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익준 Jan 12. 2019

편지를 쓰는 이유는

나는 느렸다. 마음이 진심에 가까울수록 말주변은 급격하게 사라졌다. 뭐든 생각할 시간이 많이 필요한 갑갑한 스타일이었다. 내 말이 버벅거릴때마다 뚫린 입으로 말도 못하는 내가 싫었다. 


자연스럽게 하지 못한 말들이 쌓였다. 속에서 탈이 날까 무서워 소화제 비슷한 것을 찾다보니 편지를 자주 쓰게 되었다. 말하지 못했던 아쉬움들이 편지지에 무게를 더했다. 편지는 작지만 믿을만한 무기였다. 지우개로 문지를수록 맨들맨들해지는 문장들은 진심을 가장 진심답게 풀어놓기 좋았다. 편지를 완성하고 나면 왠지 모를 개운함마저 느껴졌다. 


답장은 와도 좋고, 오지 않아도 좋았다. 대화는 답이 필요하지만 편지는 답이 필요하지 않아 좋았다. 한편으로는 나같이 느릿느릿한 것들이 남아있어야 한다는 증거인것 같아서 내심 뿌듯하였다. 느리게 도착하고, 느리게 읽고, 느리게 답을 해도 좋은 것. 기억에도 오래 남는 것. 편지에는 그런 맛이 있어서 좋다. 그리고 그것이 너와의 편지라면 더욱.

매거진의 이전글 너를 걷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