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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지 Dec 30. 2024

2024의 마침표

마침표를 찍는 12월을 보내며

12월은 여느 달과는 다르게 느껴집니다. 시간은 그저 흘러갈 뿐인데, 왜 12월은 이렇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걸까요. 시작보다 마무리가 더 중요할지 모른다는 마음이 어느 때보다도 힘차게 고개를 드는 연말입니다.


올해는 3가지로 연말 정산을 해보았습니다.

1. 류재언 변호사님의 겨울, 마침표 워크숍

2. 김도영 클럽장님의 YEAR-END 세션

3. 데이오프의 연말정산 책

돈을 내고 신청해서 들었거나, 모임 자리에 가서 들었거나, 우연히 선물로 받기도 했습니다. 작년엔 3번만 실행했었는데,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둔 덕분에 올해는 좋은 질문을 선물로 한가득 얻어왔습니다.


여기서 얻었던 질문 중 꼭 답하고 넘어가야 하는 질문 5가지를 뽑아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Q. 올 한 해 최고의 대화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좋은 대화의 순간이 넘쳐났던 한 해였음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특히 트레바리와 앤드엔 클럽에서의 모든 대화는 뜻깊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12월에 진행되었던 컨티뉴어스 커피챗이 특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울며 공감했던 문장들이 많았습니다. 집착하는 것을 놓아주고, 항복하여 마침내 순응하는 것. 쉽진 않겠지만 평생 연습해야겠다고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입니다. 사랑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머리로는 아는 것을 마음으로 수용하지 못할 때가 있죠. 우리는 그때 반드시 Surrender 해야 해요."
"우리가 진짜 인간으로 학습해야 하는 것은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에요."
"나도 실수할 수 있고, 실패할 수 있고, 부끄러운 순간이 생길텐데 그때 스스로를 용서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거예요. 나도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은 절대 타인을 용서할 수 없어요."


Q. 나의 자존감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이었나요?

올 한 해 자존감 그래프를 그렸을 때 퇴사를 결심했던 4월부터, 퇴사하기까지의 6월이 자존감 그래프에서 마이너스 구간에 있었습니다. 나를 견제하는 상사로부터 마이크로 매니징을 겪었고, 다 완성한 프로젝트의 운영 권한을 뺏겼고, 퇴사하는 날에 인간다운 마무리를 하지 못했습니다. 나의 자존감에는 일에서의 책임과 권한이 함께 주어지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보는 동료들과의 관계가 안전한지를 예민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Q.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잘 인식하고 있나요?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잘 변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굳게 믿어왔거든요. 그런데 작년과 올해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사람을 잘 믿지 못하고 차라리 고립되기를 선택하던 내가, 사람들 속에 섞여서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편안해졌습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그렇게 믿었던 내가, 사람은 변하는 존재였다는 것을 스스로의 변화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Q. 나의 발목을 잡는 나의 관성은 무엇이었나요?

내가 혼자서 운영할 수 있다는 생각. 오퍼레이션이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지 운영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었는데, 새로운 회사를 들어가며 그런 생각을 놓게 되었습니다. 내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것을, 아무리 작은 부분도 팀원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어요. 반대로 혼자서는 브랜드를 이끌 수 없다는 생각도 관성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반짝반짝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에 갇혀서 나의 무엇을 만들 생각을 못했던 과거를 깨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나는 어떤 밸런스를 추구하며 살 수 있을까요?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면 저는 기록하는 시간을 크게 늘리고 싶어요. work & write. 시작이 있으면 마무리가 중요하듯, 일과 일상을 기록하는 일도 무척 중요한데 지금까지는 그런 일들을 많이 놓고 살았습니다. 한 만큼 기록하기, 나아간 만큼 쌓아두기. 내년엔 강제성을 부여해서라도 꼭 쓰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Q. 내년 이맘 때가 되기 전에 나는 어떤 성공경험을 맛보고 싶나요?

현재 제가 관심있는 키워드는 속초/고성이라는 지역과 워케이션이라는 일의 방식, 그리고 공유오피스라는 공간입니다. 이 키워드에 대해 더 알아가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내가 잘하던 것이 아니고 없거나 부족했던 키워드이기 때문에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루틴을 설정하려 합니다. 더하여 위에서 언급했던 글쓰기를 루틴화하는 것도 내년에 꼭 이루고 싶은 성공경험입니다. 



나만의 연말정산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올해 12월에 가장 좋았던 두 가지 문장을 남겨둡니다. 연말에 우리를 슬프게 하는 많은 사건이 벌어지고 있지만, 부디 나만이 정할 수 있는 2024년의 의미를 간결하게 잘 마침표찍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하시는 연말 되시길 바랍니다. 


지난 20년간 에디터로 일하며 얻은 가장 소중한 삶의 자산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의미의 최종 편집권이 나에게 있다'는 감각이다. 삶은 언제나 예측 불가하고, 뒤죽박죽 난장판 같은 사건과 사실이 끊임없이 들이닥친다. 그것을 소음이라고 생각하면서 괴로워하는 선택지도 있고, 의미로 승화해서 다른 현실을 사는 선택지도 있다.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하며 살고 싶은가? - <에디토리얼 씽킹> 최혜진
1년이 하나의 문장이라면 잘 살았음에 대한 확신은 마침표다. 적절한 길이의 문장들을 모아 좋은 삶으로 완성하려면 간결하게 끝맺을 줄도 알아야 한다. - <겨울, 마침표> 박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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