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문제 해결의 열쇠

by 임봄

얼마 전,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잔뜩 짜증이 묻어있는 목소리로 내게 0000번 차량 주인이냐고 묻더니 당장 차를 빼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기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기에 지금 멀리 가고 있어 차를 이동하기 어렵다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더니 남자는 대뜸 목소리를 높이며 차를 이렇게 대놓으면 어떻게 하느냐, 빨리 나가야 하는데 어쩔 거냐는 등 한참 화를 내다가 어쩔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전화를 툭 끊어버리더군요.

직사각형 공간 앞쪽에 차를 세우면서 옆쪽 차가 빠지면 뒤에 있는 차도 빠질 수 있겠다고 안이하게 생각한 내 잘못이었습니다.

남자가 전화를 끊고 난 후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길을 나서 이동하고 있는 마당에 되돌아 갈 수도 없고, 막상 그 상황에 닥친 사람이 나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다른 곳에 주차하고 올 걸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남자는 너무 많이 화가나 다시 전화를 걸기도 차마 민망했습니다.

아무리 애가 타도 이도저도 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 그래도 도저히 그대로 모른 척 할 수는 없기에 생각 끝에 선택한 것이 바로 진심을 담은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때로는 말보다 글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믿어보기로 한 것이지요.

말은 그때그때 감정의 기복에 따라 마음대로 튀어나올 수 있지만 글은 대부분 쓰는 도중에 감정이 순화되면서 절제되고 그렇기 때문에 말보다는 조금 더 논리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이니까요.

미안하다는 진심어린 사과와, 내 생각만 했다는 자기반성 등이 담긴 장문의 메시지, 그리고 그로부터 10여분 가량이 흐른 뒤에야 나는 그 사람이 보낸 비교적 양호한 감정이 실린 답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옆 차 주인을 찾아 차를 뺐노라고, 그럴 수도 있는 일인데 본인도 급해서 언성을 높였노라고, 사과는 충분하니 신경 쓰지 말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마도 전화로 사과했더라면 전화를 받지도 않고 끊어버렸을 수도 있었겠지요. 그러나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말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전한 마음이었기에 내 미안함의 진심이 조금 더 잘 전달될 수 있었겠구나 생각하며 혼자 안도의 숨을 쉬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신 선택한 글이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고, 안 좋은 이미지가 좋은 이미지로 변화되는 덤까지 얻었으니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상황에서도 그만하면 문제가 잘 해결된 셈이지요.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는 언제든 크건 작건 문제를 안고 살아가게 마련입니다. 사람이기에 실수도 할 수 있고, 사람이기에 사소한 일에도 크게 감정이 상할 수도 있지요. 그러나 어차피 벌어진 문제라면 문제를 자꾸 헤집기 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원만히 해결할지에 더 힘을 쏟아 부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완전하게 태어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세상, 때론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서로 대립도 할 수 있겠지만 상대를 존중하면서 내 진심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문제해결의 열쇠는 어쩌면 생각보다 가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전 29화24. 아름다운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