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읽는 지식재산 제13편
최근 JTBC의 <알쓸신잡2>가 종영되었다. 시즌 1에서는 유시민 작가, 황교익 칼럼니스트, 김영하 작가,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나왔지만, 시즌 2에서는 유현준 건축가와 장동선 박사가 나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유현준 건축가는 건축의 면에서 공간과 건물을 보는 신선한 눈을 보여 주었다고 생각한다. 건축을 바라보는 관점은 우리가 살고, 생활하고, 일하는 건물 뿐 아니라 거리와 도시를 설계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알레고리(allegory)가 된다. 그것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 보아야 하는가에 따라 자연과, 인간과, 건물과, 도시에 대한 철학이 묻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초 중국에서는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건물에 대해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자하 하디드는 주로 남성이 주류인 세계 건축계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이라크 출신의 여성 건축가로 2016년 심장마비로 타계하였다. 그녀는 2004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의 설계를 맡아 화제가 된 바 있으며, 이 외에도 영국 런던의 올림픽 수영센터(London Aquatics Center)를 비롯하여, 독일의 BMW 센트럴 빌딩(BMW Central Building), 아제르바이잔의 헤이다르 아리에프 센터(Heydar Aliyef Center), 스페인의 사라고사 파빌리온 다리(Zaragoza Bridge Pavillion), 캄보디아의 슬레우크 리트 연구소(Sleuk Rith Institute)에 이르기까지 주로 곡선을 사용하여 미래적인 건축을 주도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자하 하디드에게 중국은 설계를 의뢰하여 11개의 건축물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는데, 이 중 하나가 다른 거물 건축가의 건물을 베낀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러한 문제는 설계와 실제 건축기술과의 차이, 완성된 건물의 효용성, 설계와 완성 건물의 차이, 건축주와 건축가 사이의 갈등 등의 문제와 더불어 건축계의 중요한 화두가 되어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들도 카피 캣(Copycat; 남의 디자인이나 기술 등을 무단으로 복제하는 자라는 뜻)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앞의 그림으로 돌아가보자.
이 그림은 산치오 라파엘로(Sanzio Raffaello)의 <아테네 학당(The School of Athens)>이다. 라파엘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15~16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화가이다. 그는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에게 그림을 배우기도 했고, 특히 다빈치의 명암법, 스푸마토(공기원근법) 기법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그림 뿐 아니라 바티칸 궁의 장식이나, 여러 성당의 설계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인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은 앞서 이야기한 바티칸 궁의 장식 중 궁의 방에 그려진 프레스코(Fresco)화이다. 여기서 잠깐 설명하면, 프레스코화는 이탈리아어로 'a fresco'에서 나온 말로 '방금 회칠을 한'이란 뜻이다. 영어의 'fresh'의 어원도 동일하므로, 이를 생각하면 빨리 이해가 될 것이다. 즉, 석회나 석고 등으로 만들어지는 벽이 마르기 전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면 이것이 벽에 흡수되어 마르게 되고, 그림이 완성되게 된다. 이러한 프레스코화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에 많이 그려졌는데, 사실 기원은 기원전 3,000여년 전의 크레타 섬에서도 그려진 것이 확인되는 만큼 역사적으로는 아주 오래된 기법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스티나 성당(시스티나 예배당은 교황의 공식 성당이며, 교황이 선출되는 곳이기도 하고, 교황 식스투스 4세의 이름에서 유래한 명칭이다)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같은 천장화도 당연히 프레스코화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고려시대 불교벽화 같은 것도 프레스코화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프레스코화의 문제는 일단 벽에 칠한 석회가 마르게 되면 수정이 불가하며, 마르기 전에 그림을 완성하여야 하여 시간적인 제약이 있다는 점, 그려지고 난 후 세월이 지나고 자연재해에 따라 광택 및 색깔이 변화하거나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이후에는 주로 유화가 개발되어 화가들이 주로 이용하게 된다. 물론 사라진 것은 아니고, 예를 들면 1920년대부터 멕시코 등지에서 일어났던 벽화운동을 주도한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초현실주의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 Frida Kalo의 남편으로도 유명하다), 시케이로스, 오로츠코 등의 사회적 사실주의 화가들이 벽화를 그릴 때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프레스코화 말고 템페라화(Tempera)라는 그림도 있다. 이 그림의 방식은 고대 및 중세의 유럽 미술에서 주로 사용된 물감으로, 라틴어로 'temperare'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 뜻은 '중간(moderate)' 또는 '혼합'이라는 뜻이고, 안료와 다른 것을 혼합하여 안료의 색과 용매제의 중간적인 재료로 만든다는 의미이다. 