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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프레쉬 Aug 05. 2020

사람을 엑셀러레이팅 하는 조직

[한달브런치]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개개인의 가능성에 집중하는 조직


2015년 경력단절 여성들의 북클럽으로 시작한 ㅇㅇ구 마을자치 공동체의 두 분을 만나 뵈었다. 여성들이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하고 파워풀한 조직을 구성하고 성장시켜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우리 회사(진저 티 프로젝트) 서현선 대표를 인터뷰하러 오신 자리에 나도 합류하게 되었다. 


원래 오늘의 내 캘린더에 예정되어 있지 않았던 미팅이긴 하지만, '경력 보유 여성'(경력단절 여성이라는 단어보다 NEXT를 준비하는, 다만 커리어에 단절 기간이 지금 잠시 보내고 있는 중이라는 뜻으로 경력 보유 여성으로 고쳐 부르려고 의도적으로 이 단어를 계속 사용하고 있음)들이 진저티에 조언을 구하러 오는 자리라는 설명에 주저 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다양한 마을 사업을 이어오다, 작년 말 ㅇㅇ구 여성가족과 사업에 선정되면서, 기존에 지역에 없던 여성 대표 단체 역할을 해오고 싶다고 했다. 중간 활동가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구상 중인데, 진저티의 창업 스토리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고 했다.


여러 매체에서 이미 소개된 것처럼 진저티프로젝트는 경력 보유 여성 3명이 개인적으로 스터디를 하다가 만들어진 조직이다. 자발적 소모임의 형태라고 하기엔 그 몰입도나 결과의 수준이 매우 높았고 무엇보다 같은 비영리기관 출신 멤버 모두가 '일'에 대한 열정과 프로페셔널 마인드를 이미 탑재하고 있던 터라, 이들과 함께 일해보고 싶다는 파트너를 만났을 때 필요한 절차(법인 설립 등)를 진행해 온 과정은, 기존의 많은 스타트업의 출발과 분명 구분된다.  


비영리조직의 생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또 그 분야의 문제점을 해결해보고 싶은 욕구로 시작된 조직이어서 그런지, 탐구해보고 싶은 주제가 정해지면 깊은 리서치와 연구,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그 판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깊이 대화하는 과정을 거치며 경험을 지식으로 쌓아갔다. 여느 스타트업과는 달리, 외부 투자자 찾기 IR활동 등에 에너지를 쓰지 않고, 규모에 상관없이 조직원들이 합의한 주제에 대해 밀도 있는 공부와 학습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함께 학습하며 많은 대화로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어느새 그 생각들이 서로 연결되고 확장, 정리되는 작업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번역서를 출판하고, 그 콘텐츠 관련 교육, 강의 의뢰를 받게 되면서 조직은 더 많고 다양한 파트너를 만들어 가고, 성장해 가게 되었다. 


초기 창업자 3인이 모두 위계 조직에서 풀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좀 더 자유롭고 개인의 상황에 맞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시도도 새로운 실험으로 자리 잡고, 어느새 자연스러운 문화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나 가정에 갑작스러운 이슈로 출근 시간을 변경하거나 재택을 하는 것이 당연한 회사, 아이와 함께 출근할 수 있는 조직이 되었다.(https://www.bbc.com/korean/news-48210262)


그리고, 조직에서 관심과 정성을 기울인 또 다른 큰 부분은 '사람'이었다. 보통의 조직은 성장하기 위해 유능한 직원을 채용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진저티는 보이지 않는 가능성을 발견해 내고, 기회를 주고, 때로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나다움'을 이끌어내어 개인의 성장이 조직의 성장으로 이어가는 과정을 설계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에 무척 탁월하다. 그 배경에는 귀 기울여 들어주고, 깊게 회고하는 대화를 통해 지지를 보내는 안전감 있는 조직 문화가 기본이 된다. 


이런 조직에서 무한 신뢰와 지지, 그리고 나의 취약함을 편안한 마음으로 드러내 함께 고민을 나누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얻는 경험을 했다. 한없이 낮은 자존감으로 경력 보유 여성 재취업자였던 15개월 전 나는, 이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속한 이 조직이 나의 첫 번째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예정이다. 진저티프로젝트는 사람을 엑셀러레이팅 하는 조직으로, 어쩌면 또 하나의 새로운 실험을 이어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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