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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솔 Aug 04. 2022

1. 욕망을 찾아 떠나는 여행의 시작

마음이 향하는 길을, 생각을 하며 가보려 합니다.


당신은 당신에게 어디까지 솔직해질 수 있나요. 열길 물 속보다 한 길 사람 마음이 어렵다는 말처럼 남들의 마음도, 제 마음조차도 여간 알기 힘든 게 아닙니다.


그래도 가끔 그 마음, 읽히지 않나요. 저는 오늘 혼자 간 감자탕집에서 계산을 하며 사장님이 ‘쪼끄만 게 혼자 탕집 와서 밥도 씩씩하게 잘 먹네’하는 마음을 보았습니다. 역시 그래도 가끔은 그러니 사람들은 사람들 속에서 살 수 있는 거겠지요, 나도 내 안에서, 당신도 당신 안에서 살 수 있는 거겠지요.


샤워하면서는 분명 하고 싶은 말들이 너도 나도 앞다투어 나왔습니다. 그런데 수건으로 닦고 옷을 입고 물기를 탈탈 털고 나니, 다 씻겨 내렸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네요. 과자를 아작아작 씹으며 키보드만 탁탁 치고 있습니다. 어떤 말을 저는 하고 싶었을까요.


그저 맑은 물이 되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봄이고 가을이고 냅다 신발을 벗고 발을 들이 밀고 싶은 얕은 냇가. 반짝이며, 일렁이는 물결은 기다렸다는 듯 부드럽게 손과 발에 맞춰 열리고 보일 듯 말 듯 색색 동그란 돌멩이들이 가득한 그런 물이 되고 싶었습니다. 맘껏 가져가, 다 가져가. 그런 여유로움을.


그런데 저는 제가 자꾸만 밤새 비 내린 후에 콸콸 흘러가는 흙탕물 같더라고요. 저절로 표정을 찌푸리게 되는. 백로, 흑로 같은 것들도 부리를 갖다 대지 않는 죽은 물고기들이 떠내려 가는 시간이 계속되는 것 같았습니다.


급하다 느끼지 말기, 씹다 넘기지 않기, 초조해하지 말기, 천천히 휘젓기.아주 서서히 힘을 빼고 노를 젓 듯, 서핑보드에 미련 없이 늘어진 채로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물결의 흐름에 맞춰 그저 춤을 추기.

 

그런데 그런 다짐은 다짐조차 되지 못하고 불꽃놀이처럼 펑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어요.아름다웠나, 아름다웠겠지. 하지만 그 모양이 정확히 뭐였더라, 색이 어땠더라. 흔적 없이 바닷물 속에 빠져 목적지를 찾아 헤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 제가 갈 목적지는 어디 있단 말인가요. 난 육지 사람인데요.


얼마 전 알았습니다 욕망을 혐오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 참을 수 없어하는 초조함을, 나 여기 있다고 표현하고 싶어 하는 겉모습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며 악착같이 사는 바쁨을, 그런데 그거 사실 다 내 욕망이더라고요. 


원한다고 해서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허리까지 자란 민들레도 한 순간 손에 꺾일 수 있 듯이요. 욕망은 무서운 것이니 이룰 수 없다면 애초에 갖지 않는 게 나으니 무심한 모습으로 바라고 있었겠지요.


또 얼마 전 알았습니다 욕망을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휴대폰을 들여다보면 뭘 봐야 할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 음악을 듣자고 어플을 켰는데 무슨 노래를 좋아했더라, 잘 모르겠더라고요. 물론 그때 좋아했던들 지금은 그때와 다르니 어쨌든 다른 음악이지만요.


저는 자주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곤 했어요. 실은 그게 과연 정말 아무것도 바라지 않은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저는 그때의 지금이 괜찮았는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또 무언갈 바랐는지도 모릅니다. 어찌 되었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게 과연 욕망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요.


저는 바닷물 속을 헤매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물속에 있을 때 좋았죠. 헤매도 좋은 것 같았죠. 무게가 느껴지지 않으니까, 온 몸을 부드러운 공간이 감싸니까.


하지만 이젠 아닙니다. 옷과 머리가 땅으로 꺼지듯 무거운 채, 물을 가득 온몸으로 머금더라도 걸어 나오려고요. 모래에 유리 조각이 산산이 있어도 제 발이 향하는 방향 따라 걸어가고 싶습니다.


가끔은 곧게 걷고, 또 간혹 뱅글뱅글 돌고, 어떤 때는 뒤로 갔다가, 지그재그로 뛰어도 보고, 벌러덩 드러누워 온 몸으로 자국을 남기고, 온몸의 무게를 실어 깊이 내리꽂았다가, 스친 듯 스륵 지나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발자국을 남기고 싶습니다. 파도가 오면 스러진다 할지라도요.


그리고 맑은 물이 되고 싶다는 욕망은요. 그건 그다지 바라지 않으려고요. 비가 오는 걸 내가 어떡하겠어. 그냥 기다려야지. 맑아질 때까지, 다른 물고기들이 또 태어날 때까지, 겨울이 지나갈 때까지요.


좋아하는 누군가 말하더군요. 욕망을 찾아가라고요. 이제 그 여행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함께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해변으로 걸어 나옵시다. 거기서부터 시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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