안료를 녹이는 용매제로는 벌꿀이나 무화과즙 등도 사용했지만,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은 달걀 노른자이다. 달걀 노른자에 안료를 섞어 물감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것이 안료에 기름을 섞는 것으로 바뀐 것이 유화이며, 최초의 유화 그림을 그린 사람은 네덜란드의 15세기 초 형제 화가인 반 에이크(Van Eyck) 형제이다. 템페라는 프레스코화에 비해 마르는 시간이 더디기 때문에 수정이나 덧칠이 용이하고, 온도나 습도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며, 갈라지거나 떨어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템페라화의 대표적인 작품이 역시 시스티나 성당에 남아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이나, 산드로 보테첼리(Sandro Botticelli)의 <비너스의 탄생(The Birth of Venus)>이다. 프레스코와 템페라는 르네상스시대 공존한 것이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프레스코화로, 바티칸 궁의 서명의 방에 그려진 벽화이다. 서명의 방은 교황이 집무를 보던 사무실로 교황이 서명을 하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테네 학당>이란 이름은 라파엘로 자신이 아닌, 17세기 문인이자 학자인 조반니 피에트로 벨로리(Giovanni Pietro Bellori)가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이 이 그림을 보면, 중간에 플라톤(Plato)과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을 중심으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수학자, 과학자들 54명을 그린 것이다. 그림의 등장인물은, 소크라테스, 알렉산드로스 대왕, 디오게네스, 에피쿠로스, 파르메니데스, 헤라클레이토스, 유클리드, 피타고라스, 조로아스터 등을 그려넣었다. 게다가 플라톤의 얼굴은 다빈치의 얼굴이 모델이고, 헤라클레이토스의 얼굴은 미켈란젤로의 얼굴이고, 슬쩍 라파엘로 자신의 얼굴도 끼워 넣는다. 이러한 예술가들의 얼굴을 통해 그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 그림의 플라톤은 자신의 저서 <티마이오스(Timaios)>를 옆구리에 끼고 오른손 검지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있는 반면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역시 자신의 저서인 <윤리학(Ethics)>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 손바닥을 땅쪽으로 펴고 있다. 플라톤은 이상, 이데아 등의 관념세계를 주장한 것에 반해,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세계를 중시한 점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럼 이 그림을 건축적으로 보자.
이 철학자들이 서 있는 공간은 성 베드로 성당의 설계도를 참조하여 그린 것이라고 전해진다. 성 베드로 성당은 도나토 브라만테가 설계한 것으로, 고대 로마의 건축을 모범으로 삼은 것이다. 르네상스의 의미가 "재생"이란 것은 상식적으로 알려져 있고, 그 의미는 신 중심의 가체체계에서 인간 중심의 사상으로 전환으로서 인문주의의 대두, 고대 로마와 그리스 시대의 이상으로 회귀를 의미한다. 그림에서 건물 내부는 중앙의 소실점을 향해 와플 무늬의 반원형 천장이 연속해서 그려져 원근법이 거의 완벽하다. 벽체와 계단도 그러한 원칙에 충실하게 그려져 있다.
성 베드로 성당(Basilica di Dan Pietro)은 1506년에 브라만테에 의해 건축이 시작되어, 미켈란젤로가 이를 이어 받았고, 그의 사후까지도 공사를 하여 1626년에 완공되었다. 바티칸에 위치한 이 성당은 카톨릭의 총본산이라 할 수 있고, 무려 500개의 기둥과 50개의 제단, 450개의 조각 및 10개의 돔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여기에 들어가려면 너무 많은 관광객으로 인해 수백미터 이상의 줄을 서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로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이기도 하다.
브라만테의 설계에도 불구하고 그는 공사의 개시 이후 8년만에 죽게 되고, 공사는 중단된다. 이후 40여 년이 지나 1547년 미켈란젤로가 이를 이어 받게 되는데, 미켈란젤로는 원안을 많이 수정하여 공사를 진행한다. 이로서 르네상스 양식의 성당이 된다. 이 성당은 예수의 제자인 베드로의 무덤 위에 세워졌으며, 베드로를 비롯한 역대 교황의 무덤이 위치하고 있다. 건물의 구조는 중앙돔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돔과 제대 및 기둥을 배치하고, 내부의 평면은 로마의 바실리카 형식에 바탕을 두고, 십자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십자형의 설계는 원래의 브라만테의 것이 아니고, 르네상스 시대의 라파엘로에 의해 수정된 것이다. 이러한 르네상스 건축의 확립자는 필리포 부르넬스키(Filippo Brunelleschi)였고,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Leon Battista Alberti)에서 꽃피게 된다. 이러한 르네상스 건축의 특징은, 이전의 신과 연결하려는 의도를 가진 수직적인 고딕 양식을 버리고, 로마의 건축양식을 이어받아 수평적이고 장식적 요소를 많이 도입한다. 또한 드럼(돔 바로 밑에서 원형 또는 팔각형의 모양으로 돔을 떠받치는 구조물)을 높이고, 창을 두어 채광을 풍부하게 하는 한편, 인간 중심의 사상에 따라 중앙집중형 배치를 확립한다. 이와 함께 로마의 개선 아치(Triumphal Arch)를 도입하여 회랑 부분을 막고 그 입면을 개선 아치로 처리하는 것도 하나의 양식이 된다. 개선 아치는 로마의 장식주의에 의해 꾸며진 아치로, 우리가 잘 아는 파리의 개선문이나 로마의 콘스탄틴 개선문(The Arch of Constantine)에 보면 통과하는 문을 아치형으로 만들고 그 주위와 벽면에 수많은 조각이나 장식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것이 개선 아치리다. 이것이 라파엘로의 그림 <아테네 학당>에서 보이는 와플무늬의 아치이다.
