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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 Nov 01. 2018

두가지 여행 동행 수칙

혼자 여행을 위한 동행.




동행.

좋아하는 단어.


난 여행을 꽤 정기적으로 하는 편이다. 올해는 도쿄, 스페인-바르셀로나와 안달루시아, 파리를 다녀왔고 곧 삿포로를 가게 된다. 이 중 삿포로를 제외하곤 모두 혼자 다녀왔다. (도쿄는 엄마가 주말에 합류했지만)



말라가 히브랄파로, 혼자 걷고 걷고 걷고....


혼자 여행 하다보면 종종 아니 자주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

어딘가를 같이 가게되는 동행, 장소에서 만나 시간을 보내게 되는 동행.


동행은 구하거나 구해지거나 둘중하나다. 당연한거지만. 그냥 수동태 혹은 능동태라고 생각하면 될까? 내가 동행을 만드는 경우도 있고 누군가의 동행이 되어주는 경우도 있다.



나의 경우,

함께 하고 싶어져서 동행을 요청하거나(앗 친해지고 싶다),

필요에 의해 구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메뉴를 다 시켜 맛보고 싶을 때/야경보러 가는데 무서울 때/ 2인 이상이면 티켓 할인해줄 때/ 혼자 할수 없는 액티비티가 있을때 등)


난 혼자 다니기 싫다는 이유로 동행을 만들진 않는다. 성향상 혼자 다니는 것이 좋고 혼밥도 좋고. 혼자 매우 잘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동행이 필요한 경우는 위험하거나 무서운 곳에 갈때 정도다.


예를 들면 모로코처럼 치안이 좋지 않은 도시나...바르셀로나 벙커 정도의 외진 장소에 갈때.

이럴 때 동행을 찾아 만들었다.


사람들은 굳이 혼자떠난 여행에서 동행을 만들곤 한다. 유랑 등 여행 커뮤니티를 보면 동행을 구하는 길이 하루종일 올라온다. 서로 시간을 맞추고 약속을 해야하는 동행. 분명 나도 양보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나의 경우 타인을 위해 약간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내가 누군가의 동행이 되어주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필요할때만 찾는 딱 적당한 이기주의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렇게 나의 일정과 필요가 우선이 되는 만남이 여행에선 특히 바람직한거라 생각한다.

이유는 아래 설명하겠다.


나의 그라나다 동행들.


동행은 쌍방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


여행을 종종 다니고 사람을 만나다보니 나름의 동행 규칙같은게 생기더라. 동행을 만들 때, 서로의 행복한 여행을 위해선 적당한 이기주의가 필요하다.


파리 몽마르뜨의 사랑해 벽. 이곳에서 난 동행을 만났다.



      (내 나름의) 여행동행 수칙

                1. 일정이 맞거나

                2. 마음이 맞거나

                3. 혹은 둘다 맞거나!



일정과 마음, 둘중 하나는 꼭 맞아야한다.

고로 두 가지 여행동행 수칙이다. 3번은 잊자.


여기서 내게 2번은 미스테리한 것이고 1번을 주로 활용한다. 여기서 아까의 '적당한 이기주의'가 튀어나오는데, 두 사람 다 우연히도 수많은 변수를 제치고 '목요일 오후에 점심먹고 구엘 궁전을 가기로 했다' 정도로 일정이 딱 들어 맞는 사람이어야 동행이 될수있다. "저 오후에 구엘 궁전 가는데 같이 가실래요?" 이렇게 A가 물어서 B가 "어 그럴까요?"하는 반응이면 나한텐 여행 동행 수칙에 어긋나는 것.


빈 시간에 남의 일정을 채워넣거나 계획을 틀어 다른이의 일정에 맞추는 것은 친구 사이에나 해야한다. 좀 편협한 마인드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 진짜 별 일정이 없어서 그냥 따라갈래요"는 내 엄격한 수칙에 위배된다.


이렇게 A와 B가 동행이 되는 경우, 구엘궁전이 방문할 가치가 있던건지, 맛집에 갔다면 맛이 있었는지 등의 책임이 A에게 전가된다. "저 오후에 구엘 궁전 가는데 같이 가실래요?"라는 A의 질문에서 내 여행수칙에 알맞은 답은 이거다: "헐 저돈데 대박! 그럼 같이 가실까요?"

