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엄마로부터 엄마친구 아들의 이혼이야기를 들었다.
엄친아의 대표 캐릭터였는데, 와이프가 바람이 나서 이혼소송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끝에 엄마가 나에게 말하길,
"나는 우리 딸, 그냥 아이 예쁘게 키우면서 잘 살아가고 있단 것에 참 감사해. 평범한 것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아"
이 말을 듣는 순간 내 속은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부모님, 가족, 친구에게는 걱정 끼쳐드리고 싶지 않아, 속사정을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태했던 나의 결혼 생활은 4년차 때쯤 불안하다, 이내 7년 차가 되는 해 끝을 내겠다며 결심했다.
나는 26살 남들이 이야기하는 꽃다운 나이에 남편과 결혼했다. 21살에 만나 이 사람에게 내 모든 걸 주었고, 후회 없을 만큼 사랑했다. 나에게 남편은 내가 의지할 수 있는 큰 존재였고, 서로에게 둘도 없는 베프이자 사이좋은 부부였다. 그리고 지금 나에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5살 딸아이가 있다.
애석하게도 남편은 가정적인 사람이었다. 집안일을 손수 도와주었고, 육아에도 적극 동참해 주었다. 또 커리어 욕심이 있는 나를 이해해 주고 지지해 주었다. 술도 담배도 하지 않았고, 친구보단 가족이 우선인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나에게 신뢰를 깨는 반복적인 일들이 있었고 상대가 더 이상 같이 살기 위해 변하려는 의지가 없단 것을 느낀 순간 함께 할 수 없음을 직감했던 것 같다.
이 결심까지 많이 울며, 잘해보기 위한 온갖 방법을 동원했었다. 남편을 타일러도 보고, 화도 내보고, 시댁에 가서 도와달라고 이야기도 해봤다. 어리석은 행동이었지만 자극되라고 일부러 아이 앞에서 싸운 적도 있다. 그런데 잘 살아보겠단 이 의지가 나에게만 있고 상대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나 혼자 애쓰고 있는 걸 알았을 때,, 간신히 붙들고 있는 내 마음을 내려놓으니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오랜 시간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잠수하다 수면 위로 박차고 올라온 느낌이었다.
순간 이혼을 하지 말라고 나를 억눌렀던 모든 것들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신 차리고, 빨리 이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더 이상 이렇게 내 감정을 소모할 수 없고 이젠 나를 돌보고 내가 행복하기 위해, 아이가 행복해지기 위해 행동해야 했다. 나는 곧장 인쇄소로 달려가 합의 이혼 서류와, 이혼 절차 방식을 출력해 남편에게 통보했다.
내 마음은 정해졌고, 이젠 되돌릴 수 없어. 내가 원하는 합의이혼 내용은 이러하니 읽어보고 이번주까지 답해줘.
꿈적도 하지 않는 남편의 태도에 난 더더욱 확고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음속으로는, 이혼서류를 들이밀었는데 무릎 꿇고 빌어도 이미 끝이야. 그런데 진짜 그렇게 나오면 나 어떡하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마음은 뭐였을까? 진짜 마지막 살아보기 위한 발악이었을까. 더 이상은 못하겠어라고 마음먹은 순간 분명 숨통이 트인 것 같았는데..
그리고 난 곧장 아이방으로 가서 각방살이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주까지는 답을 달라고 기한을 줬으니 이 대답을 기다려야 했다. 마음먹은 순간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갈까 수십만 번 고민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사정을 모르시고, 친정에 가게 되는 경우 거리 때문에 당장 아이가 다니는 기관도 보낼 수 없고 그럼 내가 일을 못하는 상황이라 뭔가 정리되고 움직여야겠단 생각이었다.
결정한 순간 마음은 정말 후련했지만, 막상 통보하고 나니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눈을 감아도, 떠도 눈물이 줄줄줄 흘렀다. 그렇게 울다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