이러한 건축물도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대상이며,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의 일종이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건축저작물로 보호하는 것은 전 세계가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공통된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에서는 제4조에 저작물의 예시를 들고 있는데, 그 중 건축물, 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을 규정하고 있다. 이것을 건축저작물이라고 한다.
이러한 건축 저작물은 모든 건물이 다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천편일률적인 우리나라 아파트는 건축저작물로 보호되기 어렵다. 그 이유는 건축저작물이 보호되는 범위는 원 건축물의 모방 건축과 그 모방된 건축물의 양도를 금지할 수 있는데 그치며, 이에 대한 취지는 건축물에 표현된 미적 형상을 모방건축에 의한 도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기존의 건축과 구별되는 독창적인 건물의 경우에만 그 저작물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건축 저작물은 넓은 의미의 미술저작물에 포함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예술성을 요구한다고 하겠다. 저작권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이 표현되어 있어야 하므로, 당연한 이치라고 하겠다. 또한 건축저작물로 인정되는 것은 공간과 각종 구성요소(창, 문, 벽체 등)의 배치와 조합을 포함하는 전체적인 디자인이다.
건축저작물에 관련한 우리나라 법원의 태도를 보면, 먼저 설계의 기초가 되는 도안은 설계도라고 볼 수 없어 건축저작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부산 해운대의 APEC 정상회담을 기념하는 등대 도안을 그린 사람이 국가를 상대로 한 저작권 침해 사건에서 법원은 건축 저작물은 건축물 자체와 건축을 위한 모형 또는 설계도면에 인정되는 것으로, 건축저작물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도면을 기초로 만든 건축물이 저작물성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건축물의 저작물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설계도면도 도형 저작물이나 미술 저작물에 해당할 수 있으나, 건축 저작물로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
또 다른 판결에서는 아파트 등의 평면도에서 작성자에 따라 다소 차이가 발생하더라도 이 것만으로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났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저작물의 침해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2단계 분석법을 사용한다. 이 분석법은 먼저 창작성이 인정되는 부분을 추출하고, 상호 실질적으로 유사한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때 전체적인 컨셉과 느낌(total concept and feel)을 기준으로 비교하게 된다. 이에 따라 버섯 모양의 건축저작물에 대해서 이러한 표현에 창작성이 인정되고, 이를 모방한 건축물과 상호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판단하여 침해를 인정한 바 있다.
미국의 제11 항소법원(11th Circuit)은 2016년 가정용 주택 건설의 기본적인 요소들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였다. 이 소송은 건축회사인 티볼리 홈(Tivoli Homes)가 플로리다에서 메달리온 홈 걸프 코스트사(Medallion Homes Gulf Coast)가 자신의 웹사이트에 있는 건축설계도를 복제하여 건축물을 설계하였다고 하여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된다. 이에 플로리다 지방법원은 실제 설계도간 유사한 부분은 업계의 표준적인 것들이라고 하면서, 나머지 부분들을 보면 사소한 입체적인 차이점이 있고, 공간의 배치나 다양한 특징들이 약간 변경이 있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볼 수는 없어 침해가 아니라고 했다. 2016년 7월 제11 항소법원은 양 설계도의 유사한 점은 4개의 방, 3개의 욕실, 분리된 형식의 단층 주택으로 좌우측에 공간들이 일렬로 배치되는 점 등이 유사하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은 주택 설계에서 기본적인 사항에 불과하여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어서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1심과 2심에서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 일반적인 설계 부분이 유사하다고 해도 그 나머지 부분에서 차별점이 있으면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아 저작권의 침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저작권은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을 보호한다는 원칙에 입각한 것이다.
최근 기사에 의하면, 미국 조지아에 사는 일리노이 공대를 졸업한 건축가 박지훈씨는 2017년 6월 14일 뉴욕 맨하탄에 건설된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One World Trade Center)를 설계한 건축회사 에스오엠(SOM)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였다고 한다. 그는 저작권 침해와 함께 불법광고(false advertisement)도 주장하였다.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대한 소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며, 2003년 다니엘 리버스카인드(Daniel Libeskind)가 주도가 된 설계가 이루어진 후, 2004년에도 소송이 제기된 바 있다. 이때는 건축가인 토마스 샤인(Thomas Shine)이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고, 2006년에 양 당사자가 합의하여 종료된 바 있다. 이번의 박지훈씨의 소송은 어떻게 될 지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