그리고 질문 또한 이렇게 바뀌는 편이 알맞다고 생각한다 :

"저는 오후에 구엘 궁전 갑니다. 그쪽은요?"

그리고 엄청난 우연의 일치로 A와 B의 일정이 딱 겹쳐지는 경우, 그들은 동행하게 된다.



정리하면, 혼자가는 여행에서도 누군가와 말을 섞게 되는 일은 발생한다.

외국어를 쓰는 여행지에서 한국어가 들리면 자연스레 대화가 시작된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여행하는 루트는 상당히 비슷해서 자주 만나고 보게된다. 말이 섞이면, 대화중에 일정을 확인하게 되고, 그러다 일정이 맞으면 같이 가면 된다. 그리고 안맞으면 각자의 길로 헤어지면 되는 거고.


마음이 맞으면 일정이야 무슨 상관이랴?

다 서로 맞추게 되니까 2번 수칙은 1을 압도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패스다.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는 건 일정 맞는 사람을 발견하는 것보다 너무 어렵다. 여행지의 망망대해에선 더욱이나.. 세비야에서 딱 한번 그런 사람을 만나긴 했었다. 이런 사람은 지속적으로 귀국해서도 관계가 지속되었다.


Best of best. 사하라를 동행해준 사람들. 나만 가운데 짧아...


결론은 이렇다. 난 일정이 맞는 사람끼리 동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정을 맞춰 동행하는 거 말고(!).

그럼 행복한 동행이 될수 있을 것이다. 서로 일정 조율한다고 삐걱이는 일도 없을거고 중간에 한명이 잠수 탄다고 해서 나 혹은 상대방의 일정이 망가지지도 않고 말이다.

왜 이런 주절주절 헛소리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그제 만난 분이 '오늘 같이 동행하기로 한분과 연락이 안되서 자기 여행중 하루를 망쳤다' 어쩌고 저쩌고 불만을 털어놓았기 때문이었다. 불편했다, 그런 불평이. 동행 때문에 내 일정을 망치는 일은 내 여행 수칙을 따르면 없게 된다. 상대방에게 기대하고, 맞추는 것은 여행지에서 잠깐 본 사이에는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서로의 여행에 대한 책임감도 없고, 계속해서 바뀌는 여행지의 일정 특성상 계획을 세워 행동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라나다 선인장과 선물받은 꽃. 예상치 못한 기쁨이었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우리의 여행'이 아니라 '내 여행'을 해야한다.
계속해서.


동행과 함께 어딘가를 여행하고 와서 좋았을 때 그때야 "우리의 여행"으로 추억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추억또한 언제까지나 그 동행과 함께했던 "내 여행"으로 남길 때 더 오래 가치가 있다. 여행지의 인연은 바래지고 사라지고 퇴색해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행에서의 만남같은 환상을 모두들 조금만 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의 어느 조명집. 서울에서도 얼마든지 여행자 모드를 켤 수 있다.


일상도 여행이라고 보면, 동행이 구해지거나 구하게 되거나 하는것처럼 일상의 만남도 그렇다.

그냥 어쩌다 알게됐는데 잘 맞아 친해지거나, 아니면 필요 혹은 호감에 의해 적극적으로 친해지려 노력하거나. 인간관계와 만남, 인맥 형성의 카테고리란 거의 비슷하다. 여행의 동행과 크게 다르진 않지만, 더 긴 텀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래서 더 어렵고, 이 때문에 여행지에서의 동행이 더 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일상에서는 나의 동행에게 조금더 양보해야하고 서로 끊임없이 맞춰야 한다. 그러니 여행할때 만큼은 좀더 내시간을, 내 여행을 즐기는 게 어떨까?


동행 때문에 여행을 망치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

일상에서보다 편하게- 캐주얼하게 만나자. 맞추지 말고 서로 맞을 때 함께하자.

그리고 일상에 돌아오면 그때 다시 인간관계의 치열함을 경험하면 된다. 너무 노력하지 말자. 혼자임을 즐기고 함께가 되면 그때 또 함께인 기쁨을 나름대로 나누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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