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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보름달 Apr 04. 2022

나도 나이가 드나보다

그냥, 하루를 기록하고 싶다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나이를 먹는다는게 참 좋았다.

19살에는 20살 대학생이 된 나를 상상했고,

대학생때는 그냥 깔깔대고 웃는게 좋았다.

꿈에 그리던 유럽여행을 떠난 후

내년에는 또 어떤 나라를 여행해볼까 하는 기대감으로

매년 나이를 먹는게 좋았다.

다양한 경험들로 가득차는 내가 좋았고

30대가 되면 뭔가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고

뭔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나의 29살은 매우 불안했다.

지금 나의 인생은 29살을 기점으로

다른 인생을 살게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처음으로 나이가 든다는게 무서웠던 것 같다.

애써 남들앞에선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가면을 끼고 살아갈수록 나의 마음은 불안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인생의 기점을 30살로 잡았던 것 같다.

30대가 되면 남들이 말하는 지위적 성공은 물론

3개 국어는 기본으로 하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기에.

스스로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는 그 좌절감을 맛보고 싶지않아서 피하기만 했다.


그런 소용돌이 치던 날들이 지나가고

오늘 나는 마치 파도가 지나간 이후의 고요한 바다같다.

요즘은 참 잔잔하다.

그때는 아주 큰 사건이었고

어떻게 해결해야하나 전전긍긍했던 것들이

이젠 그냥 일어난 일일 뿐이고

벌어질 수 있는 사건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지나갈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나도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나보다.


타인의 말이나 시선보다

내 자신에 집중할 수 있는 현재가 좋다.

세상 놀라게할 이슈들이 없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나는 올해, 그리고 내년의 나를 기대한다.

더 재미있고 행복할 나의 날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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