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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명진 Oct 23. 2019

#29. 기준금리 인하와 보험

[한국보험신문 칼럼] 다다익선과 함께 하는 인슈포트라이트

# 해당글은 한국보험신문에도 게재되고 있는 오명진 작가의 '인슈포트라이트' 칼럼입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2년만에 역대 최저치인 1.25%로 낮췄다.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투자와 소비를 부양하고 물가하락 압력의 완화를 기대하는 것이다. 한국은행 총재는 향후 추가 인하의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어 현재 우리나라는 초저금리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금융상품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시중은행이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다. 예·대마진이 주요 수입원인 시중은행에서는 벌써부터 0%대 예·적금 상품 출시도 앞두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부동산은 대출금리가 안정화되거나 낮아지면 가계대출의 여력이 더 많아져 수요가 증가해 주택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금리의 변화가 보험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가장 먼저 연금 및 저축보험의 수익률 변화가 있을 것이다. 연금 및 저축보험은 극히 일부의 확정금리형 상품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상품이 금리연동형 공시이율을 적용한다. 공시이율이란 보험회사가 자사의 운용자산이익률과 객관적인 외부지표 수익률이 반영된 공시기준이율에 회사별 조정률을 감안해 일정기간(매월, 분기별, 매년 등)마다 적립금에 적용하는 이율을 말한다. 현재 대부분의 보험사가 매월 공시이율을 조정하고 있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11월 공시이율의 변화에 분명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연금 및 저축보험의 경우 확정금리형 상품이 아닌 이상 보험사 입장에서는 타격을 입을 만큼의 리스크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익월 공시이율을 낮추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축성 상품의 최초 가입 당시 안내받았던 금리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으므로 수익률 또한 기대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다음으로, 보장성보험의 보험료 계산시 적용되는 ‘예정이율’과 관련된 리스크이다. 예정이율은 보장성보험의 보장보험료 계산을 위해 사용되는 이율이다. 현재 국내 생보사 및 손보사에서 판매중인 보장성보험의 대부분은 장기보험이다. 보장성보험을 가입하는 피보험자의 입장에서 종신 또는 100세까지의 보험위험을 현재시점의 가치로 평가해 보험료를 산출해야 하므로, 장래의 위험에 대해 현재가치를 계산하기 위한 할인율인 예정이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예정이율은 최초 판매당시 정한 이율로 보험기간이 끝날 때까지 변경할 수 없다. 이것이 보험사 입장에서는 최근의 저금리 기조에서 매우 큰 부담과 리스크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종신보험 사망보장의 보험료 계산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면, 과거의 시중금리 기준의 예정이율은 지금보다 높은 3~4% 수준이었을 것이다. 해당 예정이율을 적용해 계산한 보험료와 책임준비금은 가입 당시에 모두 확정이 되었으며, 이는 종신의 기간동안 혹은 모든 가입자가 해지하고 계약이 모두 소멸되기까지 보험사가 유지해야 한다. 고객으로부터 장래의 사망 위험을 현재 시점으로 평가하고 책임준비금을 적립할 때, 4% 이상의 자산운용수익률을 감안하여 예정이율을 정하였을 것이며, 실제 고객의 사망보험금 지급시점까지의 오랜 기간동안 4% 이상의 자산운용수익을 통해 보험사가 돈을 버는 구조였던 것이다. 그런데 금리가 인하되고 자산운용을 통해 4% 이상의 수익을 얻을만한 투자처가 사라지게 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자산운용수익이 마이너스(-)가 됨은 물론, 고객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망보험금의 책임준비금을 적립하는데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최근의 보험부채적정성평가(LAT)와 관련하여 위험신호를 보이고 잇는 생보사가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쉽게 말해 이차 역마진이 발생하는 것이다.

기준금리의 인하는 연금 및 저축성보험의 판매 부진을 가져옴과 동시에 보장성보험의 책임준비금 적립에 대한 커다란 부담을 준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절판마케팅에 사용하고 있는 설계사가 있어 우려스럽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발표와 동시에 각종 SNS를 통해 기준금리가 더 인하되기 전에 연금보험의 가입을 재촉한다거나 확정금리를 적용하는 종신 사망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최고의 재테크이고 투자라는 화법이 난무하고 있다. 또한, 과거 4% 종신보험 책임준비금의 부담을 헤징하기 위해 이제 곧 종신보험 갈아타기 영업까지 생겨날 것이다. 금리가 인하되는 것은 보험사 보장성보험의 리스크가 더욱 커진다는 것이며, 사실상 고객에게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재테크, 짠테크, 재무설계, 투자 등을 내세워 금리가 더 인하되기 전에 보험가입을 독촉하는 설계사를 경계해야 할 시기이다.


오명진 
(주)두리 대표
 보험계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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