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험신문 칼럼] 다다익선과 함께 하는 인슈포트라이트
“혁신 상품이나 서비스 출시보다 설계사 업무지원에 머무르고 있다.”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가 인슈어테크를 바라보며 건넨 얘기이다. 사람이 하던 업무를 자동화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출시하는 글로벌 인슈어테크 기업과 달리 설계사 업무지원을 위한 플랫폼에 매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독이 든 사과’에 비유하기까지 하며, 설계사에 의존하여 단기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에만 집중하면 혁신은 멀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혁신가는 배고프다. 더군다나 시대를 앞서가는 혁신은 낙후되고 보수적이며 폐쇄적이기까지 한 산업에서는 혁신가가 아닌 이단아로 낙인이 찍히기도 한다. 보험이 그렇다. 업계 고위 관계자의 발언은 인슈어테크 기업이 결국엔 돈만 보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냐며 혁신가 정신의 부재를 탓하고 있다. 유독 글로벌 인슈어테크 시장과 달리 국내 인슈어테크의 다양성과 혁신, 차별화된 무언가를 추구하지 못한다며 보험산업의 제도권 안에 있는 기득권이 혁신가를 나무라는 모양새이다.
누가 인슈어테크의 혁신을 막았나? 누가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의 싹이 트기도 전에 인슈어테크의 혁신을 즈려 밟은 것인가? 혁신가를 탓하는 제도권이 “적어도 난 아니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우리나라 보험산업은 철저히 종합보험사와 감독당국의 의중에 따라 움직여 왔다. 그 과정에 소비자보호라는 명목으로 기존 제도권(보험사)이 누리고 있는 것 또한 더욱 견고히 다져지고 있던 것도 사실이다. 보험은 원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계’와 유사한 구조다. 지인들끼리 모여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거나 누군가가 죽게 되면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고자 만든 형태가 보험의 시작이다. 그것이 제도화 되었고,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자본력을 토대로 정교하게 갹출금과 지급금의 관리를 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것을 대신해 주는 것이 보험사일 뿐이다.
보험 어그리게이터, P2P보험, 미니보험, 소액단기보험, 온디맨드 등 보험업에서의 혁신을 얘기할 때면 늘상 나오는 키워드이다. 보험업에서의 스타트업과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가 변화해가는 글로벌 시장의 인슈어테크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누구보다 먼저 앞장서서 혁신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으며, 그 과정에 좌절 또한 수 백번 겪으며 다시 일어서 묵묵히 혁신 중에 있다.
그렇다면 보험사는 보험의 혁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을 DB Gathering의 도구 정도로 치부하는 것은 또 누구인가? 전에 없던 법이 정해주지 않은 서비스와 상품이 등장하면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해 줄 수 있는 기관과 감독당국은 있는 것인가? 이제 더는 혁신가 정신의 부재를 탓하지 말아야 한다. 땅 파서 장사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그들도 사업가이며 비즈니스를 하는 이유는 결국 기업의 계속성을 위한 이익추구이다.
‘인슈포트라이트’를 처음 기고할 당시인 2년 전에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의 등장과 규제의 한계, 유럽시장에서 P2P보험이 각광받고 있으며 중국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것 또한 이미 언급하였다.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글로벌 인슈어테크는 블록체인, AI 등의 이슈 트렌드와 함께 다시 한 번 무섭게 성장해 가고 있다.
반면, 국내 보험시장은 미국이 이미 7~8년 전에 도입한 건강증진형 상품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제 막 시도되고 있을 뿐이다. 혁신가 입장에서는 그 또한 이미 5년여전부터 시도했어야 했던 ‘옛날혁신’이다. 건강증진형의 도입은 그저 제도권의 보험사가 이제서야 조금씩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장기 인보험 시장의 설계사 채널에서의 보험료 수입이 더욱 중요했을 뿐이다.
혁신은 항상 처음 누군가가 꺼냈을 때 불편감을 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모두가 열광하기도 한다. 보험은 가장 느린 산업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느린 것과 하지 못하는 것은 다르다. 과연 혁신이 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지, 왜 설계사 의존의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날 수밖에 없던 것인지 보험사가 그리고 감독당국이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