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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 Mar 23. 2020

모두의 생산적인 피드백 생활을 위하여

한 줄의 피드백을 위한 열 줄의 돌려 말하기가 과연 생산적일까?

나는 피드백 중독자다.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최선의 결과물이 탄생하는 과정을 참 좋아한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각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좋은 아이디어들만 쏙쏙 뽑아 최고의 결과로 만들어내는 것은 언제나 즐겁고 뿌듯하다. 그렇기에 다른 팀원의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이고, 나도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주는 것을 망설이는 타입은 아니다.


애초에 그렇게 배워왔다. 첫 회사에서는 제안서를 쓰는 일이 많았는데, 최고의 제안서를 위해 팀원들의 모든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한낱 돌덩어리를 빛나는 다이아몬드로 만들기 위해 수직관계를 막론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특히 제안서는 보통 마감 시한이 있기 때문에 '용건만 최대한 간단히 빠르게.'가 생명이었다. 피드백은 언제나 빠르고, 간결하되, 정확하게 주고받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니 시간 단축은 물론이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좋은 팀과 선배들을 만났었고, 덕분에 많이 배웠다.




이렇게 일을 하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모두가 이렇게 일을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주변의 지인들과 일 얘기, 회사 얘기를 할 때 비로소 나는 깨달았다. 나에게 당연한 일이 생각보다 찾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피드백을 주고받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충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마다 말하는 방법도 듣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그러니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자세도 다 다르다. 그래서 충돌과 마찰이 생겨난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피드백을 건네는 편이다. 상대방이 알아듣기 쉽고 명확하게 필요한 말만 전한다. 그것이 상대방의 시간도 절약해주기 때문이다. 간단하고 명확한 피드백은 내용을 독해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든다. 그렇게 번 시간은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에 더할 수 있다. 이게 내 기준의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주는 피드백 커뮤니케이션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사람들의 듣는 방법은 다 다르다. 그러니 나에게는 단도직입적이고 명확한 것이 어떤 상대에게는 날카로운 것처럼 느껴지나 보다.


한 줄의 피드백을 건네기 위해 열 줄의 돌려 말하기를 시전해본 적도 있다. 하지만 결과는 다 대실패. 상대방은 열 줄을 모두 읽다 지쳐 그 핵심의 한 줄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니 나의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 건넨 피드백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나는 또다시 같은 말을 반복해야 했다. 이것은 나와 상대방 모두의 피로감만 더했고, 피드백을 반복하는 나는 잔소리쟁이가 되어있었다. 나도 그건 참 싫은데 말이다. 그래서 그만뒀다. 피드백이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쿠션어고, 뭐고, 딱 용건만 말했다.





피드백은 공격이 아니다.


피드백을 개인적으로 혹은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전혀 없다. 회사의 일이 나의 자아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물론 내 눈 앞의 이 결과물이 나의 피땀 눈물이 모여 만들어진 집합체라는 것은 이해한다. 나 또한 그러하니까. 하지만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내 노력이 들어간 결과물을 대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고슴도치가 되어 모든 게 예뻐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기본적인 실수도 놓치기 마련이다. 그런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사람의 의견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피드백을 주는 사람도 쓸데없는 피드백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말 이것이 최선의 의견인지, 꼭 필요한 의견인지 잘 생각하고 피드백을 건네야 한다. 장점은 많이 칭찬하고, 보완할 점은 심플하고 명확하게 집어주어야 한다. 당연히 감정은 배제하고 상대방이 피드백을 요청한 작업물에만 집중해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피드백을 몽땅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피드백이 이해가 가지 않으면 물어보면 된다. 그런 것 또한 피드백의 과정이다. 함께 의견을 나누고, 서로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떤 방법이 최선일지 고민하면 된다. 상대방의 피드백이 꼭 필요한 조언이라면 받아들이면 되고, 아니면 말고. 피드백이라고 다 옳을 수는 없으니까. 다만 그 피드백이 더 나은 옵션이 아니라는 이유는 확실해야 한다. 피드백을 준 상대방과 나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이유여야 한다.


피드백은 결코 당신을 향한 공격이 아니며, 당신의 잘못을 꼬집어내기 위한 행위도 아니다. 그저 당신의 피땀 눈물이 헛된 수고가 되지 않도록 도울 뿐이다. 정말 그뿐이다. 일터에서의 피드백은 당신의 인생에 대해 말하자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노력한 것, 모두가 다 안다. 그러니 안심하고 피드백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일은 일이고, 회사는 회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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