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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연씨 Oct 02. 2019

티벳 순례길에서 길을 잃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티벳의 어느 마을에서의 일이다.

트럭을 타고 막 도착한 마을은

바로 전에 머물던 도시보다  높은 곳이었다.

몸이 붓고 머리가 아팠지만

그곳도 유명한 순례길중에 한 곳이었어서,

바로 3박 4일의 순례?를 시작했다.

순례후 첫날밤, 텐트에서 노숙 후

고산병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텐트안에 놓아두었던 물이 꽁꽁어는 영하의 밤이었다.)

 결국 같이 걷던 이스라엘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하룻밤을 잘 수 있는 사원까지 가까스로 도착했다.

 

만년설이 쌓여있는 봉우리를 중심에 두고 3박4일정도로 만들어져 있는 순례길. 순례길은 반드시 시계방향으로 돌아야 한다.


하룻밤을 쉬었지만 컨디션이 도저히 회복되지 않아

왔던 길을 되짚어가기로 했다.

마주치는 모든 이에게

반대방향으로 가는 이유를 설명하며

오던 길을 필사적으로 기억에서 끄집어내며 걷고 있었다. 해질녂즈음,

오던 길이 이틀 동안의 여정이었다는 것이

50% 정도의 확신으로 다가왔다.

숙취로 힘든 아침에 지난밤의 기억이 가물거리는 것처럼,

 사실을 생각해내려 하면 할수록 혼돈만 커져갔다.

짙어지는 어둠 속에서

이마에 있는 렌턴 하나에 의지해서

홀로 야생의 길을 걸었다.

마치 그래비티의 주인공과 같은 느낌이랄까?

 나의 눈과 귀와 온몸의 감각을 200% 열어놓고

총총총 걷는 것 말고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이 느껴졌다.

 





어둠이 짙어지면서 불빛도 강해졌다.

저 멀리 한줄기 불빛을 발견하고는

그쪽으로 정신없이 걸었는데,

가까워 보이던 그 불빛까지 한 시간은 족히 걸었던 것 같다.

유목민 텐트 앞에 도착해서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문을 제치고 들어섰다.

열명 정도의 가족이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에게 앉을자리를 내어주고

따뜻한 양고기 수프를 건네주었다.

이제는 안전하다는 사실과 그들의 따뜻한 환대 속에서

다시 사회로 돌아와 인간이 된 것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



그날밤 만났던 가족의 아이. 난생 처음보는 외지인과 카메라에 무척 신기해 했다.
기본적으로 음식의 육수는 모두 양고기 육수. 면이나 수제비?도 상당히 투닥한 반죽으로 되어서 먹기가 수월하지 않았다


다음날 일어나 텐트 밖으로 나오니,

원래 가려고 했던 마을은 내가 걷던 방향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아찔함에 현기증이 났지만,

안전함을 확보한 후에 느끼는 감정이란

자아를 배우와 관객으로 나누어 역할 놀이하는

느낌적인 느낌.

과장된 공포를 관객의 시선으로 한껏 음미하면서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곳, 마을로 돌아갔다.


지나가는 길마다 작은 사당들이 있다.



순례길은 참 험난하다.



2박3일만에 마무리된 반쪽짜리 순례길이었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를 느껴본,

열반에 들뻔했던 극한의 기억이다.

누군가는 이곳을 오체투지를 하면서

행복하게 돌기도 하던데.......!!


이것이 오체투지이다. 손을 바닥에 붙이고 밀면서 앞으로 가기때문에 손바닥 크기의 나무판은 필수품.


사람의 마음이란 한없이 가벼운 것만 같다.

정신승리라고 조롱하는 말은 이제 그만.

이왕이면 같은 상황에서 행복할 수 있도록!

( 행복에너지를 사용해야 몸상하지 않고

터보모드로 달릴수 있기도 하다. )



정말로 우리가 부러워할 만한 여행자가 있다면,

그는 자기 삶을 새롭게 하는 존재방식을 달성한,

그러한 여행을 통해 늘

삶이 힘을 얻는 소수일 것이다.

진정한 여행자는 여행을 통해,

자기를 장악하고 있는 현실 전체를 쥐고 흔들 수 있을 정도의 자유를 얻는다.


그들은 타인들에 구매받지 않으며,

자기 삶을 자기의 것으로 형성해나갈 수 있는 힘을

여행이라는 형식 속에서 발견한다.




정지우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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