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루를 기록하고 싶다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나이를 먹는다는게 참 좋았다.
19살에는 20살 대학생이 된 나를 상상했고,
대학생때는 그냥 깔깔대고 웃는게 좋았다.
꿈에 그리던 유럽여행을 떠난 후
내년에는 또 어떤 나라를 여행해볼까 하는 기대감으로
매년 나이를 먹는게 좋았다.
다양한 경험들로 가득차는 내가 좋았고
30대가 되면 뭔가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고
뭔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나의 29살은 매우 불안했다.
지금 나의 인생은 29살을 기점으로
다른 인생을 살게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처음으로 나이가 든다는게 무서웠던 것 같다.
애써 남들앞에선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가면을 끼고 살아갈수록 나의 마음은 불안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인생의 기점을 30살로 잡았던 것 같다.
30대가 되면 남들이 말하는 지위적 성공은 물론
3개 국어는 기본으로 하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기에.
스스로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는 그 좌절감을 맛보고 싶지않아서 피하기만 했다.
그런 소용돌이 치던 날들이 지나가고
오늘 나는 마치 파도가 지나간 이후의 고요한 바다같다.
요즘은 참 잔잔하다.
그때는 아주 큰 사건이었고
어떻게 해결해야하나 전전긍긍했던 것들이
이젠 그냥 일어난 일일 뿐이고
벌어질 수 있는 사건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지나갈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나도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나보다.
타인의 말이나 시선보다
내 자신에 집중할 수 있는 현재가 좋다.
세상 놀라게할 이슈들이 없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나는 올해, 그리고 내년의 나를 기대한다.
더 재미있고 행복할 나의 날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