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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즈 Dec 16. 2017

파리에 살다를 시작하며

J'habite à Paris 

    브런치를 꾸준히 하기로 결심하고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도입부만 10번째 적고 있는 중이다. 브런치는 다른 컨텐츠들에 비해 글이 중심이 되는 컨텐츠 이다보니 나도 모르게 글을 잘 써야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했던 것이다. 나름대로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나이기에 너무나도 막막해서 당황스러웠다. 그 이유는 아마도 항상 누군가가 제시해주는 질문이나 주제에 대해서만 생각해봤지,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결정해서 글을 써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 이다. 그래서 아마 나의 브런치는 1권과 10권의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 만화가의 그림처럼 처음에는 어딘가 서투르고 어색하지만 점점 성장해가는 글이 될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집. 자연채광이 잘 들어올 것 같은 느낌이다.


파리로 떠나기 까지의 과정


    올해 2월, 나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4년간의 대학생활의 종지부를 찍었다. 디자인이라는 전공 특성상 중간에 휴학하는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에 나처럼 스트레이트로 졸업하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라고 볼 수 있었다. 휴학 없이 학교를 다녔던 이유는 빨리 졸업하고 취직해서 실무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인생의 가장 큰 산과도 같았던 4학년의 졸업전시회가 끝나고 나니 해냈다는 뿌듯함 보다도 허무함이 크게 다가왔고, 취업이라는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마치 수능을 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수험생의 마음과도 비슷했다. 당연히 대학에 처음 들어갈 때는 디자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왠지 마음 한편에는 대학에 가고 졸업을 하면 어련히 취직이 되겠거니 하는 생각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전시회가 끝남과 동시에 세상에 맨몸으로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취업을 생각해야 했지만 나에게 취업에 대한 조언을 해 줄 사람이 없었고, 디자인이라는 특성상 정보 또한 많지 않았다. 나는 지금까지 그래 왔듯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사실 가장 가고 싶은 회사가 있기는 했지만 원체 인력 모집을 잘 하지 않는 곳이기도 했고 아직 나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니 조금 더 나를 갈고닦은 후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대학 생활을 하며 나는 항상 그 순간을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살았기 때문에 그때 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경험해봤고 후회 없는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졸업 후 딱 한 가지 후회되는 것은 인턴을 해보지 않은 것이었다. 인턴이라고 해도 막상 가면 심부름쟁이가 될 것임을 알지만, 그래도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직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으니 그런 경험 자체가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든 생각은 한국의 현실. 1년에 휴가라고 해도 2주 될까 하는 한국에서 취업을 해버리면 나는 영영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한국에 갇혀있게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평소 디자인이라는 분야에 대한 자부심과 사명감이 큰 편이기 때문에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나의 시야를 확장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이 어느 날 갑자기 번쩍 든 것은 아니었다. 대학생활 때에도 여러 번 해외를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다양한 이유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어떤 물건을 사러 갔는데 품절이 되었다고 하면 갖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는 것처럼, 여러 번 기회를 잃고 나니 더욱더 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고 몇 달 간의 고민과 계획을 통해 취업 대신 워킹홀리데이를 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어느 나라를 가야 할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호주, 일본, 캐나다 같은 나라는 처음부터 내 리스트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다양한 경험과 배움을 얻어오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유럽 대륙 안에서 생각을 했다. 옛날부터 가고 싶었던 곳은 가우디의 예술작품이 가득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였지만 그곳은 정말 정말 취직이 어렵다는 말에 관광으로 가리라 결심했다. 나는 더욱 전문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국가 센터에서 해외취업 상담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취업에 가장 중점을 둔 곳답게 나에게 동유럽을 추천해주었다. 물가의 부담이 없고 한인 관광 기업이 많이 진출해있기 때문에 일자리 구하기가 비교적 쉬울 것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그리고 서유럽은 물가가 정말 비싸니 가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서유럽의 프랑스를 선택했고, 그중에서도 특히 물가가 비싼 파리를 선택했다.


    프랑스라는 나라는 대학생 때 교양으로 프랑스어 수업을 들으면서 알게 되었다. 거의 수업의 반은 문화에 대한 이야기 반은 언어 공부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프랑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인터넷이 정말 느린 나라. 행정 처리 또한 정말 느린 나라. 하지만 노동자에 대한 대우가 좋고 노동의 가치를 높게 생각하는 나라. 그래서 모든 것이 느리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 나라. 유명한 철학자가 많고 철학적 사유를 좋아하며 모든 것에 '왜?'를 생각하는 나라. 나에겐 이 모든 것들이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어떠한 단점들 보다도 장점들이 크게 보였었다. 사실서유럽에서는 계속 흑자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는 독일로 워홀을 간다면 훨씬 쉽고 편했겠지만 이미 프랑스로 기울어진 마음을 바꾸기란 쉽지 않았고 나는 프랑스를 나의 첫 출국 국가로 선택했다.


출퇴근길에 항상 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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