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졸린거북 Dec 13. 2015

함부르크

in Hamburg


어떤 차를 타고갈까 하다가 조금 일러도 빠른걸 타고가자 해서 6시 출발하는 기차를 탔다. 잘 가고 있었는데 검표원이 보더니 이건 예약해야 한다며 다른 차를 타도 된다고 한다. 일단 허둥지둥 내려서 유레일 앱을 살펴보니 떡하니 R 마크가 있고 예약필수라고 써있다. 이럴땐 또 칼같이 정확하다. 그래서 다음차를 탔는데 정작 이놈은 연착되어 다음 기차와 연결이 제대로 안되었다. 하노버에서 2-30분 정도 사람구경 하다가 함부르크행 기차를 탔다. 요전 기차의 검표원은 또 깨알같이 너 1등석인데 여긴 2등석이라고 알려줬고 요번 기차의 검표원은 행선지 잘 적으라고 엄하게 말하곤 지나갔다.


함부르크 중앙역


기차는 재미있다. 작은 일들이 꽤 이것저것 벌어지곤 한다. 어제는 옆자리 아저씨가 자다깨다 하드만 짐 없어졌다고 내 짐 못봤냐고 왔다갔다 하더니 결국 어디선가 찾아왔다. 나랑 또 다른 아저씨가 오 찾아왔냐 긋~ 날려줬다. 아까는 퉁퉁한 아저씨가 걸어올라오다가 차 서있는걸 보고 스톱 스톱 하면서 허둥지둥 달려가 탔다. 월요일이라 그런가 오늘은 사람들도 많고 부산하다. 다들 바쁜 모습이다. 나는 여행자니까 관찰한다.


내 여행 스타일은 일본에 오가면서 잡힌듯 싶다. 언젠가부터 일본 공연에 맛을 들였고 공연은 주로 동경에 있다보니 동경가도 공연 외에는 별로 보고싶은 곳이 없다. 그래서 아침에 미술관 점심에 음반가게 저녁에 공연 밤에 술한잔 정도 하는 패턴이 굳어졌다. 그렇게 3박정도 하면 충분히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건 동경에서나 가능한 일이긴 하다. 음반가게에 끝없이 파낼 수 있는 음반 광산이 있기 때문에. 


유럽에서도 패턴은 비슷해서 밀도가 조금 낮을 뿐 저 행동을 똑같이 하고 있다. 동경에서보다 관광의 우선순위가 조금 높을 뿐이다. 함부르크에는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가고있다. 여행 다니면서 이쁜 중세도시도, 작은 호숫가도 이제 AFC처럼 느껴지곤 한다. 사람은 간사한 놈이라서 뭔가 주기적으로 변화를 주지 않으면 쉽게 지루해한다. 돌아갈 때가 되긴 된 모양이다.


커리부르스트. 이민자들이 케밥에 이어 히트시킨 먹거리.


유독 유럽의 관광지에서는 젊은이들보다 노인들이 많이 보인다. 젊은이들은 돈버느라 바쁘고 한가한 노인들이 다니는게 더 맞겠지. 내가 다녔던 공연장에서도 노인들이 많았는데 그건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이나 음악 스타일이 옛날 것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랄까 체감되기로는 너무 많다. 지금의 세계는 노인들이 지배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한국 일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거 같다. 젊은이들은 일자리 구하느라 허덕거리고 그 과정에서 진이 빠진 느낌이다. 어디선가 그런 얘기를 들었다. 한세대씩 건너서 이것저것 남기는 세대가 나오는 것 같다고. 자기가 똘똘하면 자식대는 좀 아쉽고 손자대에서 다시 똘똘한 자가 나온다는 말인데... 개인 단위로는 설득력이 없지만 사회적으로 가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만해도 전후세대 - 419세대 - 386세대 - 그 이후들을 보면 할일이 많았던 시대에선 각자 바쁘게 성장을 위해 뛰었지만 민주화 이후 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로 극단화될 무렵부터 아래 세대들은 윗세대들의 걱정거리가 된 느낌이다. IMF가 상징적인 사건이었고. 즉 앞세대들이 잘나가서 어려운 세대가 나올만한 시기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 이건 누구의 잘못일까. 최소한 애들의 잘못은 아니다. 이미 진단은 나와있다.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기회는 어떻게 줘야할까. 그건 잘 모르겠다. 최소한 기성세대들의 정년연장같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수없이 얘기되었던 기본소득을 줘야 한다. 이건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주는게 맞다. 마셜 플랜과 같은 것 아닌가. 일단 누군가는 돈을 써야 경제가 회전하는데 지금은 그게 막혀있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그들에게 돈을 줘라. 그게 기회이다. 그리고 그들이 그 돈을 쓰면서 경제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할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장은 수천억 들여 짓고 다시 그돈을 또 들여서 원상복구시킨다고 하던데 그거야말로 전형적인 마셜플랜 아닌가. 기왕 돈을 쓰려면 그냥 젊은이들에게 줘라. 활력은 젊은이들의 것이니까 그들이 사회를 돌리게 둬라. 


헛소리가 길었다. 함부르크엔 별로 볼게 없었다는 소리다. 어쨌거나 여행이 끝나간다. 


강 폭이 넓어서 그런가 상당히 내륙에 위치해있는 항구도시이다. 마치 한강 안쪽까지 배가 들어와서 여의도에 도시가 형성된 느낌?




마지막날 일출 전에 일어나서 열심히 호숫가로 갔다. 해뜨는 것 보려고. 걸으면서 해뜨는 것을 보니 추웠어도 기분이 좋았다. 그냥 걷기로 했다. 요새 삶이 좀 피곤했지만 모른척하고 걸으려고 한다. 멈추진 않기로.



매거진의 이전글 뤼네부르크 / 브레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