽이 있다
따라서, 하드웨어의 발전을 통해 새로운 기능을 구현해낸다
의 프로세스가 된다.
한 가지 좋은 예시를 더 살펴보자. 바로 '혁신의 아이콘'인 최초의 아이폰이다. 아이폰은 위의 두 가지 경우 (외관 및 사용 방식의 변화 / 기존에 하지 못하던 것을 가능하게 함)에 모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우리가 생각하던 '휴대전화'는 어떤 물건이었을까? 처음엔 들고 다닐 수 있는 전화기였지만 점점 생활 속에서 휴대하면 편하다고 생각하는 기능들이 붙기 시작했다. 매번 전화를 걸 수 없으니 단문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게 되었고, 그때그때 기록할 일이 많으니 카메라, 녹음기 등이 탑재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제 '필요한 것'들은 더 찾기 어려웠는지 '재미있는 것'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점점 화면이 커지더니 TV, 영상 플레이어, MP3, 심지어는 게임까지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러다 보니 주객이 전도된 건지, 들고 번호를 누르고 통화하는 데에 보내는 시간보다 화면을 쳐다보는 시간이 더 길어진 것 같다. 그래서 버튼을 없애고 화면을 꽉 채워버렸다. 터치스크린이 등장했다. 누가 말했듯 우리에겐 손가락이라는, 아주 뛰어난 입력도구가 있으니까.
그 시절에,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이 있었을까? 물론 있었다. 정확히는 PDA라는 것이 있었다. 학생 때 처음 아버지의 PDA를 만져보았는데, 컴퓨터에서 보던 것과 비슷한 화면을 보고 신기해했다. 나름 PDA용으로 만든 모바일 OS인, Windows CE였다. 그런데 그 시절의 내가 보아도 '상당히 세련되지 못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사람들 입장에선 이것을 들고 다니며, 생활 속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쉽게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잡스도 아마, 아이폰 키노트에서 PDA를 대차게 까면서 시작한 것을 보면, 이게 썩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우리가 아이폰을 처음 봤을 때 왜 놀랐을까? 분명 옴레ㄱ.. 옴니아라던지, 햅틱이라던지, 겉으로 보기에 얼추 비슷하게 생긴 물건들은 있었는데 왜 그렇게 그게 갖고 싶었을까?
우선, 아이폰은 기존의 터치를 지원하는 디바이스들과 외관은 비슷할지 몰라도 사용 방식에 있어서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개인적으로 소프트웨어적으로는 IOS, 하드웨어적으로는 멀티터치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윈도 CE나 아주 예전의 윈도 모바일을 사용해본 사람들이라면, IOS나 안드로이드와는 다르게 매우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다. (나는 그랬다...) 대부분의 제품들은 기존의 PC 용 OS인 윈도의 사용성을 그대로 모사하거나, 기존 터치폰들의 사용성을 그대로 모사했다. 그런데 여기에 인터넷을 활용한 다양한 복잡한 기능들을 추가하기만 하려 하니 유저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불편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IOS는, 기존에 보던 것들과 확실히 달랐다. 지금은 꽤 기능이 많아졌지만, 처음에는 '왜 이렇게 아무것도 없어?' 싶을 정도로 단순했다. 그 흔한 메뉴 하나 없고, 좌우로 넘기면 있는 앱 목록, 그게 다였다. 앱을 눌러 사용하고, 다 사용하면 끄고. 앱 내에서도 위 / 아래로 스크롤, 원하는 동작을 클릭. 그런데 그 작업이 기존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원활했다. 마치 맥 PC에서 보던 것처럼. 잡스도 당시 발표회에서, 'MacOS를 이 디바이스에 이식했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아이폰 자체도 물론 기존에 하지 못했던 것들 - 인터넷을 활용해 지도를 본다던가.. 스타벅스를 예약한다던가 - 을 해냈지만, 뒤이어 등장한 다양한 ios 앱들을 통해 사람들은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하게 되었다. 2010년경에 글로벌 앱스토어 1위를 계속 지키고 있던 Bump라는 앱이 아직도 기억나는데, 아이폰 두 개를 서로 부딪히면, 연락처나 사진 등을 교환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당시로써는 너무나도 신기하고, 새로운 기능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첫 아이폰은:
잡스의 아이폰은 외관적으로, 혹은 사용 방식에 있어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거나, 적어도 큰 변화를 주었는가?
잡스의 아이폰으로 기존에 하지 못했던 것들이 가능해졌는가?
이 질문에서 멀리 돌아오긴 했다...
아마도 예전에 이 글을 통해 비슷한 이야기를 한적 있는 것 같다. 이전과 다르게 '기존에 하지 못했던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내는 것에 점점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절대 하드웨어가 중요하지 않아서 라기보다는 (적어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하드웨어의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사실 근 몇 년간,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같은 IT 디바이스들보다 우리 생활에 가장 큰 변화와 혁신을 일으켰던 것들은 수많은 '앱 (app)'들이라고 생각한다. 꽤 오래전에는, 생각보다 많은 앱들이 다음과 같은 경고 메시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버전 이상의 os가 필요합니다 / ~미만의 기종에서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러한 메시지를 좀처럼 보기 힘들다. 카카오톡이 작동하지 않거나, 배달의민족으로 음식을 주문할 수 없는 기기를 본 적은 없다. 몇 년을 쓴 구형 기기에서도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대부분의 앱 서비스를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다. 사실 요즘엔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스펙 상향평준화가 어느 정도 일어나서, 고사양의 게임도 웬만한 스마트폰에서는 모두 구동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새로운 기기를 산다고 해서 전에는 못하던 일을 할 수 있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앱 서비스는 버전 호환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범위의 하드웨어 스펙을 가진 기기에서 지원하도록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심지어 요즘엔 스마트폰의 OS 업데이트 지원 주기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2015년, IOS9버전으로 출시된 아이폰 6s는 벌써 6년째 IOS15까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고 있다. 구형 기기와 신형 기기의 전반전인 UX / UI의 차이도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2019년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조건중 첫 번째 조건은 확실히 충족한 것으로 보이는 제품이 드디어 등장했다. 바로 폴더블 스마트폰이다. 초기의 제품들은 기념비적인 제품으로, 매우 높은 가격대를 형성해 대중적인 유행을 일으키지는 못했지만, 2021년 삼성의 갤럭시 z플립 3 제품은, 가격대로 보나, 디자인으로 보나, 마케팅으로 보나 본격적인 대중화를 목표로 출시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럼 폴더블 스마트폰은 과연 유저들에게 더 큰 편리함을 주고 있을까? 아니면 IT 생태계에서의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으로 인해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일까?
사람에 따라 관점이 다르겠지만, 여기에 나는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이는 어쩌면 앞으로 폴더블 제품들이 해결하거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단초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1. 폴더블 스마트폰은 외관적으로, 혹은 사용 방식에 있어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거나, 적어도 큰 변화를 주었는가?
2. 폴더블 스마트폰으로 인해, 기존에 하지 못했던 것들이 가능해졌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