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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래분수 Jan 26. 2022

오늘은 스파게티

맛있는 비거뉴어리 Day 25

남편의 열세 살 조카는 취향이 확실하다.


토마토랑 상추가 들어가면 그건 샌드위치가 아니죠!


그래서 이 소년의 최애 샌드위치는 햄-치즈 샌드위치.


한편, 지난가을 한국에 방문했을 때 엄마가 토마토를 한 접시 가득 잘라 놓으신 적이 있다. 조카 서너 명이 몇 번 왔다 갔다 하더니 접시가 싹 비워졌다. 그걸 본 남편은 두고두고 그 일을 회자한다.


믿을 수가 없어. 토마토를 무슨 과자처럼 먹다니...


남편은 온갖 채소 반찬과 어울려 밥을 먹는 한국 조카들을 보며 미국 조카의 까다로운 입맛을 걱정한다.


남편이 그런 생각을   나는 토마토 맛을 생각했다. 조카들이 달게 먹었지만, 내 입에 그 토마토  맛이 없었다. 한여름 내내 텃밭에서  토마토를 먹다가 한국에  터라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 조카들에게 직접 키운 토마토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뭐, 사실 아이들은 개념치 않는다. 한창 크는 아이들 먹이려면 후숙 해서 먹일 겨를도 없어 보인다. 없어서 아쉽지 맛이 좀 덜 한 건 큰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텃밭에 토마토가 많이 열렸다. 욕심껏  그루쯤 심었더니 왕성한 생산력을 도저히 따를  없었다. 남는 토마토는 오래 저장할  있도록 캐닝canning 했다. 유리병을 소독했다가 말리고, 삶은 토마토를 넣어 뚜껑을 닫고 다시 병을 끓여 압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매우 번거로운 일이다. 캐닝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나는 쌓여가는 토마토를 모른척한다. 그럼 남편이 어쩔  없지, 하며 작업에 들어간다.


남편 덕분에 올 겨울에도 지난여름의 맛을 아직 느끼고 있다. 직접 채소와 과일을 길러보니, 그 맛이 슈퍼마켓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특히 토마토가 그렇다. 나무에서 완전히 익혀서 갓 딴 토마토보다 맛있는 토마토는 없다. 그런 토마토를 저장했다가 만든 토마토소스 맛은 어떨까?

엄청 새콤하고 달다.


다진 마늘과 양파를 볶는다. 버섯과 허브 가루를 넣고 좀 더 볶다가 저장 토마토 한 병을 붓는다. 한참 끓이다가 소금으로 간을 하고, 원하는 되기가 되도록 졸인다.  


식물성 버거 패티를 잘라 넣은 토마토소스와 탈리아텔레 파스타


채식 파스타도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 그 밖에 이런 파스타를 종종 해 먹는다.


(왼) 페스토 링귀니  (오) 한여름의 주키니 스파게티
템페-토마토소스 스파게티
(왼) 바질 페스토 스파게티. (오) 시금치-캐슈너트 링귀니


채식은 결핍이 아니다. 고기와 생선, 달걀을 제외하자 선택할 수 있는 재료의 폭은 더 넓어졌다.




“칠십팔억 지구인 속에서 내 존재는 너무도 작지만, 나는 하루 세끼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세끼만큼의 변화를 원한다면, 에세이 <플렉시테리언 다이어리> 책 훑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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