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Lueneburg / Bremen
일찍 깼지만 더 뭉개고 싶어서 뭉개다가 느즈막하게 나왔다. 하나 남은 컵라면을 먹고는 브레멘에 갈까 뤼네부르크에 갈까 하다가 기차가 더 금방 오는 놈으로 결정.
여기 도시들이 다 그렇듯 기차역에서 조금 걸어가면 강이나 도로가 나오고 그 다음에 구도심 구역이 나온다. 그 거리는 걸어서 10~20분 내외. 가끔 좀 먼 곳도 있지만 울산처럼 KTX역이 시내 중심가에서 택시로 30분 이상 떨어진 황당한 경우는 없다.
정말 작은 도시이고 딱히 중요한게 없어보이는데 구시가는 이쁘게 남아있다. 며칠전 봤던 밤베르크의 구시가의 좀 더 작은 버전 같다. 걷다가 건물좀 보고 사진도 찍고 커피도 한잔 마셨다. 나중에 지도를 얻긴 했지만 있으나 없으나 큰 상관은 없는 작은 도시다.
보면 스트라스부르만 해도 뤼네부르크보다 구도심이 아주 큰 것은 아니다. 성당이나 몇몇 옛 행정 건물들 큰 것들이 있긴 해도. 대도시라는 것은 현대의 산물이고 폭발적인 인구증가의 결과물 같다. 어쩌면 근대 이전과 현대의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인구 증가추이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 사이에 변곡점이 있다.
함부르크나 베를린, 드레스덴 등은 정말 폭격으로 도시가 깡그리 날아갔었다고 읽었다. 그리고 이후 주요 건물들을 복원했다고들 하지. 나는 이전부터 이 복원이란 단어가 언제나 눈에 걸렸다. 복원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까. 기록이나 다 되어있었을까? 사진 몇장이 다 아니었을까? 숭례문 불탄거 복원했다고 그게 숭례문인건가? 언제든 복원할 수 있다면 어딘가 신도시 만들때 옛 건물들 그대로 잘 복원해서 모아두면 조선시대 도시 하나 만들 수 있는건가? 질문은 끊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역사를 복원하는 것일수도 있고, 지켜오던 전통이나 의식을 복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몇몇 건물들이 폭격맞은채로 유지되는 것은 그것도 역사의 기록으로 두기 때문이기도 하니까 역사를 이어나간다는 것은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럼 독일놈들이 터키에서 뜯어온 페르가몬 신전이나 영국에 있는 엘진 마블같은 것들은 어떻게 봐야할까. 그것은 진짜이지만 복원이 된 것일까. 문화재라는 것은 이동이 어려운 것 아닌가 싶다. 역사가 그 땅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땅을 떠난 문화재라는 것은 맥락을 잃고 사라져버린다. 특히 건축물에서는 그 안에 사람이 살고 의식을 이어나가야 살아있다고 말할수 있다. 현재 살고있는 사람들이 애정을 주지 않는다면 그 건축물은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살고있는 사람들이 사라진 유산을 복원하고 싶어한다면, 그리고 그 유산과 함께 살고 있다면 그건 복원이 된 것으로 봐도 좋겠다, 현재 유산과 살고있지만 그것이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건 오래 못갈 것이다. IS가 파괴한 불상은 그런 야만의 희생물이다. 우리 문화유산 애호가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오래된 것들을 보면 흐뭇해하곤 하는데, 우리는 문화재와 많이 떨어져서 지내는 것 같다.
브레멘은 그냥 중소도시였다. 구도심의 건물들이 좀 남아있긴 하지만 상업화가 많이 되어서 운치는 적다. 로잔 같은 느낌이다. 건물들은 꽤 오래된 것들이 있었다. 구도심 주위로 물이 흐르는데 뭔가 해자처럼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다. 모양만 보면 해자인데 정작 물 깊이는 얕은 느낌.
뭐 없길래 대충 둘러보고 판가게를 찾아봤으나 있다고 한 위치에 없거나 아니면 책이랑 음반을 같이 파는 가게들 뿐이어서 매력이 없었다. 브레멘의 음악대로 유명한 도시인데 뭔가 메탈밴드로 환영해주지 못할망정 판가게까지 별로라니 실망이다. 그 동물 음악대 동상도 결국 찾지 못했다. 다른 엉뚱한 동상들만 보이고 그 위치에 갔으나 안보이길래 그냥 접었다.
대신 해자 주변의 잔디밭을 걸으며 잡다한 생각을 하다가 끊기다가 멍하니 있었다. 갈매기떼가 있던데 여기가 북해와 거리가 가까워서인지는 모르겠다. 이 갈매기들을 보면서, 음 새처럼 살면 가벼울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계속 날아야 하는데 어떻게 비대해질 수가 있겠나. 그저 날 수 있는 시간동안 날다가 가는 것 뿐이다. 집에 있는 만여장의 음반들 생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