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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emeetskun Apr 26. 2021

서로의 배움을 축하하는 방법

Sharatorium_보편적 학습 설계  

눈 깜짝할 사이에 학기말이다. 보편적 학습설계 (UDL) 수업에서는 마지막 수업시간에 한 학기 동안 배우고 만들어낸 결과물을 재밌는 방식으로 축하하고 공유했다. 대개 학기말에는 시험이나 프레젠테이션의 압박에 시달리기 마련인데, UDL 수업은 달랐다. 'Sharatorium'이라는 이름 하에 각 프로젝트팀은 수업시간에 배운 UDL 개념을 접목시켜 개발한 교육상품 프로토타입을 학생들 & Teaching Team과 공유하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다.


먼저 Sharatorium 며칠 전에 공유 플랫폼에 아래와 같이 프로젝트를 간략하게 요약해둔다. 프로젝트의 목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들, 페르소나, 프로토타입 링크, 그리고 우리의 프로젝트 발표를 보는 이들에게 얻고 싶은 피드백 내용을 포함한다. 총 21개 팀의 프로젝트 요약을 살펴보면서 Sharatorium때 직접 발표를 들어보고 싶은 팀들을 선택해 Teaching Team이 배포한 설문에 기재한다. 나는 우리 프로젝트와 성격도, 타겟층도, 프로토타입 종류도 완전히 다른 프로젝트 하나, 그리고 우리와 유사한 주제를 다룬 프로젝트 하나를 선택하였다.


Sharatorium은 총 3 라운드로 구성되었다. 한 라운드 당 3분씩 발표를 듣고, 10분간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한 번은 우리 프로젝트 호스트를 맡았다. 한 학기 동안 수차례의 iteration을 거쳐 다듬어온 프로토타입을 소개하기에 3분이라는 시간은 짧디 짧다. 아무리 짧게 말하려고 노력해도 자꾸 치고 들어오는 욕심 탓에 우리 팀은 결국 스크립트를 미리 써서 3분짜리 동영상을 미리 찍어두고, Sharatorium에서 재생하기로 했다.


미리 촬영한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두고 각 팀원이 호스팅할 때마다 재생했다.

피드백은 Mastery-oriented feedback이라고 하여 긍정적인 표현으로 프로젝트 팀원들의 성취를 축하하고, 비난이 아닌 건설적인 제안을 통해 최종 프로토타입 개발의 막판 스퍼트에 힘을 실어준다. 예를 들어 피드백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다: '너희의 프로토타입에서 이러이러한 UDL 체크포인트들을 저러저러한 방식으로 반영했다는 점이 바람직하다.' '너희가 이러이러한 부분에서 깊이 고민한 게 보여.''너희가 개발한 학습 도구와, 그를 통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간의 연결고리가 명확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야.' 그 뒤에는 해당 프로젝트 구성원들이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을 것 같은 내용, 좀 더 개선해볼 수 있을 것 같은 부분들을 짚어주고, 그에 대한 그들의 변론 또는 설명을 들어본다. 내가 다른 팀 프로젝트에 피드백을 제공하면서도 배우는 점이 있지만, 다른 이들이 우리 프로젝트에 대해 논하는 것을 듣다 보면 '아, 그런 부분이 궁금할 수 있겠구나' 혹은 우리가 어떤 부분을 특별히 잘 구현했고,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나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우리 프로젝트 호스트를 맡게 되어 첫 두 라운드는 다른 프로젝트팀들의 발표를 듣게 되었다. 한 팀은 교사들이 수업에 UDL을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웹사이트를 보여주었다. 교사들이 다양한 학생들이 각자의 학습 효과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식을 찾고, 학습 동기부여를 가질 수 있도록 도우려면 교사들이 언제든지 UDL을 학습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할 것 같다고 문득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로 그러한 플랫폼을 구현한 프로토타입을 보니 참신하고 흥미로웠다. 알고 보니 프로젝트 팀 구성원 대부분이 전직 교사라고 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해본 어려움, 느낀 필요성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라 그런지 직관적이고 설득력 있었다.


다른 팀은 중학교 수학 수업을 주제로 한 학습도구였는데, 이것 역시 교사들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이었다. '선생님들이 수학 과목을 가르칠 때 UDL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수학교사들이 수학 수업을 진행하는 데에 있어 UDL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녹여낼 수 있는지 알려주는 웹사이트를 개발했다. 교사들 간 소통의 창구도 열어두었고, 학년별로 내용을 구성해두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내가 우리 팀 프로젝트를 호스팅 할 차례가 되자 조금 긴장되었다. 한 학기 동안 팀원들, 조교와 매주 두세 번씩 미팅을 하면서 UDL 요소를 반영한 학습 도구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우리가 설계한 교육상품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장애여부와 상관없이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개념을 재밌게 배우고, 해당 분야의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게임 애플리케이션이다. 우리는 난독증이나 ADHD가 있는 학생들이 학습할 때 겪을 수 있는 어려움들에 집중하였고, 그러한 어려움들을 해결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난독증이나 ADHD가 있는 학생들은 물론, 그렇지 않은 학생들 모두에게 유용한 학습 도구를 구현해보고자 했다. 다행히 발표를 들은 학생들의 반응은 아주 긍정적이었다. 한참 친구들의 칭찬과 환호를 들으니 그간의 고민과 노력이 보상받는 것 같았고, 제안점이나 질문을 통해 알 수 있는 프로토타입의 불명확한 부분들이 선명해져 유익했다.


Sharatorium이 끝난 후에는 모든 학생들이 돌아가며 UDL이 자신의 앞으로의 연구 또는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 같은지를 한 두문장으로 이야기했다. 수업시간이 끝나고 나니 힘든 학기말 발표를 마친 느낌이 아니라 한 판 신나게 놀다 집에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나도 그런 수업을, 교육 상품을, 학습 경험을 만들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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