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시 한 편이 인생의 방향을 바꾼다
어느 날 이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오랫동안 일한 출판사에서 부사장으로 일하던 어느 해 가을이었던 것 같다.
한때 정년까지 일하고 싶다 생각했던 곳.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했던 어느 날 시를 읽고 손으로 적는 순간
마음속에 무언가 일렁이는 느낌이 있었다.
두렵지만 ‘새로운 시작’의 한발을 내딛어야 한다는 느낌이었다.
입사한 후 13년간 있었던 일들이 영화 속 장면들처럼 떠올랐다.
좋은 동료들을 만나 즐겁게 보냈던 기억,
좋은 저자분을 만나 행복하게 일했던 기억,
무엇보다 근무하는 동안 직접 관여해서 만든 책들이 한권 한권 떠올랐다.
책마다의 스토리는 또 얼마나 다양했던지.
마음을 정하고 회사를 떠나는 날까지도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수십명의 직원들이 아쉬움과 응원의 메일을 보내주어서 그날은 좀 많이 울었다.
2018년 1월말 위즈덤을 떠난 후
내 인생에 마지막 직장인 출판사에 입사했고 그곳에서 1년 6개월을 보냈다.
그리고 드디어 2020년 4월 출판사 창업을 시작했다.
1990년 <아동문예>를 시작으로 <책세상><오늘의책><위즈덤하우스><북이십일>까지
30여년간 다섯 곳의 출판사에서 일했던 경험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좋은 일, 나쁜 일, 기뻤던 일, 슬펐던 일들이 수없이 교차되면서 나는 점점 단단해졌던 것 같고
여전히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출판일을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때로는 한편의 시가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